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간지에 2024년 1월 31일 EU가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첫 탄소배출량 보고기한을 앞두고 해당 중소기업 절반이 무대책이라는 내의 가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제조업체가 2월말까지 수출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신고해야 하는데 1월 말이 되어도 탄소배출량 신고에 필요한 자료 작성법을 알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대기업은 1년전부터 준비해왔던 반면 중소기업은 78%가 제도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을 했다.
ESG 경영공시 의무화가 국내의 경우 2026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행되어 2030년에는 KOSPI 상장사 전체로 의무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초기 공시 대상 기업은 약 250여 개이고 이미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기업은 대략 400여 개로 알려져 있어 대기업들은 비교적 준비가 많이 되어있는 편이다. 세일스포스코리아 한국 공식파트너인 아이투맥스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108명의 한국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1조 이상 기업의 94.7%가 ESG 담당부서나 담당자를 이미 두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매출액 500억에서 1조 미만의 기업도 전반적으로 최소 70% 이상의 준비율을 보여 공시 대응의 진척도가 지속적으로 상승 중임을 알 수 있다.
<기업매출 규모별 ESG 부서나 담당자 보유 비율>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보다 먼저 ESG 적용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해야 하는 기업들은 바로 이들 대기업에 원료나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망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B2B 기업이다. 통상 기업에 대한 규제나 기준 적용은 대기업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규제에 적응하기위한 시간과 자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관련 규제는 그 방향이 정반대로 작용한다. 그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의 제조 흐름과 같이 규제나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위해서는 앞단계에 원료와 부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이나 B2B 기업의 탄소중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향후 대기업들이 탄소중립 등 ESG 관련 공시를 원활하게 진행하기위해서는 대기업들이 공시를 시행하기 전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들의 ESG 인증이 필수적이다. 일부 대기업은 자사의 공급망에 대해 ESG 인증 및 경영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년 대기업 ESG 공급망 관리 실태분석’ 결과에 따르면, 업종별로 자동차(74.4%), 전자부품(66.7%), 전기·통신장비 제조(63.1%), 건설업(60.0%), 통신업(59.0%) 순으로 공급망 ESG 관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급망 ESG 확산을 위해 필수적인 협력사 지원은 교육(41.2%)과 평가컨설팅(31.1%)에 치우쳐 있고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ESG 개선 효과가 있는 하드웨어(21.6%) 또는 인증지원(14.2%)은 저조한 실정이다.
협력사 평가 결과에 따른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18.9%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행동규범 상에 ‘ESG 평가 결과에 따른 페널티 부과 조항’을 둔 기업 비중은 43.2%에 달해 향후 ESG 평가 결과가 거래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공급망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또한 일부 대응이 늦은 대기업의 경우, ESG 공시 시행 기한이 임박할수록 이미 인증을 받은 공급망 기업으로 거래를 전환하여 준비 기한을 단축하려 할 수 있다. 그 때 이미 준비된 기업은 손쉽게 거래선을 확장하는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대기업 거래나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B2B 기업은 경쟁기업보다 선제적으로 ESG 경영을 준비하는 것이 향후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글로벌 기업이나 공시 대상 대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지자체 등과 거래나 입찰 시에도 ESG 관련 성과를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으며 금융기관에서도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ESG 항목을 고려하기 때문에 ESG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ESG 경영이라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진정한 기업의 경쟁력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전략적 브랜딩 관점에서 내부 임직원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관심과 고려사항을 감안한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진전성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 브랜딩은 단순히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B2B 및 공급망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I 권오영(Oh Young, Kwon)
어드밴스드 브랜딩(Advanced Branding) 대표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은 후 27년간 LG, SK, Intel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Interbrand, LG경제연구원 등 컨설팅 회사에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경험이 있는 풀 스택(Full-Stacked) 브랜드 전략가이다. F&B, ICT, 테크 등 다양한 제품/서비스 브랜드 전략 외에 사업 전략을 기반으로 한 기업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가치 평가 및 그룹 브랜드 체계를 설계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원에게 전파하는 내재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ESG와 기업 브랜딩의 연결을 통해 기업 이미지 재구축과 기업 가치를 강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