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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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옥의 공간리질리언스 ①] 폐허에서 피어난 예술...삼탄아트마인
    산업화 시대에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2차 산업시설들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능을 상실하고 노후화되었으며, 지역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폐산업시설은 단순한 쇠퇴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있다. 이곳은 1964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 탄광으로, 한때 정선과 태백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탄광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정암광업소는 2001년 폐광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는 급속한 침체를 겪었다.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1996년에는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문경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다. 이는 쇠퇴한 산업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환점이 되었다. 멈춘 광산, 깨어난 감각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한때 수천 명의 광부가 오르내리던 광산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었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 삼척탄좌의 옛 광업소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은 기능을 잃은 공간이 감정을 되찾고, 사회적 감각(social sense)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쇳소리 대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탄차가 오가던 자리에 예술가의 붓질이 이어졌다. 이곳은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기억이 환기되고 감각이 중첩되는 문화공간의 재생 실험장이 되었다. 삼탄아트마인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채탄갱도, 샤워실, 탈의장 등은 해체되지 않고 남겨졌으며, 그 위에 조명과 예술, 사람의 감각이 더해졌다. 석탄, 벽돌, 철재, 콘크리트에 각인된 기억은 이제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공감(empathy)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곳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다. 시간을 저장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유연한 구조물이다. 공간 안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며,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비워진 여백’이다. 전시가 없는 날의 전시관, 광부의 옷이 걸린 휴게실,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창고 안의 빈 공간은 모두 상상과 몰입을 유도하는 정서적 장치가 된다. 이 비워짐은 관람자에게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덧입힐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를 묻는 공간이다. 사람을 이끌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태도를 취한다. 이곳은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는 장소다. ESG관점에서 본 삼탄아트마인이 공간 삼탄아트마인의 공간 재생은 단순한 설계나 운영 모델의 변화를 넘어 ESG실천의 모범사례이다. 그 사례를 ESG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삼탄아트마인은 해체보다는 보존을 선택함으로써 환경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함으로써, 신축 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였다. 이는 탄소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유지함으로써 물리적 자산 이상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다. 자연과 건축,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재료 간의 조화를 통해 환경을 고려한 설계 철학이 반영되었으며, 이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점에서 환경적 책임을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사회적 기업, 예술가, 아이들,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정서적 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ESG의 사회적(Social)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단순한 이벤트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공감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 공간은 공동체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운영 방식은 전통적인 위계적 통제나 획일화된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공간의 권력은 소유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돌봄’과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며, 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가꾸는 공동체로서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수치나 제도적 틀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참여 기반의 운영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거버넌스를 제도적 장치가 아닌, 신뢰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적 실천으로 풀어내며, ESG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간이 말을 걸 때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삼탄아트마인의 수직갱을 걷는 순간, 사람은 단지 산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냄새, 어둠, 침묵, 빛의 방향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과거를 몸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감정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껴지는 것이고, 공간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장이 된다. 이곳에서는 예술작품이 아닌, 공간 그 자체가 정서적 텍스트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하고, 공유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간다. 삼탄아트마인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광산이자 놀이터이며, 기억의 창고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되고, 공동체의 기념장이 되며, 때로는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는 교실이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의 복합성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조건이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과 기억, 기능과 해석이 동시에 공존하며, 도시는 이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험하고 감각을 확장한다. 삼탄아트마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 자체가, 오래된 재료의 질감과 물성, 조용한 공기와 빛의 결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추억하고, 감탄하며, 때로는 울컥한다. 이러한 공간은 더 이상 낡고 버려진 폐산업시설이 아니다. 낭비되지 않고 되살아났다. 기능은 멈췄지만 감정은 확장되었고, 건물은 고정되어 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열린다. 궁극적으로 문화공간의 재생이란 감정을 설계하고, 기억을 관리하며, 상상력을 허락하는 공간의 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삼탄아트마인은 그 첫 문장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수옥(Lee Su Ok)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술연구의 일환으로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의 리질리언스 공간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기존 산업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도시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재생과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러닝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디자인 및 공간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 ESG위원회 인권전략위원장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연구 분야로는 도시재생과 산업유산 재생,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4-24
  • [장민(张敏)의 디자인스펙트럼 ①]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의 미래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과 지속 가능한 사회 디자인은 미적 완성이나 기능적 문제 해결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통합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오늘날 디자인 교육에서는 단순히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길러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넘어 사회적 형평성과 커뮤니티의 회복력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 교육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실제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다. 전통적인 디자인 교육은 종종 가상의 과제나 이상적인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디자인은 예상치 못한 문제와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자원의 제약,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복합적인 요소 속에서 이루어진다. 커뮤니티 참여형 프로젝트는 이러한 현실적 조건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장을 마련해 주며 학생들이 ‘현장감’과 ‘사회적 감수성’을 갖춘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지역 커뮤니티의 쓰레기 문제, 유휴 공간 활용, 고령화 대응, 청년 창업 지원, 어린이 놀이터 개선 등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은 모두 디자인을 통해 해결 가능한 주제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디자인이 단순한 조형 활동이 아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도구임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협력 과정 자체가 교육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들과의 인터뷰, 워크숍, 피드백 세션을 통해 디자인의 결과물이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만든’ 결과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디자인의 결과뿐만 아니라, 교육의 과정에서도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긴다.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은 지속 가능한 사고방식과 순환적 디자인 개념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재료의 재사용, 지역 자원의 활용, 로컬 문화의 재해석 등을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지역 정체성을 동시에 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기술적 역량과 더불어 공감 능력, 사회적 책임감, 윤리적 사고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커뮤니티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현실적인 감각을 얻고, ‘디자인을 통한 변화’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된다. 디자인 교육은 바우하우스(Bauhaus)로 대표되는 근대 디자인 운동에서 시작하여 오랜 기간 동안 주로 ‘전문 디자이너의 양성’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왔다.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공예, 산업 기술을 통합한 혁신적인 교육 철학으로, 디자이너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기능성과 심미성을 조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디자인 교육은 여러 산업적 요구에 발맞추며 점차 기술적 완성도와 창의성을 갖춘 '전문직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자인이 다루는 문제 영역이 산업 중심에서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맥락으로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디자이너의 역할도 단순한 문제 해결자를 넘어 공동체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해외 디자인 교육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community-based design educ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교육과정에 구조적으로 통합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칠레 가톨릭대학교(PUC)의 서비스러닝(Service Learning) 모델 역시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지역 문제에 참여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지역 사회와 상호 학습하고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디자인 전문 저널과 국제적 연구 보고서들은 이러한 커뮤니티 참여형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 교육의 미래 워킹 그룹(Future of Design Education Working Group)은 디자인 교육이 더 이상 교실 안의 가상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며 실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 설계(co-design)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커뮤니티는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도출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하며 디자인 교육 또한 이를 촉진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CDC 등에서 제시하는 ‘커뮤니티 참여의 원칙’과도 맥락을 같이하며, 디자인이 공공성과 사회적 연대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국제 디자인 학술지에서는 커뮤니티 중심 디자인이 가져다주는 교육적 효과로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감수성과 시스템적 사고, 그리고 윤리적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앤드류 셰이(Andrew Shea)는 사회 변화를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Social Change)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규모가 작더라도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며, 학생들이 디자인을 통해 의미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늘날 디자인 교육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 변화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교육적 전환점에 서 있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독립된 창작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동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 교육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필수 요소로 삼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참여, 신뢰, 윤리, 지속가능성과 같은 원칙들을 반영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의 미래를 위한 방침과 방향 디자인 교육은 이제 단순히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인 환경 파괴, 공동체의 해체, 사회적 불평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은 보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공동체 지향적인 사고로 나아가야 한다. 그 중심에는 바로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이 있다. 이러한 교육은 무엇보다도 공감과 참여를 기본으로 한다. 학생들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자인 파트너’로서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교육이 가상의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미래의 디자인 교육은 현실 속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실천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교육 방향이 중요하다. 재료의 재사용, 에너지 절약, 환경친화적인 공정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존중하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환경을 고려하는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의 지속적인 성장과 회복을 함께 도모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디자인 교육의 중요한 변화는 교실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 골목, 마을, 공동체 공간으로 나가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사회적 감수성, 실천 능력, 협업의 태도를 길러준다. 이 과정은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과정에서의 배움과 소통, 반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 또한 디자인 교육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확장될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 사회학, 환경과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은 더 넓은 맥락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융합적 접근은 학생들이 복잡한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입체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기술 또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R이나 VR, IoT 기술을 통해 지역의 물리적 공간을 시각화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사용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지역성과 공동체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윤리적인 태도, 공공적 책임, 지속적인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디자인은 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삶의 방식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우리는 디자이너를 넘어선 사회 변화의 촉진자, 커뮤니티의 동반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 교육의 방향이자 철학이다. 덧붙이는 글 | 장민 / 张敏 / Zhang Min 장민(张敏)은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맥락주의적 시각에서 본 베이징 구시가지 도시 광장의 재생 디자인 연구》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SCI에 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산시공상학원 예술디자인학원에서 강사로 재직중이며, 무형문화유산 및 제품 디자인, 영상 파생상품 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및 관광 문화 창작 디자인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공간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 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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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하고 건전한
    2025-04-23
  • [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③] 동굴 벽화와 상징적 기호의 기원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사회기호학적 관점에서 상징적 사고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재해석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은 기호(sign)와 의미 작용(semiosis)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인간의 상징체계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통되는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그들 사회 내부에서의 의미 생성, 정체성 형성, 집단적 세계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류의 기호 사용은 언어 이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기원을 추적하는 데 있어 동굴 벽화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네안데르탈인에 의해 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벽화는, 단순한 장식이나 낙서가 아닌 사회적 의미와 의도를 담은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사회기호학(Socio-semiotics)은 이러한 원시적 기호를 단순한 이미지나 물리적 흔적이 아닌 당대 집단의 인식 구조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로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사회기호학의 관점에서 보면,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개인의 표현을 넘어 공동체 내부의 의미 작용 체계의 일부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특정한 동물의 형상이나 추상적인 기호들은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 집단 간 소속감의 표시, 혹은 기억의 전달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기록’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이는 기호가 단지 시각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고 공유되는 행위임을 시사한다. 상징(symbol)은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기호 체계로, 그 자체로는 자의적인 것이지만 반복과 관습을 통해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에 나타난 도형이나 색채의 배치는 그러한 상징체계의 초기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단순히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나아가 인간 상호 간 관계를 의미화하려는 시도를 했음을 보여준다. 기호의 사회적 기능 중 하나는 기억과 정체성의 형성이다. 동굴이라는 닫힌 공간에 그려진 그림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내부자들에게 강한 상징적 인상을 남겼을 것이며, 이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집단 내 지식의 세대 간 전승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즉, 동굴 벽화는 일종의 ‘기호적 유산(semiotic heritage)’으로 기능하며, 인류 초기의 문화 형성과 사회 조직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시각적 산물이 아닌, 상징적 기호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전달한 초기 인간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기호적 존재임을 드러내며, 기호의 사용이 사회와 문화의 형성에 있어 얼마나 본질적인 요소인지를 시사한다. 기호 창조자로서의 네안데르탈인 과거 인류학계에서는 기호를 창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 즉 상징적 표현(symbolic representation) 능력을 호모 사피엔스만의 고유한 인지적 특성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약 64,8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동굴의 벽화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물리적 세계를 넘어서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집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호 시스템을 가졌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기호학은 인간의 사고와 의사소통을 기호의 생성, 해석, 순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며, 사회기호학은 이러한 기호 체계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네안데르탈인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기호의 창조자, 곧 사회문화적 의미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존재로 재조명하는 것은 인류 진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중요한 시도이다. 전통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다루며, 동굴에 거주했던 생물학적 인간으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 예컨대 스페인의 엘 카스틸로(El Castillo) 동굴에서 발견된 6만 년 전의 벽화나, 매장 흔적과 붉은 황토 사용 등은 이들이 단순한 도구 사용자를 넘어 상징과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주체였음을 시사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히 물리적 생존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물이나 행위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공유했음을 의미한다. 사회기호학적 관점에서 기호는 개인의 인지적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생성되고 해석된다. 네안데르탈인의 의례적 매장, 특정 색채나 장신구 사용, 공동의 동굴 벽화 제작 등은 이들이 공동체 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체계, 즉 의미의 경제(semiotic economy)를 구축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사회적 유대 강화, 세대 간 지식 전달, 정체성 형성 등의 기호적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독특한 진화적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그러한 능력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인류 진화는 단순한 인지능력의 확장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 생성 능력의 진화, 다시 말해 기호 창조와 해석의 진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지 호모 사피엔스의 전 단계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homo semioticus)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호의 사회적 맥락과 집단 정체성 사회기호학은 기호가 개인의 인지적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의미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는 개인 예술가의 창작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에서 공유되는 상징체계의 시각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장소(예: 동굴의 어두운 벽면)를 선택하고, 특정 색(붉은 색소)을 사용하며, 특정 형식(기하학적 도형, 손 스텐실)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례적 또는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행위, 다시 말해 상징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의미를 공유하고 정체성을 강화하는 기호적 실천이다. 시공간을 넘는 커뮤니케이션 기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의미 전달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는 수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정보를 저장하고 후대에 전달하려는 시도, 즉 기억의 외부화(externalization of memory)를 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사회기호학에서 말하는 '기호의 지속성과 전이성'이라는 특성과 부합하며,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준다. 인지적 동등성과 인간 개념의 재정의 사회기호학은 기호 생산과 해석의 과정을 인간성(humanness)의 핵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는 인류학적 편견을 재고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기호를 다루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종과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벽화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의미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호적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을 생물학적 차원이 아닌 의미 작용과 기호 사용의 능력으로 이동시키며, 네안데르탈인을 '비인간적 타자'가 아닌 기호적 주체로 재조명하게 한다. 사회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와 문화, 사고방식이 반영된 상징적 실천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기호 사용의 기원이 호모 사피엔스에 국한되지 않으며, 네안데르탈인도 복잡한 사회적 의미와 상징체계를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의미 생성의 기원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지며, '기호를 통해 사회를 구성한다'는 사회기호학의 핵심 명제가 시간적으로 더 멀리 확장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상징적 표현과 사회적 복잡성의 상관관계 리스본 대학교 연구 교수이자 고고학자 주앙 지우항 (João Zilhão)는 상징적 표현의 등장이 인구 밀도 증가와 사회적 복잡성의 증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다양한 집단 간의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공통된 상징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는 동굴 벽화와 같은 시각적 상징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MIT의 언어학자 미야가와 시게루(Shigeru Miyagawa)는 동굴 벽화가 청각적 자극을 시각적 표현으로 전환하는 '감각 간 정보 전이(cross-modality information transfer)'의 예라고 설명한다. 이는 초기 인류가 소리의 반향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특정 위치에 그림을 그렸다는 고고음향학적 연구에 기반한다. 이러한 능력은 상징적 사고의 외재화로 언어의 발달과도 연결될 수 있다. 호주의 아넘랜드에서의 민족고고학적 연구는 동굴 벽화가 단순한 예술을 넘어, 규범, 신화, 집단 정체성 등을 전달하는 사회적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굴 벽화는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인류가 상징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고 사회를 조직화하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는 언어, 종교, 문화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참고자료 1.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ancient-cave-paintings-clinch-the-case-for-neandertal-symbolism1/?utm_source=chatgpt.com 2. https://ko.wikipedia.org/wiki/%ED%98%B8%EB%AA%A8_%EC%82%AC%ED%94%BC%EC%97%94%EC%8A%A4 3.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dventure/article/120614-neanderthal-cave-paintings-spain-science-pike 4.https://www.google.com/searchgs_ssp=eJzj4tZP1zc0MjYyjU8pM2D04s3KP7w4X6EqMycDSAMAeTUJ8w&q=jo%C3%A3o+zilh%C3%A3o&oq=Jo%C3%A3o+Zilh%C3%A3o&gs_lcrp=EgZjaHJvbWUqCQgBEC4YExiABDIOCAAQRRgTGDkY4wIYgAQyCQgBEC4YExiABDIICAIQABgTGB4yCAgDEAAYExgeMgoIBBAAGAgYExgeMgoIBRAAGAgYExgeMgoIBhAAGAgYExgeMgcIBxAAGO8FMgcICBAAGO8FMgoICRAAGAUYExge0gEJMjM4MWowajE1qAIIsAIB&sourceid=chrome&ie=UTF-8 5. https://www.google.com/search q=%EB%AF%B8%EC%95%BC%EA%B0%80%EC%99%80+%EC%8B%9C%EA%B2%8C%EB%A3%A8&oq=%EB%AF%B8%EC%95%BC%EA%B0%80%EC%99%80+%EC%8B%9C%EA%B2%8C%EB%A3%A8&gs_lcrp=EgZjaHJvbWUyBggAEEUYOdIBCTE2MzlqMGoxNagCCLACAQ&sourceid=chrome&ie=UTF-8 6. https://namu.wiki/w/%EC%95%8C%ED%83%80%EB%AF%B8%EB%9D%BC%20%EB%8F%99%EA%B5%B4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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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1
  • [묘청청의 ESG건축 칼럼⑤] 흰개미집의 원리... 맥 피어스(Mick Pearce)의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
    건물이 사람이 거주한 이후 스스로의 생명을 얻기 시작했는지는 판단의 문제입니다. 이건물은 흰개미와 같은 생명체의 은유에 기반하여 설계되었습니다. 건축은 ‘살기위한 기계’가 아닌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 맥 피어스 - 지속 가능한 건축은 미래 세대의 자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세대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은 인류문명의 기반이 되었지만 자연, 사회,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맥 피어스의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벽돌, 복원된 석조의 새로운 질서, 강철과 유리의 오래된 질서가 만난 새로운 생태건축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으로 부터 얻은 소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질서는 자연에 대한 생물권, 짐바브웨의 고대 전통 석조 건축을 통해 지역 사회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외부에 붙여진 개미집과 같은 석조 요소들은 작은 창문을 햇빛으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외부 표면적을 늘려 야간에는 내부 공간으로 부터의 열 손실을 개선하고 주간에는 열 획득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제작되었으며 짐바브웨의 거친 자연경관 속 이끼로 뒤덮인 바위와 어울리는 화강암 골재를 사용하였다. 수평으로 돌출된 선반은 녹색 덩굴을 지탱하는 강철 링 기둥으로 구분되어 도시에 자연을 되살리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건축 시스템에 사용된 모델은 흰개미였다. 그는 건축을 르 꼬르뷔지에가 주장한 "건축은 살기 위한 기계"가 아닌 생태계의 일부로서 흰개미 집의 개념을 자신의 건축 철학에생태 반영한 것이다.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는 짐바브웨 하라레에 위치한 생태모방의 혁신적 건축물로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가 맥 피어스(Mick Pearce)가 설계했다. 짐바브웨 출신인 그는 자연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아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자연의 원리를 건축에 적용해 생태모방건축, 친환경 건축가로 명성을 알렸다.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흰개미 집중에서도 환기 시스템을 모방한 설계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시도는 건축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흰개미는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고 밤 기온은 영하에 가까워지는 극심한 일교차 속에서도 개미탑 내부를 항상 섭씨 29~30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개미탑의 위아래에 난 여러 개의 구멍을 여닫으며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독특한 환기 시스템 덕분이다. 맥 피어스는 흰개미의 집에서 이러한 자연의 지혜를 터득하고 그 원리를 건축에 그대로 반영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설계 핵심은 공기의 순환이다. 건물 꼭대기에는 63개의 통풍구가 설치되어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지하 바닥에는 수많은 공기구멍을 뚫어 차가운 외부 공기가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붉은 기와 지붕의 능선을 따라 48개의 벽돌 깔때기가 내부 스택 위에 있으며, 이 깔때기가 아래 7개 층의 사무실에서 배출되는 공기를 끌어낸다. 사무실 층 아래에는 크로스 셰브론 스크린 뒤편의 메자닌 플랜트 룸이 있으며 저용량 및 고용량 팬 32개 뱅크가 필터를 통해 아트리움에서 공기를 끌어온다. 이 공기는 각 사무실 윙의 중앙 스파인 코어에 있는 수직 덕트의 공급 섹션을 통해 위로 밀어 올려진다. 덕트에서 공기는 빈 바닥을 통해 창문 아래의 낮은 그릴로 공급된다. 건물의 공기는 인간 활동으로 따뜻해지면 아치형 천장으로 올라가고, 각 볼트 끝의 배기구로 빨려 나가 석조 덕트 시스템을 통해 중앙 수직 스택의 배기구로 연결된다. 사무실 공간에서는 업라이터가 콘크리트 아치형 천장을 사용하여 빛을 아래쪽으로 반사하고 열을 흡수한다. 또한 두 개의 건물을 대칭형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를 비워 하나의 대형 로비 공간(‘공기통’)으로 구성했으며, 천장에는 유리 캐노피를 설치해 전체를 하나의 건물로 연결했다. 이 공기통에는 소형 팬을 배치해 공기를 양쪽 건물로 순환시키고, 자연 대류 현상과 함께 냉방 효과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의 원리를 건축에 실질적으로 통합한 대표적 사례로 에어컨 없이도 내부 공간의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동 냉방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실제로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를 섭씨 24도 정도로 유지하며, 동일 규모의 다른 건물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건물의 열 관리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과 정밀한 설계가 결합된 복합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붉은 기와 지붕 아래 48개의 벽돌 깔때기가 각 층에서 배출되는 더운 공기를 위로 끌어올리고, 그 아래에는 저용량과 고용량 팬 32개가 설치된 메자닌 기계실이 위치해 있다. 이 팬들은 공기를 아트리움에서 각 사무실로 순환시키며, 공기는 수직 덕트를 통해 빈 바닥 아래로 이동한 후, 창 아래 설치된 그릴을 통해 실내로 공급된다. 내부에서 따뜻해진 공기는 다시 천장을 따라 상승해 배기구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콘크리트 아치형 천장은 열을 흡수하고 빛을 반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아치형 천장과 그 위 빈 공간은 샌드위치 구조로 열교환기처럼 작동한다. 차가운 밤공기는 내부 열을 배출하고, 낮에는 외부 공기를 3도 정도 냉각한 후 실내로 유입시킨다. 고용량 팬은 밤에 작동해 시간당 10회의 공기 교환을 수행하고, 낮에는 저용량 팬이 시간당 2회의 공기 교환을 담당한다. 이처럼 공기 전환의 타이밍을 조절함으로써 생물권의 일주 변동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하라레의 기존 6개 HVAC 완비 건물 대비 총 에너지 소비량이 35% 적고, 초기 자본 비용도 건물 전체 비용의 10%가량 절감된다. 정전이나 HVAC 시스템의 고장이 잦은 다른 건물과 달리 이스트게이트는 자연 대류 시스템을 활용해 일관된 쾌적성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외관과 자재 구성 또한 지역성과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되었다. 노출 콘크리트와 석조 요소, 그리고 덩굴 식물을 감싸는 강철 구조물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기능적 통합을 이룬다. 이는 지역주의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이자 지역 자원과 인력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로 평가된다.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공간이다. 기술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속 가능한 개발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건축은 단기적인 에너지 절감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건축이 생태계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참고자료 1. https://www.eastgateshops.com/about-us/ 2. https://www.mickpearce.com/Eastgate.html?utm_source=chatgpt.com 3.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18032115292702726 4. https://livinspaces.net/design-stories/ls-tv/watch-how-the-eastgate-center-in-zimbabwe-cools-itself-without-air-conditioning/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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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8
  • [오윤숙의 건축토크 ③]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 (Gateshead Millennium Bridge) ...움직이는 곡선, 도시를 잇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기울어지는 다리’로, 뉴캐슬게이츠헤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이다. 이 독특한 다리는 윌킨슨 에어 건축사(Wilkinson Eyre Architects)가 설계를 맡고, 구조 엔지니어링은 기포드(Gifford)가 담당했다. 타인강을 따라 여러 유명한 다리들이 있고 타인 브리지(Tyne Bridge)나 로버트 스티븐슨의 하이 레벨 브리지(Robert Stephenson's High Level Bridge)의 끝자락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도시의 다리 풍경을 완성한다. 게이츠헤드와 뉴캐슬의 키사이드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타인강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 다리이다. 기능적인 목적 외에도, 우아한 곡선미와 정교한 구조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 아이콘이 되었다.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는 사람들은 다리 아래를 지나며 특별한 시야를 경험하고, 강둑에 모인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다리가 부드럽게 기울어지는 장관을 함께 즐긴다. 마치 눈을 깜빡이듯 아치와 데크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치의 꼭대기는 평소 타인강 수면보다 약 50미터 위에 있어, 멀리서도 그 위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단순한 교량을 넘어,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타인강 위로 불어오던 바람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일몰은 붉고 고요했고, 강물은 그 빛을 머금은 채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하나의 유려한 곡선이 도시의 시간을 가로질러 서 있었다. 움직이는 구조, 감각으로 남은 건축. 건축이 단지 형태의 언어가 아닌 도시의 삶과 감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매개하는 문장이라는 것을 몸으로 이해했다. 2002년 RIBA Stirling Prize 수상작이자, 세계 최초의 틸팅(Tilting) 브리지로 이 다리는 기능, 구조, 도시, 감정을 하나로 이으며, 쇠락한 도시의 기억 위에 새로운 감각과 움직임으로 공간을 되살린 상징물이었다. 구조가 만든 풍경, 강철의 곡선 이 다리는 단지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교량이 아니다. 130m 길이와 45m 높이, 포물선형 곡선으로 구성된 이 구조는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를 가로지르는 타인강 위에 도시의 선율을 그리듯, 부드럽고 단정하게 펼쳐진다. 850톤에 달하는 강철의 육중함은 LUSAS 구조 해석 시스템을 통해 기술적 균형과 미적 감성을 모두 구현해낸 결과이며, 회전하는 구조물은 40도 각도로 기울며 강 위로 선박의 항로를 터준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블링킹 아이 브릿지(Blinking Eye Bridge)’라고 부른다. 기능과 시의 경계, 기술과 감성의 만남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재생된 도시의 중심 – 다리에서 시작된 회복 이 브리지는 단순한 교량이 아닌 도시 재생의 트리거(trigger)였다. 한때 산업 쇠퇴로 침체되어 있던 게이츠헤드 부두(Gateshead Quays)를 뉴캐슬의 문화 자산과 잇는 이 다리는, 물리적 연결을 넘어 상징적 회복의 시작점이었다. 다리 주변은 이후 갤러리, 공연장, 카페, 광장으로 다시 채워졌고, 도시는 강을 따라 걷는 사람들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재생은 물리적 정비가 아닌, 정서를 회복하는 감각적 설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이곳에서 증명된다. 공간을 걷는 감각 – 르페브르의 실천적 공간 포물선형 데크 위를 걷는 감각은 그 자체로 도시와 맺는 관계의 형태가 된다. 폭 3~5m의 보행자 통로, 2.5m의 자전거 도로 그리고 캔틸레버. 그 미묘한 곡선 위를 걷는 경험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도시와 교감하는 하나의 감성적 통로였다. 르페브르의 공간 생산 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그저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실천되고 경험되며, 사회적으로 재생산된다. 게이츠헤드 브리지는 그 명확한 실례다. 공간 위를 걷는 우리는 모두 이 도시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행위자이다. 기술이 만든 시학 – 구조의 아름다움 LUSAS 브리지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설계된 이 다리는 높이가 45m이고, 타인 강을 가로질러 105m에 걸쳐 새로 부활한 뉴캐슬 부두와 반대편 게이츠헤드 부두 사이를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130m 길이의 교량 데크는 포물선형의 입면이며 강철 상자 단면으로 평면에서 데크 중앙으로 가늘어진다. 폭이 3m에서 5m까지 다양한 보행자 통로와 2.5m의 캔틸레버 자전거 도로가 있으며 메인 아치도 포물선형이며 평면과 입면 모두 가늘어진다. 이 다리는 8개의 전기모터, 14톤의 주물 베어링, 정밀한 회전 해석과 프리스트레스를 통해 850톤의 구조물을 단 4분 안에 기울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모든 계산은 LUSAS 해석 시스템과 3D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하게 예측되었고, 구조적 기술이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되었다. 기능적 논리를 조형적 해석으로 전환해낸 이 다리는, 구조적 정합성과 기술적 진정성을 바탕으로 도시 공간에 시적 리듬을 부여한 하나의 공공적 구조물이다. 도시를 잇는 다리, 사람을 모으는 장소 다리는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강은 도시를 나누지만, 다리는 도시를 다시 엮는다. 브리지를 걸으며 마주한 글라스하우스(The Glasshouse International Centre for Music)의 유리 파사드, 그 안에서 반짝이던 일몰의 흔적, 그 장면이 이 다리의 감성을 완성했다. 건축은 그 순간, 도시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다. 데이비드 하비가 말한 ‘도시에 대한 권리’는 이곳에서 조용히 구현되고 있었다. 누구나 걷고, 멈추고, 마주치며 도시의 서사 체험하는 공공의 장소가 바로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였다. 감각으로 이어진 도시 – 건축의 지속 가능성 이 다리는 에너지 효율, 생태 건축의 예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분명히 사람이 머무는 공간, 지역의 맥락을 존중하는 장소, 시간을 담고 감정을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게이츠헤드 브리지는 사회적·문화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21세기 건축의 한 모델이 된다. 건축의 지속 가능성은 재료나 설계 방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소를 만드는 데 있다. 이 다리는 도시의 재생을 견인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걷고, 머물고, 바라본다. 건축은 그렇게, 도시를 감싸 안는다. 건축은 도시를 기울인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움직이는 기술이자, 서서히 기울어지는 감정이며, 도시를 재구성하는 건축적 선언이다. 건축이 도시를 기울일 수도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렇게, 사람의 감정과 도시의 숨결을 잇는 방식일 것이다. 작은 기울임이 그 움직임은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을 이끌며, 도시의 감정을 조율하는 건축의 가장 조용한 선언이었다. Year : 2002 Winning Project : Gateshead Millennium Bridge /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 Architect : WilkinsonEyre / 윌킨슨에어 Material and Physical Properties : 강철, 역동적인 곡선 디자인 Address : S Shore Rd, Gateshead NE8 3BA 영국 참고사이트 : https://www.lusas.com/case/bridge/gateshead.html https://newcastlegateshead.com/business-directory/things-to-do/gateshead-millennium-bridge 오윤숙 (OH YUN SOOK)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친환경건축, 커뮤니티 디자인, 인간 친화적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사랑의 일기 재단 감사 및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사회적 책임과 인성 회복의 실천에도 힘쓰고 있다. 경영과 디자인, 사회적 가치를 잇는 선순환적 공간 비전을 실현하는 실천가이자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금융과 무역,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을 이끌며 쌓은 전략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디자인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골드윈즈 스페이스 대표이사, 한국ESG위원회 스튜어드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ESG 책임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 오피니언
    • 투명하고 건전한
    2025-04-16
  • [진려의 똑똑한 미래 ④] 도시 농업의 미래, 싱가포르 수직농장의 혁신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재료로, 경도, 취성, 내열성, 내식성 등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50%가 녹지로 덮여 있는 '정원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자국 농산물 생산량은 전체 농산물 소비의 약 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소는 인접 국가에서 수입되며, 전체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량 의존 국가이다. 이와 같은 위기는 싱가포르가 자국 내 농업을 적극 개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로, 인구와 토지의 불균형이 심각해 넓은 면적이 필요한 전통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좁은 면적에서도 높은 생산량을 낼 수 있는 첨단 농업 방식, 즉 ‘수직 농업(Vertical Farming)’을 선택하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 기술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기술은 기존의 전통 농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싱가포르는 열대 지역에 위치해 햇빛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간과 햇빛의 이용을 극대화했다. 농업용 토지가 부족한 싱가포르에서 수직 농장은 고층 건물의 옥상을 이용한 고기술 농업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 옥상에는 꽃이나 잔디 대신 농장이 들어서 있으며, 수경재배나 어·식물 복합 양식(Aquaponics)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싱가포르의 많은 고층 건물들은 이미 수직 농장으로 전환되었다. 표 1 싱가포르 정부 허가 수직농장 7곳 현황 비교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을 상업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부터 수직 농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는 최초로 상업적 검증을 마친 수직농장이 등장했다. 현재 정부의 인정을 받은 7개의 수직농장이 채소, 어류, 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수직농장은 밀폐된 기술 환경과 24시간 조명, 조절 가능한 습도를 통해 전통 농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균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농장의 규모에 따라 판매 방식이나 관광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농산물 생산량은 510배, 수산물은 1,020배까지 증가한다. 싱가포르의 수직 농업은 고품질, 고수익 생산 방식이 농업 수익뿐 아니라 관광, 경관 문화 정보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수직 농업 기술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을 충분히 활용한 점이다. 국토 면적은 710㎢에 불과하고 경작지는 약 250에이커(약 101헥타르)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 가격이 비싼 싱가포르에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 수직 농업이다. 싱가포르 Sky Greens 수직 농장은 200 Lim Chu Kang Lane 3 Singapore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0,600㎡이다. 이 농장은 엔지니어 잭 응(Jack Ng)이 싱가포르 농식품수의국(AV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회사다. Sky Greens의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A-Go-Gro’ 재배 시스템이다. 이 수직 재배 시스템은 약 6미터 높이의 A자형 재배 타워를 사용한다. 1) 이 기술의 독특한 점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햇빛을 직접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재배 타워에는 22~26개의 재배 트레이가 있으며, 알루미늄 프레임을 따라 재배 트레이가 초당 1mm 속도로 천천히 회전한다. 8시간에 한 바퀴를 돌며 각 층의 트레이가 회전하기 때문에 모든 채소가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위쪽의 채소는 햇빛에 많이 노출되어 온도가 높고, 가장 아래쪽은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 온도 차이가 채소의 맛을 더 좋게 만든다. 트레이의 회전은 전력이 아니라 수력 시스템으로 구동되며, 빗물을 모아 동력을 제공하고 필터링을 거친 물은 다시 관개 시스템에 사용된다. 이 저탄소 설계 시스템은 소비 전력이 단 60와트 전구 하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 ‘A-Go-Gro’ 시스템은 전통 농업보다 5배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며, 배추,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 청경채 등 다양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채소를 자연적인 방식으로 성장시키며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이 풍부한 기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작물 재배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통 농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LED 조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 중이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의 식물 재배 기술은 무토양 재배 방식으로, 수경재배(hydroponics)와 기질재배(substrate cultivation) 방식을 사용하며, 햇빛을 이용하여 채소가 더 잘 자라도록 하고, 빗물을 수집해 재활용한다. 또한, Sky Greens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통해 유리 외벽을 활용하여 모든 채소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층의 재배 트레이는 프레임을 따라 회전하여 최상단과 최하단의 채소 모두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바닥은 청소가 쉽고 균이 자라기 어려운 저렴한 시멘트를 사용했으며, 열을 고르게 받아 채소 생장에도 유리하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도심에 위치해 있어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용이하다. 건물 외형은 직육면체 형태로, 더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햇빛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작물 생장에 유리하다. 공간 구성은 A-Go-Gro 시스템의 회전 트레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르게 빛과 공기를 공급하고 물을 주는 조건이 유지된다. 이 시스템은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전통 농업보다 훨씬 높다. 에너지 소비는 낮고, 자연광을 활용하며 인공조명이 필요 없다. 물 사용량도 적고, 식물은 빗물을 통해 관수와 비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물 낭비와 전력 낭비가 없다. 1.7톤에 달하는 수직 구조물의 회전에 필요한 물은 단 0.5리터이며, 물은 밀폐된 지하 저장고에서 회수되고 재활용된다. Sky Greens는 학습 공간도 별도로 마련하여 학생들과 일반 방문객이 견학하고 배울 수 있도록 1층에 교육 공간을 배치하였다. 2011년 6월 싱가포르 개발부(2MND)가 주최한 도시 지속가능 개발 연구 대회에서 AVA와 함께 ‘수직 농업 연구개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싱가포르의 도시 식량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녹색 솔루션으로, Sky Greens는 세계 최초의 저탄소 수력 구동 수직 농업 시스템의 창시자이자 건설자임을 입증하였다. 참고자료1) https://zhuanlan.zhihu.com/p/20779197/ 2) https://baijiahao.baidu.com/s?id=1728282846441524008&wfr=spider&for=pc 진려 / 陈丽 / Chen Li 중국 난징예술학원 디자인학원에서 실내 디자인학 석사를 마치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인테리어 아키텍쳐랩(Creative Interior Architecture La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래도시 수직농장의 3T(ICT, Plant Technology, Spatial Technology) 기술 예측 연구’이다. 또한 현재 ESG 코리아 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사단법인 한국 ESG 위원회(Korea ESG Committee) 미래기술위원회(Future Technology Committee)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수직 농장의 정보화 기술, 재배 기술, 공간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마트 팜의 공간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와 중국 ‘예술백가’의 중문 핵심 정기간행물에 ‘해체주의 실내공간설계의 창작 관념과 수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5년 6월에 출판 예정인 ’생태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서적의 중국어, 영어 교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지속가능한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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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옥의 공간리질리언스 ①] 폐허에서 피어난 예술...삼탄아트마인
    산업화 시대에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2차 산업시설들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능을 상실하고 노후화되었으며, 지역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폐산업시설은 단순한 쇠퇴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있다. 이곳은 1964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 탄광으로, 한때 정선과 태백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탄광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정암광업소는 2001년 폐광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는 급속한 침체를 겪었다.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1996년에는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문경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다. 이는 쇠퇴한 산업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환점이 되었다. 멈춘 광산, 깨어난 감각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한때 수천 명의 광부가 오르내리던 광산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었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 삼척탄좌의 옛 광업소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은 기능을 잃은 공간이 감정을 되찾고, 사회적 감각(social sense)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쇳소리 대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탄차가 오가던 자리에 예술가의 붓질이 이어졌다. 이곳은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기억이 환기되고 감각이 중첩되는 문화공간의 재생 실험장이 되었다. 삼탄아트마인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채탄갱도, 샤워실, 탈의장 등은 해체되지 않고 남겨졌으며, 그 위에 조명과 예술, 사람의 감각이 더해졌다. 석탄, 벽돌, 철재, 콘크리트에 각인된 기억은 이제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공감(empathy)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곳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다. 시간을 저장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유연한 구조물이다. 공간 안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며,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비워진 여백’이다. 전시가 없는 날의 전시관, 광부의 옷이 걸린 휴게실,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창고 안의 빈 공간은 모두 상상과 몰입을 유도하는 정서적 장치가 된다. 이 비워짐은 관람자에게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덧입힐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를 묻는 공간이다. 사람을 이끌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태도를 취한다. 이곳은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는 장소다. ESG관점에서 본 삼탄아트마인이 공간 삼탄아트마인의 공간 재생은 단순한 설계나 운영 모델의 변화를 넘어 ESG실천의 모범사례이다. 그 사례를 ESG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삼탄아트마인은 해체보다는 보존을 선택함으로써 환경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함으로써, 신축 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였다. 이는 탄소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유지함으로써 물리적 자산 이상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다. 자연과 건축,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재료 간의 조화를 통해 환경을 고려한 설계 철학이 반영되었으며, 이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점에서 환경적 책임을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사회적 기업, 예술가, 아이들,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정서적 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ESG의 사회적(Social)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단순한 이벤트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공감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 공간은 공동체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운영 방식은 전통적인 위계적 통제나 획일화된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공간의 권력은 소유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돌봄’과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며, 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가꾸는 공동체로서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수치나 제도적 틀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참여 기반의 운영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거버넌스를 제도적 장치가 아닌, 신뢰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적 실천으로 풀어내며, ESG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간이 말을 걸 때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삼탄아트마인의 수직갱을 걷는 순간, 사람은 단지 산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냄새, 어둠, 침묵, 빛의 방향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과거를 몸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감정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껴지는 것이고, 공간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장이 된다. 이곳에서는 예술작품이 아닌, 공간 그 자체가 정서적 텍스트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하고, 공유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간다. 삼탄아트마인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광산이자 놀이터이며, 기억의 창고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되고, 공동체의 기념장이 되며, 때로는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는 교실이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의 복합성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조건이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과 기억, 기능과 해석이 동시에 공존하며, 도시는 이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험하고 감각을 확장한다. 삼탄아트마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 자체가, 오래된 재료의 질감과 물성, 조용한 공기와 빛의 결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추억하고, 감탄하며, 때로는 울컥한다. 이러한 공간은 더 이상 낡고 버려진 폐산업시설이 아니다. 낭비되지 않고 되살아났다. 기능은 멈췄지만 감정은 확장되었고, 건물은 고정되어 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열린다. 궁극적으로 문화공간의 재생이란 감정을 설계하고, 기억을 관리하며, 상상력을 허락하는 공간의 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삼탄아트마인은 그 첫 문장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수옥(Lee Su Ok)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술연구의 일환으로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의 리질리언스 공간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기존 산업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도시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재생과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러닝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디자인 및 공간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 ESG위원회 인권전략위원장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연구 분야로는 도시재생과 산업유산 재생,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4-24
  • [장민(张敏)의 디자인스펙트럼 ①]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의 미래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과 지속 가능한 사회 디자인은 미적 완성이나 기능적 문제 해결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통합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오늘날 디자인 교육에서는 단순히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길러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넘어 사회적 형평성과 커뮤니티의 회복력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 교육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실제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다. 전통적인 디자인 교육은 종종 가상의 과제나 이상적인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디자인은 예상치 못한 문제와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자원의 제약,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복합적인 요소 속에서 이루어진다. 커뮤니티 참여형 프로젝트는 이러한 현실적 조건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장을 마련해 주며 학생들이 ‘현장감’과 ‘사회적 감수성’을 갖춘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지역 커뮤니티의 쓰레기 문제, 유휴 공간 활용, 고령화 대응, 청년 창업 지원, 어린이 놀이터 개선 등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은 모두 디자인을 통해 해결 가능한 주제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디자인이 단순한 조형 활동이 아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도구임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협력 과정 자체가 교육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들과의 인터뷰, 워크숍, 피드백 세션을 통해 디자인의 결과물이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만든’ 결과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디자인의 결과뿐만 아니라, 교육의 과정에서도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긴다.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은 지속 가능한 사고방식과 순환적 디자인 개념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재료의 재사용, 지역 자원의 활용, 로컬 문화의 재해석 등을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지역 정체성을 동시에 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기술적 역량과 더불어 공감 능력, 사회적 책임감, 윤리적 사고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커뮤니티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현실적인 감각을 얻고, ‘디자인을 통한 변화’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된다. 디자인 교육은 바우하우스(Bauhaus)로 대표되는 근대 디자인 운동에서 시작하여 오랜 기간 동안 주로 ‘전문 디자이너의 양성’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왔다.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공예, 산업 기술을 통합한 혁신적인 교육 철학으로, 디자이너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기능성과 심미성을 조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디자인 교육은 여러 산업적 요구에 발맞추며 점차 기술적 완성도와 창의성을 갖춘 '전문직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자인이 다루는 문제 영역이 산업 중심에서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맥락으로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디자이너의 역할도 단순한 문제 해결자를 넘어 공동체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해외 디자인 교육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교육(community-based design educ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교육과정에 구조적으로 통합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칠레 가톨릭대학교(PUC)의 서비스러닝(Service Learning) 모델 역시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지역 문제에 참여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지역 사회와 상호 학습하고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디자인 전문 저널과 국제적 연구 보고서들은 이러한 커뮤니티 참여형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 교육의 미래 워킹 그룹(Future of Design Education Working Group)은 디자인 교육이 더 이상 교실 안의 가상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며 실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 설계(co-design)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커뮤니티는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도출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하며 디자인 교육 또한 이를 촉진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CDC 등에서 제시하는 ‘커뮤니티 참여의 원칙’과도 맥락을 같이하며, 디자인이 공공성과 사회적 연대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국제 디자인 학술지에서는 커뮤니티 중심 디자인이 가져다주는 교육적 효과로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감수성과 시스템적 사고, 그리고 윤리적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앤드류 셰이(Andrew Shea)는 사회 변화를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Social Change)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규모가 작더라도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며, 학생들이 디자인을 통해 의미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늘날 디자인 교육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 변화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교육적 전환점에 서 있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독립된 창작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동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 교육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필수 요소로 삼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참여, 신뢰, 윤리, 지속가능성과 같은 원칙들을 반영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의 미래를 위한 방침과 방향 디자인 교육은 이제 단순히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인 환경 파괴, 공동체의 해체, 사회적 불평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은 보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공동체 지향적인 사고로 나아가야 한다. 그 중심에는 바로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이 있다. 이러한 교육은 무엇보다도 공감과 참여를 기본으로 한다. 학생들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자인 파트너’로서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교육이 가상의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미래의 디자인 교육은 현실 속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실천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교육 방향이 중요하다. 재료의 재사용, 에너지 절약, 환경친화적인 공정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존중하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환경을 고려하는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의 지속적인 성장과 회복을 함께 도모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디자인 교육의 중요한 변화는 교실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 골목, 마을, 공동체 공간으로 나가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사회적 감수성, 실천 능력, 협업의 태도를 길러준다. 이 과정은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과정에서의 배움과 소통, 반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 또한 디자인 교육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확장될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 사회학, 환경과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은 더 넓은 맥락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융합적 접근은 학생들이 복잡한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입체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기술 또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R이나 VR, IoT 기술을 통해 지역의 물리적 공간을 시각화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사용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지역성과 공동체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커뮤니티와 공존하는 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윤리적인 태도, 공공적 책임, 지속적인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디자인은 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삶의 방식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우리는 디자이너를 넘어선 사회 변화의 촉진자, 커뮤니티의 동반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 교육의 방향이자 철학이다. 덧붙이는 글 | 장민 / 张敏 / Zhang Min 장민(张敏)은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맥락주의적 시각에서 본 베이징 구시가지 도시 광장의 재생 디자인 연구》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SCI에 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산시공상학원 예술디자인학원에서 강사로 재직중이며, 무형문화유산 및 제품 디자인, 영상 파생상품 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및 관광 문화 창작 디자인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공간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 활동도 하고 있다.
    • 오피니언
    • 투명하고 건전한
    2025-04-23
  • [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③] 동굴 벽화와 상징적 기호의 기원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사회기호학적 관점에서 상징적 사고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재해석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은 기호(sign)와 의미 작용(semiosis)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인간의 상징체계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통되는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그들 사회 내부에서의 의미 생성, 정체성 형성, 집단적 세계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류의 기호 사용은 언어 이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기원을 추적하는 데 있어 동굴 벽화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네안데르탈인에 의해 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벽화는, 단순한 장식이나 낙서가 아닌 사회적 의미와 의도를 담은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사회기호학(Socio-semiotics)은 이러한 원시적 기호를 단순한 이미지나 물리적 흔적이 아닌 당대 집단의 인식 구조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로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사회기호학의 관점에서 보면,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개인의 표현을 넘어 공동체 내부의 의미 작용 체계의 일부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특정한 동물의 형상이나 추상적인 기호들은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 집단 간 소속감의 표시, 혹은 기억의 전달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기록’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이는 기호가 단지 시각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고 공유되는 행위임을 시사한다. 상징(symbol)은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기호 체계로, 그 자체로는 자의적인 것이지만 반복과 관습을 통해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에 나타난 도형이나 색채의 배치는 그러한 상징체계의 초기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단순히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나아가 인간 상호 간 관계를 의미화하려는 시도를 했음을 보여준다. 기호의 사회적 기능 중 하나는 기억과 정체성의 형성이다. 동굴이라는 닫힌 공간에 그려진 그림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내부자들에게 강한 상징적 인상을 남겼을 것이며, 이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집단 내 지식의 세대 간 전승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즉, 동굴 벽화는 일종의 ‘기호적 유산(semiotic heritage)’으로 기능하며, 인류 초기의 문화 형성과 사회 조직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시각적 산물이 아닌, 상징적 기호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전달한 초기 인간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기호적 존재임을 드러내며, 기호의 사용이 사회와 문화의 형성에 있어 얼마나 본질적인 요소인지를 시사한다. 기호 창조자로서의 네안데르탈인 과거 인류학계에서는 기호를 창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 즉 상징적 표현(symbolic representation) 능력을 호모 사피엔스만의 고유한 인지적 특성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약 64,8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동굴의 벽화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물리적 세계를 넘어서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집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호 시스템을 가졌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기호학은 인간의 사고와 의사소통을 기호의 생성, 해석, 순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며, 사회기호학은 이러한 기호 체계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네안데르탈인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기호의 창조자, 곧 사회문화적 의미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존재로 재조명하는 것은 인류 진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중요한 시도이다. 전통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다루며, 동굴에 거주했던 생물학적 인간으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 예컨대 스페인의 엘 카스틸로(El Castillo) 동굴에서 발견된 6만 년 전의 벽화나, 매장 흔적과 붉은 황토 사용 등은 이들이 단순한 도구 사용자를 넘어 상징과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주체였음을 시사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히 물리적 생존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물이나 행위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공유했음을 의미한다. 사회기호학적 관점에서 기호는 개인의 인지적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생성되고 해석된다. 네안데르탈인의 의례적 매장, 특정 색채나 장신구 사용, 공동의 동굴 벽화 제작 등은 이들이 공동체 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체계, 즉 의미의 경제(semiotic economy)를 구축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사회적 유대 강화, 세대 간 지식 전달, 정체성 형성 등의 기호적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독특한 진화적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그러한 능력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인류 진화는 단순한 인지능력의 확장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 생성 능력의 진화, 다시 말해 기호 창조와 해석의 진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지 호모 사피엔스의 전 단계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homo semioticus)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호의 사회적 맥락과 집단 정체성 사회기호학은 기호가 개인의 인지적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의미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는 개인 예술가의 창작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에서 공유되는 상징체계의 시각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장소(예: 동굴의 어두운 벽면)를 선택하고, 특정 색(붉은 색소)을 사용하며, 특정 형식(기하학적 도형, 손 스텐실)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례적 또는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행위, 다시 말해 상징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의미를 공유하고 정체성을 강화하는 기호적 실천이다. 시공간을 넘는 커뮤니케이션 기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의미 전달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는 수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정보를 저장하고 후대에 전달하려는 시도, 즉 기억의 외부화(externalization of memory)를 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사회기호학에서 말하는 '기호의 지속성과 전이성'이라는 특성과 부합하며,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준다. 인지적 동등성과 인간 개념의 재정의 사회기호학은 기호 생산과 해석의 과정을 인간성(humanness)의 핵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는 인류학적 편견을 재고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기호를 다루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종과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벽화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의미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호적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을 생물학적 차원이 아닌 의미 작용과 기호 사용의 능력으로 이동시키며, 네안데르탈인을 '비인간적 타자'가 아닌 기호적 주체로 재조명하게 한다. 사회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와 문화, 사고방식이 반영된 상징적 실천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기호 사용의 기원이 호모 사피엔스에 국한되지 않으며, 네안데르탈인도 복잡한 사회적 의미와 상징체계를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의미 생성의 기원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지며, '기호를 통해 사회를 구성한다'는 사회기호학의 핵심 명제가 시간적으로 더 멀리 확장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상징적 표현과 사회적 복잡성의 상관관계 리스본 대학교 연구 교수이자 고고학자 주앙 지우항 (João Zilhão)는 상징적 표현의 등장이 인구 밀도 증가와 사회적 복잡성의 증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다양한 집단 간의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공통된 상징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는 동굴 벽화와 같은 시각적 상징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MIT의 언어학자 미야가와 시게루(Shigeru Miyagawa)는 동굴 벽화가 청각적 자극을 시각적 표현으로 전환하는 '감각 간 정보 전이(cross-modality information transfer)'의 예라고 설명한다. 이는 초기 인류가 소리의 반향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특정 위치에 그림을 그렸다는 고고음향학적 연구에 기반한다. 이러한 능력은 상징적 사고의 외재화로 언어의 발달과도 연결될 수 있다. 호주의 아넘랜드에서의 민족고고학적 연구는 동굴 벽화가 단순한 예술을 넘어, 규범, 신화, 집단 정체성 등을 전달하는 사회적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굴 벽화는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인류가 상징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고 사회를 조직화하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는 언어, 종교, 문화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참고자료 1.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ancient-cave-paintings-clinch-the-case-for-neandertal-symbolism1/?utm_source=chatgpt.com 2. https://ko.wikipedia.org/wiki/%ED%98%B8%EB%AA%A8_%EC%82%AC%ED%94%BC%EC%97%94%EC%8A%A4 3.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dventure/article/120614-neanderthal-cave-paintings-spain-science-pike 4.https://www.google.com/searchgs_ssp=eJzj4tZP1zc0MjYyjU8pM2D04s3KP7w4X6EqMycDSAMAeTUJ8w&q=jo%C3%A3o+zilh%C3%A3o&oq=Jo%C3%A3o+Zilh%C3%A3o&gs_lcrp=EgZjaHJvbWUqCQgBEC4YExiABDIOCAAQRRgTGDkY4wIYgAQyCQgBEC4YExiABDIICAIQABgTGB4yCAgDEAAYExgeMgoIBBAAGAgYExgeMgoIBRAAGAgYExgeMgoIBhAAGAgYExgeMgcIBxAAGO8FMgcICBAAGO8FMgoICRAAGAUYExge0gEJMjM4MWowajE1qAIIsAIB&sourceid=chrome&ie=UTF-8 5. https://www.google.com/search q=%EB%AF%B8%EC%95%BC%EA%B0%80%EC%99%80+%EC%8B%9C%EA%B2%8C%EB%A3%A8&oq=%EB%AF%B8%EC%95%BC%EA%B0%80%EC%99%80+%EC%8B%9C%EA%B2%8C%EB%A3%A8&gs_lcrp=EgZjaHJvbWUyBggAEEUYOdIBCTE2MzlqMGoxNagCCLACAQ&sourceid=chrome&ie=UTF-8 6. https://namu.wiki/w/%EC%95%8C%ED%83%80%EB%AF%B8%EB%9D%BC%20%EB%8F%99%EA%B5%B4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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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1
  • [묘청청의 ESG건축 칼럼⑤] 흰개미집의 원리... 맥 피어스(Mick Pearce)의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
    건물이 사람이 거주한 이후 스스로의 생명을 얻기 시작했는지는 판단의 문제입니다. 이건물은 흰개미와 같은 생명체의 은유에 기반하여 설계되었습니다. 건축은 ‘살기위한 기계’가 아닌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 맥 피어스 - 지속 가능한 건축은 미래 세대의 자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세대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은 인류문명의 기반이 되었지만 자연, 사회,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맥 피어스의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벽돌, 복원된 석조의 새로운 질서, 강철과 유리의 오래된 질서가 만난 새로운 생태건축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으로 부터 얻은 소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질서는 자연에 대한 생물권, 짐바브웨의 고대 전통 석조 건축을 통해 지역 사회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외부에 붙여진 개미집과 같은 석조 요소들은 작은 창문을 햇빛으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외부 표면적을 늘려 야간에는 내부 공간으로 부터의 열 손실을 개선하고 주간에는 열 획득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제작되었으며 짐바브웨의 거친 자연경관 속 이끼로 뒤덮인 바위와 어울리는 화강암 골재를 사용하였다. 수평으로 돌출된 선반은 녹색 덩굴을 지탱하는 강철 링 기둥으로 구분되어 도시에 자연을 되살리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건축 시스템에 사용된 모델은 흰개미였다. 그는 건축을 르 꼬르뷔지에가 주장한 "건축은 살기 위한 기계"가 아닌 생태계의 일부로서 흰개미 집의 개념을 자신의 건축 철학에생태 반영한 것이다.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는 짐바브웨 하라레에 위치한 생태모방의 혁신적 건축물로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가 맥 피어스(Mick Pearce)가 설계했다. 짐바브웨 출신인 그는 자연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아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자연의 원리를 건축에 적용해 생태모방건축, 친환경 건축가로 명성을 알렸다.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흰개미 집중에서도 환기 시스템을 모방한 설계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시도는 건축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흰개미는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고 밤 기온은 영하에 가까워지는 극심한 일교차 속에서도 개미탑 내부를 항상 섭씨 29~30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개미탑의 위아래에 난 여러 개의 구멍을 여닫으며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독특한 환기 시스템 덕분이다. 맥 피어스는 흰개미의 집에서 이러한 자연의 지혜를 터득하고 그 원리를 건축에 그대로 반영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설계 핵심은 공기의 순환이다. 건물 꼭대기에는 63개의 통풍구가 설치되어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지하 바닥에는 수많은 공기구멍을 뚫어 차가운 외부 공기가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붉은 기와 지붕의 능선을 따라 48개의 벽돌 깔때기가 내부 스택 위에 있으며, 이 깔때기가 아래 7개 층의 사무실에서 배출되는 공기를 끌어낸다. 사무실 층 아래에는 크로스 셰브론 스크린 뒤편의 메자닌 플랜트 룸이 있으며 저용량 및 고용량 팬 32개 뱅크가 필터를 통해 아트리움에서 공기를 끌어온다. 이 공기는 각 사무실 윙의 중앙 스파인 코어에 있는 수직 덕트의 공급 섹션을 통해 위로 밀어 올려진다. 덕트에서 공기는 빈 바닥을 통해 창문 아래의 낮은 그릴로 공급된다. 건물의 공기는 인간 활동으로 따뜻해지면 아치형 천장으로 올라가고, 각 볼트 끝의 배기구로 빨려 나가 석조 덕트 시스템을 통해 중앙 수직 스택의 배기구로 연결된다. 사무실 공간에서는 업라이터가 콘크리트 아치형 천장을 사용하여 빛을 아래쪽으로 반사하고 열을 흡수한다. 또한 두 개의 건물을 대칭형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를 비워 하나의 대형 로비 공간(‘공기통’)으로 구성했으며, 천장에는 유리 캐노피를 설치해 전체를 하나의 건물로 연결했다. 이 공기통에는 소형 팬을 배치해 공기를 양쪽 건물로 순환시키고, 자연 대류 현상과 함께 냉방 효과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의 원리를 건축에 실질적으로 통합한 대표적 사례로 에어컨 없이도 내부 공간의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동 냉방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실제로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를 섭씨 24도 정도로 유지하며, 동일 규모의 다른 건물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건물의 열 관리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과 정밀한 설계가 결합된 복합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붉은 기와 지붕 아래 48개의 벽돌 깔때기가 각 층에서 배출되는 더운 공기를 위로 끌어올리고, 그 아래에는 저용량과 고용량 팬 32개가 설치된 메자닌 기계실이 위치해 있다. 이 팬들은 공기를 아트리움에서 각 사무실로 순환시키며, 공기는 수직 덕트를 통해 빈 바닥 아래로 이동한 후, 창 아래 설치된 그릴을 통해 실내로 공급된다. 내부에서 따뜻해진 공기는 다시 천장을 따라 상승해 배기구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콘크리트 아치형 천장은 열을 흡수하고 빛을 반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아치형 천장과 그 위 빈 공간은 샌드위치 구조로 열교환기처럼 작동한다. 차가운 밤공기는 내부 열을 배출하고, 낮에는 외부 공기를 3도 정도 냉각한 후 실내로 유입시킨다. 고용량 팬은 밤에 작동해 시간당 10회의 공기 교환을 수행하고, 낮에는 저용량 팬이 시간당 2회의 공기 교환을 담당한다. 이처럼 공기 전환의 타이밍을 조절함으로써 생물권의 일주 변동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하라레의 기존 6개 HVAC 완비 건물 대비 총 에너지 소비량이 35% 적고, 초기 자본 비용도 건물 전체 비용의 10%가량 절감된다. 정전이나 HVAC 시스템의 고장이 잦은 다른 건물과 달리 이스트게이트는 자연 대류 시스템을 활용해 일관된 쾌적성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외관과 자재 구성 또한 지역성과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되었다. 노출 콘크리트와 석조 요소, 그리고 덩굴 식물을 감싸는 강철 구조물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기능적 통합을 이룬다. 이는 지역주의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이자 지역 자원과 인력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로 평가된다.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공간이다. 기술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속 가능한 개발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건축은 단기적인 에너지 절감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건축이 생태계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참고자료 1. https://www.eastgateshops.com/about-us/ 2. https://www.mickpearce.com/Eastgate.html?utm_source=chatgpt.com 3.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18032115292702726 4. https://livinspaces.net/design-stories/ls-tv/watch-how-the-eastgate-center-in-zimbabwe-cools-itself-without-air-conditioning/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 오피니언
    • 투명하고 건전한
    2025-04-18
  • [오윤숙의 건축토크 ③]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 (Gateshead Millennium Bridge) ...움직이는 곡선, 도시를 잇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기울어지는 다리’로, 뉴캐슬게이츠헤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이다. 이 독특한 다리는 윌킨슨 에어 건축사(Wilkinson Eyre Architects)가 설계를 맡고, 구조 엔지니어링은 기포드(Gifford)가 담당했다. 타인강을 따라 여러 유명한 다리들이 있고 타인 브리지(Tyne Bridge)나 로버트 스티븐슨의 하이 레벨 브리지(Robert Stephenson's High Level Bridge)의 끝자락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도시의 다리 풍경을 완성한다. 게이츠헤드와 뉴캐슬의 키사이드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타인강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 다리이다. 기능적인 목적 외에도, 우아한 곡선미와 정교한 구조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 아이콘이 되었다.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는 사람들은 다리 아래를 지나며 특별한 시야를 경험하고, 강둑에 모인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다리가 부드럽게 기울어지는 장관을 함께 즐긴다. 마치 눈을 깜빡이듯 아치와 데크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치의 꼭대기는 평소 타인강 수면보다 약 50미터 위에 있어, 멀리서도 그 위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단순한 교량을 넘어,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타인강 위로 불어오던 바람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일몰은 붉고 고요했고, 강물은 그 빛을 머금은 채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하나의 유려한 곡선이 도시의 시간을 가로질러 서 있었다. 움직이는 구조, 감각으로 남은 건축. 건축이 단지 형태의 언어가 아닌 도시의 삶과 감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매개하는 문장이라는 것을 몸으로 이해했다. 2002년 RIBA Stirling Prize 수상작이자, 세계 최초의 틸팅(Tilting) 브리지로 이 다리는 기능, 구조, 도시, 감정을 하나로 이으며, 쇠락한 도시의 기억 위에 새로운 감각과 움직임으로 공간을 되살린 상징물이었다. 구조가 만든 풍경, 강철의 곡선 이 다리는 단지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교량이 아니다. 130m 길이와 45m 높이, 포물선형 곡선으로 구성된 이 구조는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를 가로지르는 타인강 위에 도시의 선율을 그리듯, 부드럽고 단정하게 펼쳐진다. 850톤에 달하는 강철의 육중함은 LUSAS 구조 해석 시스템을 통해 기술적 균형과 미적 감성을 모두 구현해낸 결과이며, 회전하는 구조물은 40도 각도로 기울며 강 위로 선박의 항로를 터준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블링킹 아이 브릿지(Blinking Eye Bridge)’라고 부른다. 기능과 시의 경계, 기술과 감성의 만남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재생된 도시의 중심 – 다리에서 시작된 회복 이 브리지는 단순한 교량이 아닌 도시 재생의 트리거(trigger)였다. 한때 산업 쇠퇴로 침체되어 있던 게이츠헤드 부두(Gateshead Quays)를 뉴캐슬의 문화 자산과 잇는 이 다리는, 물리적 연결을 넘어 상징적 회복의 시작점이었다. 다리 주변은 이후 갤러리, 공연장, 카페, 광장으로 다시 채워졌고, 도시는 강을 따라 걷는 사람들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재생은 물리적 정비가 아닌, 정서를 회복하는 감각적 설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이곳에서 증명된다. 공간을 걷는 감각 – 르페브르의 실천적 공간 포물선형 데크 위를 걷는 감각은 그 자체로 도시와 맺는 관계의 형태가 된다. 폭 3~5m의 보행자 통로, 2.5m의 자전거 도로 그리고 캔틸레버. 그 미묘한 곡선 위를 걷는 경험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도시와 교감하는 하나의 감성적 통로였다. 르페브르의 공간 생산 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그저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실천되고 경험되며, 사회적으로 재생산된다. 게이츠헤드 브리지는 그 명확한 실례다. 공간 위를 걷는 우리는 모두 이 도시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행위자이다. 기술이 만든 시학 – 구조의 아름다움 LUSAS 브리지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설계된 이 다리는 높이가 45m이고, 타인 강을 가로질러 105m에 걸쳐 새로 부활한 뉴캐슬 부두와 반대편 게이츠헤드 부두 사이를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130m 길이의 교량 데크는 포물선형의 입면이며 강철 상자 단면으로 평면에서 데크 중앙으로 가늘어진다. 폭이 3m에서 5m까지 다양한 보행자 통로와 2.5m의 캔틸레버 자전거 도로가 있으며 메인 아치도 포물선형이며 평면과 입면 모두 가늘어진다. 이 다리는 8개의 전기모터, 14톤의 주물 베어링, 정밀한 회전 해석과 프리스트레스를 통해 850톤의 구조물을 단 4분 안에 기울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모든 계산은 LUSAS 해석 시스템과 3D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하게 예측되었고, 구조적 기술이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되었다. 기능적 논리를 조형적 해석으로 전환해낸 이 다리는, 구조적 정합성과 기술적 진정성을 바탕으로 도시 공간에 시적 리듬을 부여한 하나의 공공적 구조물이다. 도시를 잇는 다리, 사람을 모으는 장소 다리는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강은 도시를 나누지만, 다리는 도시를 다시 엮는다. 브리지를 걸으며 마주한 글라스하우스(The Glasshouse International Centre for Music)의 유리 파사드, 그 안에서 반짝이던 일몰의 흔적, 그 장면이 이 다리의 감성을 완성했다. 건축은 그 순간, 도시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다. 데이비드 하비가 말한 ‘도시에 대한 권리’는 이곳에서 조용히 구현되고 있었다. 누구나 걷고, 멈추고, 마주치며 도시의 서사 체험하는 공공의 장소가 바로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였다. 감각으로 이어진 도시 – 건축의 지속 가능성 이 다리는 에너지 효율, 생태 건축의 예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분명히 사람이 머무는 공간, 지역의 맥락을 존중하는 장소, 시간을 담고 감정을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게이츠헤드 브리지는 사회적·문화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21세기 건축의 한 모델이 된다. 건축의 지속 가능성은 재료나 설계 방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소를 만드는 데 있다. 이 다리는 도시의 재생을 견인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걷고, 머물고, 바라본다. 건축은 그렇게, 도시를 감싸 안는다. 건축은 도시를 기울인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움직이는 기술이자, 서서히 기울어지는 감정이며, 도시를 재구성하는 건축적 선언이다. 건축이 도시를 기울일 수도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렇게, 사람의 감정과 도시의 숨결을 잇는 방식일 것이다. 작은 기울임이 그 움직임은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을 이끌며, 도시의 감정을 조율하는 건축의 가장 조용한 선언이었다. Year : 2002 Winning Project : Gateshead Millennium Bridge /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 Architect : WilkinsonEyre / 윌킨슨에어 Material and Physical Properties : 강철, 역동적인 곡선 디자인 Address : S Shore Rd, Gateshead NE8 3BA 영국 참고사이트 : https://www.lusas.com/case/bridge/gateshead.html https://newcastlegateshead.com/business-directory/things-to-do/gateshead-millennium-bridge 오윤숙 (OH YUN SOOK)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친환경건축, 커뮤니티 디자인, 인간 친화적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사랑의 일기 재단 감사 및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사회적 책임과 인성 회복의 실천에도 힘쓰고 있다. 경영과 디자인, 사회적 가치를 잇는 선순환적 공간 비전을 실현하는 실천가이자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금융과 무역,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을 이끌며 쌓은 전략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디자인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골드윈즈 스페이스 대표이사, 한국ESG위원회 스튜어드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ESG 책임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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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하고 건전한
    2025-04-16
  • [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⑥]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순간 소비’ 공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경험을 소비하고 기록하며, 공간을 일상의 배경이 아닌 콘텐츠로 인식한다. 이들에게 공간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촬영하고 공유하고, 곧바로 이동하는 ‘순간 소비’의 무대다.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공간의 존재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선호하는 ‘순간 소비형 공간’은 어떤 특징을 가지며, 공간디자인은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할까? *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는 개인용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타블릿 등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2001년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그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순간 소비를 부르는 공간의 특성 디지털 네이티브는 공간을 ‘체류’가 아닌 ‘경험’으로 소비한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전시, 영상 속 한 장면을 위해 설계된 카페, 리포스팅과 공유를 위해 디자인된 팝업 공간 등은 모두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공간 소비를 상징한다. 공간은 브랜드의 철학이나 기능보다, 촬영각도, 색감, 구조의 독특함 등 ‘기록성’에 따라 선택된다. 전라북도 완주의 한옥마을에 위치한 고택과 카페는 BTS의 방문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조용한 아름다움과 정제된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나만 알고 싶은’ 공간으로 소비되며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었다. 이처럼 전통적 맥락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은 순간적인 방문과 기록의 대상이 되며, 기존의 콘텐츠 중심 소비 흐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회자된다. 또한 미국 뉴욕 더 브로드 현대미술관의 ‘인피니티미러룸(Infinity Mirrored Room)’은 거울로 둘러싸인 구조로 인해 SNS에서 수백만 건 이상 공유되며 세계적인 팝업 공간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특히, SNS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순간 공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차별화된 공간은 더 많이 노출되고 소비된다. 결국 공간은 정체성과 기능보다는 경험성과 가시성에 따라 생존하게 되는 셈이다. 디자인 전략의 변화: 경험을 위한 연출, 사라짐을 위한 설계 순간 소비형 공간은 오래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짧고 강렬하게 소비되기 위해, 철저히 이벤트성과 이동성을 고려해 설계된다. 서울 성수동은 명품 브랜드와 예술문화 팝업전시가 밀집된 지역으로,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가 짧은 기간 동안 감각적 팝업스토어를 열어 SNS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독립 예술가들이 전시와 체험을 결합한 이동형 전시장을 통해 공간을 예술 콘텐츠로 소비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라지기 위해 설계된 공간’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공간은 ‘컨텐츠화’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색채, 조명, 반사 재료,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은 모두 촬영 결과를 고려하여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시뮬레이션이나 가상공간 테스트는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고, 최적의 연출을 설계하는 데 활용된다. 백화점의 변신과 팝업스토어의 재정의: 더현대서울의 사례 전통적인 백화점의 역할 변화 속에서 더현대서울은 공간, 브랜드, 소비자 경험을 재설계하는 독특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여가 시간과 감성을 사로잡는 ‘설레는 공간’으로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팝업스토어가 있다. 더현대서울은 여의도라는 도심 거주인구가 적은 입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MD 구성과 트렌디한 팝업 콘텐츠 전략을 도입했다. 특히 지하 2층은 젊은 세대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로 탈바꿈했으며, 이곳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하는 팝업스토어다. 브랜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서고, 그 콘텐츠가 SNS 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도록 유도된다. 특히 슬램덩크, 블랙핑크 지수 등 화제성 높은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는 젊은 세대의 ‘기다림’을 콘텐츠로 전환하고, 팝업 그 자체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기억될 경험’이 되도록 한다. 더현대서울의 팝업 전략은 공간이 단순히 임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실험의 장이며 소비자 소통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매출 연동 수수료 기반의 상생 모델과 바이어의 적극적인 브랜드 발굴 경쟁 구조는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백화점 운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공간은 고객에게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브랜드에게는 시장 테스트와 팬덤 확장의 기회를, 백화점에게는 활력과 유입을 제공하며 삼자 간의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 결국, 더현대서울이 보여주는 사례는 팝업스토어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백화점의 미래 전략이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감성 소비’를 반영하는 새로운 도시 경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순간 소비의 그림자와 지속 가능한 대안 순간 소비형 공간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짧은 주기로 설치되고 해체되는 구조물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과도한 조명과 에너지 소비는 탄소 배출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팝업 공간은 ESG 경영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화려한 공간 연출은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폐기와 자원 소모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대응하여 일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재조립 가능한 모듈형 구조, 폐기물 최소화를 고려한 설계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일부 팝업 공간에 재활용 가능한 구조물과 친환경 자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회성 구조물을 최소화하는 운영 전략도 실험 중이다. 팝업스토어 후 남는 자재를 지역사회 전시나 공공 프로젝트에 재사용하는 순환 설계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아모레 성수'에서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테마로 한 '아모레리사이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이 팝업스토어는 성수동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타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사용된 가구를 수거해 재활용 소재로 활용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설치물과 친환경 브랜드 전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소비와 순환의 가치를 제안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공간 소비는 무엇을 말하는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공간 소비는 기능보다는 관계, 체류보다는 이동, 건축보다는 콘텐츠 중심의 문화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공간디자인이 반드시 물리적 구조물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들은 공간을 '경험의 장면'으로 소비하며, 공유와 확산, 참여와 재해석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 소비 방식은 자칫 공간의 일회성, 자원 낭비, 감각의 피로도라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공간 소비를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간 소비자 스스로가 팝업 공간의 제작 과정이나 지속가능한 재료 사용 여부에 대해 정보를 얻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공간의 의미를 구성하는 참여형 디자인을 확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재사용 가능한 콘텐츠형 공간 모듈 등의 개발도 고려해볼 수 있다. 순간 소비형 공간은 지속 가능성과는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연함과 확장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관계를 맺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과는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연함과 확장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관계를 맺는 공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공간을 빠르게 소비하고 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공간을 이미지로, 경험으로, SNS 속 콘텐츠로 남긴다. 이들이 남긴 ‘순간’은 또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이며 공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기억되는 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기록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 공간은 감성을 이해하고 기억을 설계하며, 순간을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선택하는 공간은 단순히 트렌디한 장소가 아니라, 감각의 언어이자, 감성의 플랫폼이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지속가능한
    2025-04-15
  • [진려의 똑똑한 미래 ④] 도시 농업의 미래, 싱가포르 수직농장의 혁신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재료로, 경도, 취성, 내열성, 내식성 등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50%가 녹지로 덮여 있는 '정원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자국 농산물 생산량은 전체 농산물 소비의 약 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소는 인접 국가에서 수입되며, 전체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량 의존 국가이다. 이와 같은 위기는 싱가포르가 자국 내 농업을 적극 개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로, 인구와 토지의 불균형이 심각해 넓은 면적이 필요한 전통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좁은 면적에서도 높은 생산량을 낼 수 있는 첨단 농업 방식, 즉 ‘수직 농업(Vertical Farming)’을 선택하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 기술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기술은 기존의 전통 농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싱가포르는 열대 지역에 위치해 햇빛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간과 햇빛의 이용을 극대화했다. 농업용 토지가 부족한 싱가포르에서 수직 농장은 고층 건물의 옥상을 이용한 고기술 농업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 옥상에는 꽃이나 잔디 대신 농장이 들어서 있으며, 수경재배나 어·식물 복합 양식(Aquaponics)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싱가포르의 많은 고층 건물들은 이미 수직 농장으로 전환되었다. 표 1 싱가포르 정부 허가 수직농장 7곳 현황 비교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을 상업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부터 수직 농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는 최초로 상업적 검증을 마친 수직농장이 등장했다. 현재 정부의 인정을 받은 7개의 수직농장이 채소, 어류, 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수직농장은 밀폐된 기술 환경과 24시간 조명, 조절 가능한 습도를 통해 전통 농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균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농장의 규모에 따라 판매 방식이나 관광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농산물 생산량은 510배, 수산물은 1,020배까지 증가한다. 싱가포르의 수직 농업은 고품질, 고수익 생산 방식이 농업 수익뿐 아니라 관광, 경관 문화 정보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수직 농업 기술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을 충분히 활용한 점이다. 국토 면적은 710㎢에 불과하고 경작지는 약 250에이커(약 101헥타르)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 가격이 비싼 싱가포르에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 수직 농업이다. 싱가포르 Sky Greens 수직 농장은 200 Lim Chu Kang Lane 3 Singapore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0,600㎡이다. 이 농장은 엔지니어 잭 응(Jack Ng)이 싱가포르 농식품수의국(AV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회사다. Sky Greens의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A-Go-Gro’ 재배 시스템이다. 이 수직 재배 시스템은 약 6미터 높이의 A자형 재배 타워를 사용한다. 1) 이 기술의 독특한 점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햇빛을 직접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재배 타워에는 22~26개의 재배 트레이가 있으며, 알루미늄 프레임을 따라 재배 트레이가 초당 1mm 속도로 천천히 회전한다. 8시간에 한 바퀴를 돌며 각 층의 트레이가 회전하기 때문에 모든 채소가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위쪽의 채소는 햇빛에 많이 노출되어 온도가 높고, 가장 아래쪽은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 온도 차이가 채소의 맛을 더 좋게 만든다. 트레이의 회전은 전력이 아니라 수력 시스템으로 구동되며, 빗물을 모아 동력을 제공하고 필터링을 거친 물은 다시 관개 시스템에 사용된다. 이 저탄소 설계 시스템은 소비 전력이 단 60와트 전구 하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 ‘A-Go-Gro’ 시스템은 전통 농업보다 5배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며, 배추,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 청경채 등 다양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채소를 자연적인 방식으로 성장시키며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이 풍부한 기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작물 재배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통 농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LED 조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 중이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의 식물 재배 기술은 무토양 재배 방식으로, 수경재배(hydroponics)와 기질재배(substrate cultivation) 방식을 사용하며, 햇빛을 이용하여 채소가 더 잘 자라도록 하고, 빗물을 수집해 재활용한다. 또한, Sky Greens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통해 유리 외벽을 활용하여 모든 채소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층의 재배 트레이는 프레임을 따라 회전하여 최상단과 최하단의 채소 모두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바닥은 청소가 쉽고 균이 자라기 어려운 저렴한 시멘트를 사용했으며, 열을 고르게 받아 채소 생장에도 유리하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도심에 위치해 있어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용이하다. 건물 외형은 직육면체 형태로, 더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햇빛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작물 생장에 유리하다. 공간 구성은 A-Go-Gro 시스템의 회전 트레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르게 빛과 공기를 공급하고 물을 주는 조건이 유지된다. 이 시스템은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전통 농업보다 훨씬 높다. 에너지 소비는 낮고, 자연광을 활용하며 인공조명이 필요 없다. 물 사용량도 적고, 식물은 빗물을 통해 관수와 비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물 낭비와 전력 낭비가 없다. 1.7톤에 달하는 수직 구조물의 회전에 필요한 물은 단 0.5리터이며, 물은 밀폐된 지하 저장고에서 회수되고 재활용된다. Sky Greens는 학습 공간도 별도로 마련하여 학생들과 일반 방문객이 견학하고 배울 수 있도록 1층에 교육 공간을 배치하였다. 2011년 6월 싱가포르 개발부(2MND)가 주최한 도시 지속가능 개발 연구 대회에서 AVA와 함께 ‘수직 농업 연구개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싱가포르의 도시 식량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녹색 솔루션으로, Sky Greens는 세계 최초의 저탄소 수력 구동 수직 농업 시스템의 창시자이자 건설자임을 입증하였다. 참고자료1) https://zhuanlan.zhihu.com/p/20779197/ 2) https://baijiahao.baidu.com/s?id=1728282846441524008&wfr=spider&for=pc 진려 / 陈丽 / Chen Li 중국 난징예술학원 디자인학원에서 실내 디자인학 석사를 마치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인테리어 아키텍쳐랩(Creative Interior Architecture La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래도시 수직농장의 3T(ICT, Plant Technology, Spatial Technology) 기술 예측 연구’이다. 또한 현재 ESG 코리아 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사단법인 한국 ESG 위원회(Korea ESG Committee) 미래기술위원회(Future Technology Committee)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수직 농장의 정보화 기술, 재배 기술, 공간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마트 팜의 공간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와 중국 ‘예술백가’의 중문 핵심 정기간행물에 ‘해체주의 실내공간설계의 창작 관념과 수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5년 6월에 출판 예정인 ’생태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서적의 중국어, 영어 교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지속가능한
    2025-04-11
  • [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④]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예술 실천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경도, 취성, 내열성 및 내식성을 갖춘 다양한 재료를 지칭한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 세라믹은 경제, 예술 및 문화유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경제와 문화의 중요한 매개체로서도 기능하고 있다.2)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세라믹은 사회적 생산 및 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소재이며, 그 적용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다.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세라믹의 생산, 사용 및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자원 남용과 낭비, 에너지 낭비, 기후 변화, 환경 오염, 폐기물 배출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유럽에서는 세라믹 산업의 각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7%에 달하며, 이는 매년 수백만 톤의 세라믹 폐자재가 매립되고 있음을 의미한다.3) 이러한 고체 폐기물은 대량의 토지 자원과 석탄 등의 에너지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4) 전반적으로 세라믹 산업은 높은 생산 가치와 높은 에너지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주요 산업 온실가스 배출 분야 중 하나이다. 이수경(Yeesookyung)은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폐기된 작품들을 사용하여, 세라믹 조각들을 접착제와 금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형태로 재조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였다. 그녀는 버려진 사물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모든 기존 사물의 본래 모습을 중시하였다.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세라믹 폐자재 조각을 활용하여 창작되었으며, 예술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과 환경 보호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성 공법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소성 과정에서의 자원 소모와 환경 영향을 감소시켰다. 세라믹 폐자재를 활용한 이 도예 작품은 쓰레기 예술(JUNK ART)의 미학적, 기능적 가치를 보여주며, 환경 보호 개념의 확산과 세라믹, 환경,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진하고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의 세라믹 예술 작품은 전통 세라믹 작품에서 발생한 세라믹 폐자재를 현대 예술 기법과 결합하여, 현대적 미감을 반영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는 한국의 세라믹 문화를 전승함과 동시에 문화의 혁신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시대 및 재료에 대한 고찰을 반영하며, 본토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강화한다.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국내외 전시회에서 선보여졌으며, 전 세계 관객에게 세라믹 폐자재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는 강한 교육적 의미를 지니며, 대중이 예술과 환경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은 창작 과정에서 자신의 창작 이념을 공개하였으며, 세라믹 폐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 예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수경(Yeesookyung)의 성공 사례는 다른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관련 기관 및 환경 단체에 유용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며, 대중이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창작 방식을 채택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시카고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서울미술관 등 세계적인 기관들에 소장되고 있다. 또한, 주요 언론들에서 관련 보도 및 홍보가 이루어졌으며, 그중 한국의 조선일보는 이수경(Yeesookyung)이 깨진 세라믹 조각을 이어붙인 작품이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부분을 보도하였다. 또한,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세계 각지의 주요 전시회에 초청되었으며,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화 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예술가는 세라믹 폐기물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의미 있는 작품을 창조하고, 개인적인 예술적 언어를 명확히 하여, 예술 감상을 통해 환경 보호와 사회 교육의 긍정적인 의미를 증진시킨 바 있다. 인도에서 찬디가르 찬디가르 록 가든(Rock Garden of Chandigarh)은 인도 예술가 네크 찬드(Nek Chand)가 1957년에 창작한 작품이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깨진 팔찌, 세라믹기, 기타 폐기물과 같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든은 찬디가르의 인기 있는 관광지로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1976년에야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공원으로 선포되었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환경 예술'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전형으로 인정받아 여러 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2015년 이후 찬디가르 록 가든은 네크 찬드의 예술가 및 장인 팀에 의해 지속적으로 관리 및 확장되고 있다. 예술과 창의성을 통해 세라믹 폐자재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여 정원의 건설 및 장식에 적용함으로써 환경을 미화하는 동시에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높였다. 세라믹 폐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건축 및 장식 자재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원 재활용을 촉진하고, 자원 채굴과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였다. 이는 점토 자원의 채굴 감소,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및 에너지 소비 절감 등 자연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세라믹 폐자재를 가치 있는 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대중의 환경 보호 의식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방문객과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환경 보호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결속력과 참여 의식을 강화하였다. 1997년, 이 정원은 네크 찬드(Nek Chand)의 작업을 지원하고 록 가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등록된 자선 단체인 '네크 찬드 재단(Nek Chand Foundation)'을 설립하였다. 이 재단의 프로젝트에는 조사 수행, 시급히 필요한 다큐멘터리와 홍보 자료 출판, 전시회 개최 및 반년마다 진행되는 자원봉사자 여행 조정 등이 포함되며, 이는 네크 찬드와 그의 예술 작품을 기념하고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이 정원의 건설과 유지에는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정부, 재단, 지역 사회 및 자원봉사자들의 공동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책임 있는 관리 방식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의 창의적 형식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의 기능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대중의 환경 보호 의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공공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미적 경험과 공간 체험을 통해 세라믹 폐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높은 참여도와 예술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였다. 참고문헌 1)https://depts.washington.edu/matseed/mse_resources/Webpage/Ceramics/ceramichistory.htm 2)Agata Lo Giudice, Carlo Ingrao, Maria Teresa Clasadonte, Caterina Tricase, Charles Mbohwa, 3) F. Pacheco-Torgal, S. Jalali,Reusing ceramic wastes in concrete,Construction and Building Materials,Volume 24, Issue 5,2010 4) https://www.archdaily.cn/cn/988055/jian-zhu-de-ren-wu-tan-jian-pai-cong-cai-liao-kai-shi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 오피니언
    • 지속가능한
    2025-04-10
  • [현동훈의 공간언어 ②] 보이지 않는 공간, ‘티르피츠 박물관 (Tirptiz Museum)’
    건축은 지어놓으면 약 50년 이상은 거뜬히 버티며, 소재와 관리 정도에 따라 100년 이상을 유지하기도 한다. 공간은 사람의 삶과 가장 밀접한 만큼 시간의 변화에 민감하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리모델링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제 용도를 잃어버려 방치된 건축물은 근대건축에서 기능적인 역할에 따라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 되었다. 현대에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환경적 가치에 반응하여 친환경적 소재 및 환경적인 시공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용자 중심이라는 소비적 가치에 맞게 제공하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과거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여 용도를 변화시킨 건축물이며, 기존의 벙커를 하나의 동선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 BIG의 설계 철학 중 하나는 기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건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지하에 매립된 형태로 설계되어 덴마크 블라반드의 모래 언덕과 융화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멀리서 보면 박물관이 존재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있으며, 이러한 설계 방식은 과거의 군사적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여 전쟁의 상흔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4개의 요소를 통해 구성되었으며, 다음과 같다. (1) SUNKEN VOID – 두 개의 길이 박물관에서 교차하며, 마치 모래 언덕을 절개한 듯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선큰 보이드는 각각의 박물관 갤러리 네 개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를 통해 묻혀 있는 공간에도 자연광과 전망이 스며든다. (2) PRESERVATION LOOPHOLE - 이 지역의 풍경은 자연 보호 구역으로 건축이 금지되어 있지만, 한 개의 모래 언덕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둑이다. 이는 보존 규정의 조항 속에서 발견된 하나의 예외적인 기회였다. (3) FOUR MUSEUMS - 벙커 옆에서 BIG는 하나의 구조 안에 네 개의 박물관(벙커 박물관, 지역 역사 박물관, 호박 박물관, 예술 박물관)을 설계하였다. (4) PATHS - 모래 언덕이 높아지는 곳에서, 길은 언덕을 뚫고 들어가 보행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동선 박물관 방문객은 먼저 벙커를 본 후 박물관 단지 중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섬세하게 깎인 부분을 보게 된다. 중앙 안뜰을 통해 4개의 지하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비야케 잉겔스는 “티르피츠의 건축은 2차 세계대전 벙커와 대조적이다. 무겁고 밀폐된 벙커는 새로운 박물관의 가벼움과 개방성으로 대응되며, 갤러리는 모래 속의 열린 오아시스처럼 모래 언덕과 통합되어 나치 요새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벙커는 어두운 유산의 유일한 랜드마크로 남아있으며, 면밀히 살펴보면 새로운 문화적 만남의 장으로 이어진다.”며 티르피츠 박물관을 소개했다. 경험하는 박물관 단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방문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박물관 내부 구조는 네 개의 갤러리가 X자 형태로 교차하여 미로처럼 설계되어 있으며, 네 개의 전시 공간을 탐험하듯 이동하는 동선은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전시물뿐만 아니라 건축적 요소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작용한다. 전쟁 당시의 어두운 역사와 대조되도록 조도를 세밀하게 조정했는데,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시시각각 달라지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방문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BIG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방문객이 수동적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하였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방문객은 단순한 정보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흔적과 평화로운 자연이 공존하는 경험을 선사하며 직접 공간 속에서 체험하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공간이 앞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장소에 새로운 환경적 가치를 불어넣고,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경험하며 역사와 건축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티르피츠 박물관을 통해 향후 공간이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4-09
  • [코이오스의 뷰 ⑥] 성폭행, 문화적 낙인, 그리고 정의를 위한 투쟁에 대한 국경을 넘은 조사
    저우 젠하오(Zhenhao Zhou)는 두 개 대륙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한 중국 국적의 박사과정 유학생이었습니다. 경찰은 약 50명에 달하는 성폭행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3명의 여성만이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현재도 경찰은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계속해서 수집 중입니다. 피해자들의 익명 보호를 위해 이 글에서는 그들을 레이첼(Rachel), 앨리스(Alice), 베스(Beth)라고 부르겠습니다. 레이첼은 온라인을 통해 저우 젠하오를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원래 바에서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저우 젠하오는 그녀를 광둥성 둥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저우 젠하오는 레이첼에게 알코올이 섞인 음료를 만들어주었고, 레이첼은 곧 어지럽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후 저우 젠하오는 그녀를 성폭행했습니다. 레이첼은 의식이 있었지만 말을 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이것이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저우 젠하오의 집에서 술을 마신 상황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둥관은 작은 지역이기에 가족, 친구,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자신을 "부적절하고 무분별한" 사람으로 여길까 두려워 신고를 망설였습니다. 앨리스 또한 유사하게 동의 없이 약물을 투약당하고 부적절한 영상 촬영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2021년 런던에서 앨리스는 중국인 친구들과 클럽에 갔다가, 지인의 초대로 저우 젠하오와 함께 블룸즈버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두 병의 술이 있었고, 앨리스와 그녀의 친구는 같은 병의 술을 나눠 마셨지만 저우 젠하오는 자신의 병만 마셨다고 합니다. 곧 두 사람은 극심한 졸림과 무기력함을 느꼈고, 저우 젠하오는 늦은 밤 택시를 타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신의 집에서 잠시 쉬라고 권했습니다. 앨리스가 깨어났을 때, 저우 젠하오가 자신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고, 카메라 화면의 반사된 빛이 그녀의 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공포와 아드레날린에 휩싸인 앨리스는 방을 벗어나려 했지만,저우 젠하오는 그녀를 문에서 끌어당겨 막았습니다. 결국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이후 저우 젠하오는 중국 SNS인 위챗을 통해 그녀에게 다음 날 저녁 식사를 하자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충격에 빠진 앨리스는 그 이후로 저우 젠하오와 다시 연락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겪은 피해를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당시 우리 친구들 대부분은 (저우 젠하오가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있었을 거예요. 여성 친구들 중 일부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녀의 친구 지에(Jie)는 저우 젠하오의 범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러 관계와 연결고리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마지막 피해자인 베스는 자신이 겪은 피해를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다른 여성 피해자들과 연결되었습니다. 이들은 영국 경찰의 협조하에, 중국에 있으면서도 직접 런던에 가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증언과 증거를 제출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점차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여성의 신체적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좀 더 일찍 말했다면, 나 이후에 당한 피해자들이 줄어들었을지도 몰라요.” 또 다른 피해자는 “그게 신고 가능한 일인지조차 몰랐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들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침묵을 조장하는 분위기, 그리고 성적 권리에 대한 교육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런던에 있는 동남아 및 동아시아 여성 협회(SEAWLA)의 이사 사라 예(Sarah Yeh)는 이렇게 말합니다. “외국 국적자들이 영국의 법률 체계와 NHS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언어 장벽이나 문화 차이로 인해 어떤 권리가 보장되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더욱 무력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정부와 시민 모두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그 피해의 심각성과 광범위한 영향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 본 기사는 ESG코리아뉴스 중국 학생기자 Kaylyn Kim의 영문 오피니언으로 원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A Cross-Border Investigation Into Sexual Assault, Cultural Stigma, and the Fight for Justice by Kaylyn Kim Zhenhao Zhou was a Chinese PhD student who raped women across two different continents. While police estimate around 50 victims of sexual assault, only 23 have reported back to the police so far. As of right now, police are continuing to collect testimonies from the women whose fundamental human rights were violated. For the sake of anonymity, we will call the victims Rachel, Alice, and Beth. Rachel met Zou online, and while they initially scheduled to go to a bar for their first date, Zou invited her to his house in Dongguan, Guangdong Province. Zou then made her a concoction of alcohol that left her feeling dizzy and languid. Afterward, he proceeded to rape her, leaving Rachel in a state of pure agony as she was fully conscious but unable to speak, to shout that Zou was sexually assaulting her. While she contemplated reporting this as a case of sexual assault, Rachel realized that she did not have enough evidence to support the fact that she did not consent to having sex since she was willing to drink at Zou’s house. Also, Rachel carried her family’s reputation on her shoulders as Dongguan is a small area where her friends, relatives, and colleagues would eventually find out and critique Rachel’s “unorthodox” and “indiscreet” behavior. Alice articulates how in the same way, she was also drugged without consent and filmed inappropriately. In London in 2021, Alice was clubbing with her Chinese friends when a mutual friend invited her to drink with Zou in Bloomsbury. Alice recalls two bottles on the table, and how she shared drinks with her friend but Zou was only drinking from his bottle. Soon after, both Alice and her friend felt a wave of lethargy passing over them, and with Zou’s strong insistence that it would be dangerous to take a taxi late at night, he welcomed her to take a nap in his place. When Alice woke up, she saw Zou undressing her pants with the bright light from the reflection of a camera screen illuminating her body. Alice, filled with apprehension and adrenaline, attempted to leave the room, but with Zou holding back, she was “yanked back from the doorway”. Eventually, Zou let go and threatened her not to tell the police. He even messaged her on WeChat, the famous Chinese social networking service, to have dinner the next day. Shaken by the experience, Alice never contacted Zou again, but she felt reluctant to express the violation that she encountered. Alice remarks, “A lot of our friends at the time probably knew [what Zou was doing]. I reckon some of our female friends knew too”. In fact, one of Alice’s friends, Jie, had known about Zou’s crimes, and while he refused to “collaborate” with Zou in spiking women’s drinks, Jie felt reluctant to speak up because of the various friendships and connections that they shared. Finally, Beth, another victim who experienced the same violation of human rights, posted about her experience online, which connected all of these women to share their experiences. Eventually, with the support of the British police who allowed the Chinese victims to share their experiences and evidence online instead of physically flying to London, the women were able to gradually open up and advocate for their bodily rights. One of the victims reflected, “If I had spoken earlier, maybe there wouldn’t have been so many victims after me”. Another said, “I didn’t know that was something you could report”, both of which truly underscore the societal stigma around sexual assault cases and the urgent need to increase education on sexual rights, especially from a young age. Sarah Yeh, a trustee at the Southeast and East Asian Women’s Association in London, expresses that it can be especially difficult for foreign citizens to “...have to navigate the British legal system and the NHS, or even access the services provided for victims”. Because of a lack of awareness of what resources, guidance, or human rights are protected under certain legal systems, victims can often feel trapped or hopeless, especially if they are not fluent in the country’s language or familiar with the country’s culture. Hence, governments and citizens alike must have a paradigm shift--a fundamental shift in perspective on sexual assault and its widespread, destructive impact. References Culturally-adapted services - Refuge. (2025, April 3). Refuge. https://refuge.org.uk/i-need-help-now/how-we-can-help-you/culturally-specific-services/?utm_source=chatgpt.com Hall, R. (2023, October 23). Drug-spiking reports rise fivefold but proportion leading to charges fall. The Guardian;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3/oct/23/drug-spiking-reports-rise-fivefold-but-proportion-leading-to-charges-fall?utm_source=chatgpt.com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SAGE Journals. (2019). SAGE Journals. https://journals.sagepub.com/home/jiv The Criminal Justice System: Statistics | RAINN. (2015). Rainn.org. https://rainn.org/statistics/criminal-justice-system?utm_source=chatgpt.com UN Women. (2019). What we do: Ending violence against women. UN Women; UN Women. https://www.unwomen.org/en/what-we-do/ending-violence-against-women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4, March 25). Violence against Women. World Health Organization.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violence-against-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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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기고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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