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실행하기로 했던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기업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지만 조만간 중소기업에게도 닥쳐올 파도인 것이다.
또 동월 10일자 기사로, '전 세계 기업 중 4분의 3은 ESG 보증(Assurance)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보통 ESG보고서라고도 함)가 효력을 얻으려면 보고서에 기술된 정보가 신뢰할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하다. 외부기관의 검증, 진단, 인증이 필요한 것이다.
컨설팅업체 KPMG가 2일(현지시각)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 중 25%만이 ESG 정책, 기술, 시스템을 보유해 독립적인 외부기관에 의한 ESG 보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750개 기업을 선정하여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실제로 ESG 데이터는 재무 데이터보다 더 광범위하고 상이한 시스템의 자료를 필요로 한다. 많은 기업들은 환경, 소셜 등 ESG 부문의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즉, 제대로 ESG경영을 이행하고 보고서를 공시하려면 대기업에서도 많은 체계적인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 현장에서 CEO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ESG경영이 대화 주제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CEO들께서 ESG경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포럼이나 CEO 모임 등의 특강을 통해 습득한 지식일 것이다. 지속가능보고서 공개, 또는 정보공시 등과 같은 키워드들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ESG경영이란 이 녀석이 아마도 n차원 일터인데 3차원 정도로 파악하고 계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필자는 대학에서 거의 한평생을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학협력(이 주제는 아마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을 위해 살아 온 이력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현 중서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중소제조기업들의 정보화, 스마트화 관련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제조기업에서 지속 이행 가능한 그리고 성장과 직접 연계된 ESG경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고자 한다. 필자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정리한 ESG경영의 커널(kernel)은 “상생”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ESG경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ESG라는 용어가 어떤 것인지를 위키백과를 통해 보자.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영어: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는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ESG경영은 재무적 관점에 더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ESG경영의 탄생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우리가 신입 직원 채용 시 이력서를 보고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이다. ESG경영 개념은 대기업들이 주도해서 만들어졌고 또 그러한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KT 김재필 수석연구원의 칼럼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ESG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시작됐다.
- ESG라는 용어는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20여 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살피는 자가 승리한다(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2006년 유엔이 제정한 ‘사회책임투자 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반영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 PRI가 ESG의 출발점이었다면, ESG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2020년 초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신이다. 블랙록은 운용 자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국적의 자산운용사로 2021년 기준 현재 관리 중인 자산이 $ 8.67조(약9,000조원)이상이라고 한다. 래리 핑크는 “석탄 개발 업체나 화석연료 생산 기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ESG 우선주의를 천명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ESG 투자는 급물살을 탔다.
- ESG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많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논의하고 체계를 정립해 온 개념이다.
- ESG는 비재무적 투자 지표지만, 그 이면에는 빙산의 밑부분처럼 엄청나게 깊고 방대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즉, ESG경영은 기업 경영의 목적이 이익 극대화, 즉 재무적 관점 위주 시대에서 비재무적 관점(익서의 핵심 요소가 ESG)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블랙록의 래리핑크의 연례서한 내용에서 이 내용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가 “석탄 개발 업체나 화석연료 생산 기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현재 기준으로 석탄개발 업체 혹은 화석연료 생산기업들이 환경, 사회 등 ESG경영 관점에서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경우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기업, 벤처기업 등으로 분류되며, 업종 또한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 현실이고, 모기업으로부터 부품 등을 주문받아 생산하고 납품하는 기업들, 자사 브랜드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들, 그리고 이 두가지가 혼합되어 있는 기업들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중소기업들의 운영 특성에 따라 ESG경영 대응 전략이 조금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중소기업도 ESG경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해 보자.
자체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63%가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고, 70.3%는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ESG 우수 기업 제품의 경우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추가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8.3%에 달한다고 한다. 무라벨 생수병이 좋은 예일 것이다.
만일 자사 브랜드 제품없이 모기업의 주문에 의해 생산하고 납품하는 기업(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 협력회사)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공급사슬(Supply Chain으로 공급망 또는 공급망사슬이라고도 함)의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물론 이 공급사슬 관점은 자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대응해야 할 중요 주제이다.
지난 4월 공급망실사법 적용 기업 확대 법안이 유럽연합(EU) 의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공급망실사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제품의 생산ㆍ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노동이나 아동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해당 기업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파리협약이 정한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준수해야 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급망에 속한 기업은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판매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까지 포함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SCM(공급망 관리) 모델이 이제 공급망 범위의 전부가 아닌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활동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자사의 모기업이 공급망 실사법에 적용을 받는다면,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판매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까지 포함하므로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ESG경영에 참여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이 험한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I 이상호(Sang Ho Lee)
충북대학교에서 평생을 대학에서 IT 분야 교육, 연구 활동을 하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는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2018년 정년 퇴직을 하여 현재 충북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명예교수이며, 지속가능경영을 지원하는 주식회사 에셈시의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숭실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이라고 부름)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텔레콤 연구소 방문 연구원과 캐나다 UBC 전산학과 초빙교수로 있었으며 멜번과 밴쿠버의 자연을 지금도 부러워하고 있다. 인류와 함께 영원토록 함께해야 할 지구를 생각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중소기업청과 인연을 맺고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위해 활동하였고, 2010년에는 중소기업융합학회를 설립하고 회장으로 재임하며 중소기업의 융합기술 보급과 확산 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대학 재직 시절 학부 및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며 20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그 중 여러 건을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한 바 있다. 평생을 배우며 돕는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ESG경영에 대해 학습하고 있으며, 고객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춘 ESG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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