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칼럼] 인사쟁이가 바라보는 ESG
ESG 히스토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그동안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진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익의 창출’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기업활동에 있어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을 위한 생존 전략으로서 ESG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왜 갑자기 ESG인가?’ 사실 갑자기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사쟁이 입장에선 어느 순간 마른하늘에서 툭 떨어진 소나기와 같기에 그 원인과 히스토리를 먼저 살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이 넘어서야 언급이 시작되었고 대학에서도 글로벌 대기업에 근무하다 학교로 오신 일부 교수님들이 경영학개론 등에서 단발성으로 다루는 게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그때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더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마치 ESG는 서방 선진국들 얘기며 우리에겐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였고 우리는 ESG를 준비하기 위해 CSR을 먼저 수행해야 한다고 논하곤 했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202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각종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법인 환경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기업은 앞다투어 ESG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ESG를 용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법률적 문제, 마케팅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도입이 가속화가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심지어 현재는 기업들이 각종 법무법인이나 마케팅그룹과 연횡하여 “ESG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조직을 꾸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달리 수세적 대응에 몰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공세적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깨닫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7년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는 한국전력(석탄화력 30% 이상), 한화(대량살상무기 집속탄 제조), KT&G(건강을 해치는 담배), 대우인터내셔널(심각한 환경 피해), 포스코(심각한 환경 피해), 풍산(대량살상무기 집속탄 제조) 등에 대한 약 10조 규모의 투자를 철회한 이력이 있고 이는 기업의 생존에 있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로 대두되게 되었다.
우리가 미루고 미루던 ESG가 어느덧 우리 눈앞까지 와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제야 우리 기업들은 ESG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ESG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경영진과 관리부서들은 당황하며 모양내기에만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ESG 활동들에는 노사 공동 ESG 선포식, 환경을 지키는 에코 플로깅, 공정경쟁을 통한 일자리 창출, ESG 혁신을 위한 조직개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우이웃돕기, 디지털전환(DX) 대응을 위한 신사업 발굴 등 새로울 것 없이 현재 하고 있는 CSR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ESG로 둔갑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매년 있는 경영실적평가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이 정도로 ESG 대응이 되고 있다고 본다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수치화가 되지 않는 실적은 그저 주장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SG는 용어 그대로 받아들이되 비즈니스의 장기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필수요소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철저한 계획을 통해 직접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수치화하고 어려운 부분은 부족하거나 남는 부분을 처리(탄소배출권 등)하기 위한 세부 계획까지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하는 CSR을 그럴싸하게 바꾸는 작업을 하더라도 성의가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계획성있게 추진하면 지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성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양환경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변줍깅 캠페인’, 사실 이런 종류의 캠페인은 그동안에도 수없이 추진되어왔고 많은 기업과 기관들에서는 에코 플로깅이라는 이름으로 회사 주변의 환경을 정화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명확한 목적성(해양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치워 환경개선에 도움을 주겠다.)을 첨가하고 그것을 수치화(모인 플라스틱과 쓰레기의 정화를 통해 얼마만큼의 탄소를 절감하였는지)함은 물론 관련 기관 등과의 연계협력 등을 통해 확산한다면 그동안 해왔던 똑같은 행위들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ESG 활동이 될 수 있게 된다.
ESG는 어렵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하고 있던 일을 구체적으로 수행하고 수치화하는 것이다. ‘명품은 디테일의 차이’라는 말이 ESG에도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I 김경수 (Kim, Kyoung-Soo)
현재 지역산업육성기관인 테크노파크에서 정책기획단 혁신사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충북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법학석사,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기업 및 기관에서 20년 넘게 인사(HRM), 교육(HRD), 경영기획, 사업기획 업무등을 담당하며 ESG 도입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지속적으로 연구 및 관련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