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의 금융읽기③] 디지털 금융의 미래 : 기술 발전과 인간 중심의 가치 창출
디지털 혁명을 통한 금융의 새로운 지평
2024년,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고금리의 장기화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3년 3월 실리콘밸리뱅크와 시그니처뱅크의 파산 사건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가장 큰 금융 위기로 기록된 바가 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스타트업들로부터 예치된 자금을 장기채에 투자하다가 금리 상승으로 큰 손실을 입고, 이에 따른 대규모 인출 사태로 파산에 이르렀다. 18억 달러의 손실을 인정한 하루만에 56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인출되었고, 주가는 66% 폭락하여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금융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정보는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자산 이동이 단 몇 번의 터치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어 금융회사의 위험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실리콘밸리뱅크의 신용등급이 일주일 만에 A3에서 C등급으로 급락하며 파산에 이르는 과정은 전통적인 신용 평가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대안 신용 평가 방식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핀테크는 이제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맞물려 금융 서비스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모든 금융 기술 참여자들에게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기에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트(Bit)의 바다에서 항로를 찾아
핀테크는 간편 결제 시스템에서부터 온라인 투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여 우리의 일상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 활동을 할 때 자금거래를 편리하게 도와준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더 이상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도 사용자가 빠르고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페이팔(PayPal)'과 '스퀘어(Square)'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상점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해외 거주자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시간 송금서비스가 유용하다. 가령, '리볼루트(Revolut)'와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은 국내외 송금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전 세계 어디서나 빠르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기여한다.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재정 상태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가령, '로빈후드(Robinhood)'와 '민트(Mint)'는 사용자의 금융 정보를 분석하여 개인에 맞춘 투자와 예산 관리 조언을 제공한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며, 투자 과정을 간소화해준다. 가령, '이토로(eToro)'와 '베터먼트(Betterment)'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에 직접 접근하여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자동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적인 자산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가령, '웰스프론트(Wealthfront)'와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Schwab Intelligent Portfolios)'는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사용자의 투자 목표와 위험 선호도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필요한 자금을 좋은 조건으로 조달 가능하도록 한다.
피어투피어(P2P) 대출은 개인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하여,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개선한다. 가령, '렌딩클럽(Lending Club)'은 개인 간 직접 대출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전통적인 은행 대출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비상금 대출 서비스는 간편한 온라인 신청 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어니스트(Earnest)'는 급전이 필요한 개인에게 낮은 이자율로 즉시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특히 학자금 대출 재조정 및 개인 대출에 특화되어 있어 학생과 젊은 전문가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핀테크랩과 ‘혁신의숲’이 공동 기획한 ‘2023 인사이드 핀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은 과거 금융업의 역할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수행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지만, 영역의 경계를 허물어 뱅킹, 송금/결제, 예금, 대출, 보험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하나의 앱으로 통합되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기반의 투자 예측, 인공지능 자산배분, 정교한 대안신용평가 등 새로운 서비스 및 솔루션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혁신의 바다는 때로 거센 파도를 동반한다. 특히, 가상화폐의 등장은 높은 수익 가능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몇 가지 심각한 폐해들을 초래했다.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에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었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양한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 사기, 폰지 스킴, 해킹 등 다양한 보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재산을 잃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경우, 이는 소비 감소, 투자 위축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끝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채굴 기반 암호화폐는 막대한 전략을 소비하기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진정한 가치 창출의 여정
혁신의 길목에서, 우리는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양면성을 목격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이 대폭 향상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 보안 위협 증가와 금융 불평등 심화와 같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들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으며, 공공정책, 금융회사 윤리, 그리고 개인의 책임이 포함된 포괄적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정부는 핀테크 발전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핀테크와 관련된 금융 관련 법규는 국내 기준 43개에 달하며, 지나친 규제로 인한 혁신의 저해와 상충관계에 놓여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 보호법, 소비자 보호 규정, 사이버 보안 기준 등을 강화하되 금융 기술의 혁신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 정책을 개발하고,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 기관과 핀테크 회사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부당한 위험을 전가하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준수해야 한다. 이는 투명한 가격 정책, 고객 데이터의 적절한 사용 및 보호, 투명한 금융 상품 설명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기술적인 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의 금융 건강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기여해야 한다.
개인 사용자는 자신의 금융 정보와 행동에 대해 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금융 거래를 보다 주의 깊게 관리하고,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의 이용 약관을 이해하며, 필요한 경우 금융 교육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용자는 사이버 보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비밀번호 관리, 다단계 인증 활성화 등의 보안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금융 자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핀테크를 통한 진정한 가치 창출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반영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이상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이다. 기술 혁신이 인간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진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