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3(화)
 

오늘은 일본이 바다에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고 맞는 첫날이다

그들은 지금 이 지구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스스로의 터전을 멸망시키고 말 것인가

 

그 하늘로 까마귀 떼가 날아간다

두 번째 태평양 전쟁을 맞는 기분이다

그때는 미국을 상대로 공격했지만

오늘은 세계를 향하여 공습 경보도 없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 '핵비가 내린다'.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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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의 거리 [사진 = 윤재훈]
 

델리의 거리

 

「천상천하(天上天下유아독존(唯我獨尊)」 부처님이 탄생하신 곳, 힌두교의 고향, 이슬람의 진한 흔적, 양 종교의 흔적이 깊게 배인 타지마할, 천 개의 신들이 산다는 나라로 오랜 시간 가고 싶어 꿈 꾸었던 곳. 그러나 그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어느 날 너무 막연히 여권이라도 내놓자는 심산에 여권을 발급 받았다. 기이하게 한 달 후에 가게 된 나라.

 

명상수행과 위파사나의 고향, 곳곳에 산재한 아쉬람에서 인도의 정신을 느껴보고 싶었던 곳. 칭기즈 칸의 후손 '바베르'가 세웠던 무굴제국으로 번성했던 나라, 하층민들의 삶만 너무나 비참한 '인도', 오토바이와 차량이 빽빽하게 거리에 난무(亂舞)하고 공기가 너무 나빠 숨쉬기가 곤란했던 '델리', 무질서로 혼잡하고 대부분 기름에 튀겨놓은 비위생적인 식당들.

 

육교 위 자욱한 발길의 먼지 속에 갓난 아이를 눕혀 놓고 바닥 비닐 위에 음식을 손으로 먹던 모정, 그 비참함에 간혹 무간지옥을 느꼈던 땅,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 느껴오던 그 섬뜩함과 가림막 건너 눈초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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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걸어다니는 신 [사진 =윤재훈]

 

걸어다니는 신

 

인산인해의 무질서한 플랫폼, 그냥 몇시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일상사인 국민, 더러는 자리를 깔고 눕거나 앉아 오지도 않을 열차를 기다리는 곳. 그 와중에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고

 

새벽 거리, 릭샤를 타고 떠나는 갠지스강 투어, 끌고 나온 노인은 너무나 늙어 타고 가기가 미안해 새벽길을 같이 달렸던 기억, 아무 곳이나 누워 발길에 채이던 덩어리들, 검정 천을 들추며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새카만 얼굴에 순박한 두 눈만 깜박거리며 섬뜩했던 사람들. 그 옆에는 소들도 같이 누워있고, 소똥들이 한 범벅, 두 범벅, 끝없이 떨어져 있었다.

 

흑백 영화의 화면처럼 잠깐 차안(此岸)인가 피안(彼岸)인가, 정신이 멍해지던 '바라나시', 길 양편으로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항상 아기를 안고 비스듬히 서서, 구걸을 하던 눈이 깊고 피부가 검던 젊은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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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갠지스 강에서 [사진 = 윤재훈]
 

갠지스 강에서

 

막막했던 〈갠지스 강〉 풍경은 이승과 저승이 한 공간에 펼쳐지던 곳, 사람들은 양치질을 하고 싯달다처럼 목욕하던 강, 쪽배를 타고 강심으로 나가자 둥둥 떠내려가던 인체(人體), 저 아래 삼각주에는 이제 들개가 되어버린 것들이 떠내려오기만 기다리며 야수가 되어 있다는 곳.


강변의 모습은 나를 더욱 심연으로 몰고 갔다. 장작 밖으로 반쯤 나와있던 다리. 내시 하층민들은 돈이 없어 더 이상 못 태운다는 곳, 그럼 그대로 강으로 던져 야수의 밥이 되어 버리는 나라.

 

브라만 (Brahman)과 군인 계급, 크샤트리아(Kshatriya)와 상인 계급인 바이샤(Vaisya), 천민 계급인 수드라(Shudra), 그 다음에는 만져서도 안된다는 달리트(Dalit)라 불리는 불가촉천민(Untouchable), 어찌 부처님의 나라와 힌두교, 이슬람 등 이렇게도 종교가 만연한 나라에 인간의 모습은 비참하기만 하다. 너무나 비인간적인 악법이 만연한 곳.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조오현 시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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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나 찰레스와라 사원 [사진 = 윤재훈]

 

아루나 찰레스와라 사원

 

1690년 인도를 영국령으로 삼은 영국 동인도 회사가 들어옴으로서 약탈의 문화가 시작되었던 〈콜카나(Kolkata)〉. 자신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1772년 제국주의 영국령의 수도가 되어버린 곳. 후추와 목화를 찾아 대표를 몰고 온 서양의 상선들이 수시로 포격을 가하며 약탈을 일삼았던 곳. 노란 머리에 벽안의 눈을 가진 해적의 무리들에게 노략질과 비인간적인 대우, 죽임을 당했던 땅.


그들의 피로 엄청난 부를 쌓고 그 바탕으로 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산업혁명을 일으킨 나라. 더 이상 인도에서 목화 기술자가 필요 없게 되자, 더러는 노예로 끌고 가고 나머지 기술자들은 손목을 자르거나 죽여버리고 간 약탈자들. 문명의 번영을 구가하며 해 가지지 않았던 나라

 

현대적 증기기관의 발명가로 추앙받은 제임스 와트는 "나는 온 세상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 ''을 판다"했지만, 결국 전 세계에 대한 약탈과 식민지 제국을 건설하게 만들어 버렸다.

 

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달 된 남인도의 현대적인 도시 '첸나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마말라푸람', 또 하나의 아쉬람을 찾아 떠났던 '티루반나말라이', 자연의 요소인 , 공기, , , 하늘이 숭배되는 남인도 다섯 군데 중 하나, 화려한 건축물인 <아루나 찰레스와라 사원>, "옴 아루나치라" 를 부르면서 언덕 꼭대기 사원을 맨발로 걷는 신도들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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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르바르 광장 사원들 [사진 = 윤재훈]

 

더르바르 광장 사원들

 

수많은 사원과 탑들이 즐비하던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더르바르 광장'에서 마셨던 짜이 한 모금의 묘한 느낌.

 

세계의 폐차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팠던, 눈 시리게 청정한 자연의 히말라야를 간직한 〈포카라〉, 안나푸르나 산정을 향해 함께 오르던 29살의 포토 청년과 나누었던 무언의 대화들, 산 구비구비를 오르면서 만났던 수많은 오지 민족들

 

4,000m까지는 꽃이 피어 있지만, 100m의 안나푸르나 ABC까지 오르는 길은 눈이 무릎까지 쌓여 현지인들은 썰매를 타고 놀던 곳. 산장에 도착하자 쏟아지던 그 폭설, 포터는 밤새 포커를 했고 아침에 돈을 땄다고 웃는다. 

 

온기 한 점 없는 나무집에서 따뜻한 물을 넣은 물통 하나 오금쟁이에 넣고 밤새 떨던 밤, 집은 사람 덕을 볼려고 했다 추위 때문인지 고산증이 밀려오고 머리가 살며시 아파왔다. 화장실까지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다녀오던 히말라야 산정(山頂)에서의 그 하룻밤,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6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하는 활동가들. 그린피스 .jpg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하는 활동가들 [사진 = 그린피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하는 활동가들, 그린피

 

오랜 비원의 일본 「정한론」을 내세워 유사 이름 틈만 나면 침범했던 왜구의 나라, 임진란, 정유재란, 일제 치하 등 헤아릴 수 없이 이 해안가를 노략질하더니 이제 그 바다에 핵폐기물을 버리는 파렴치한 나라가 되어버린 섬나라.

 

 

가을 하늘이 더욱 파랗고 높고, 그윽하다.

여름 내 몰려왔던 폭염이 장마와 함께 물러나고 이제 막 살만한데,

오늘은 일본이 바다에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고 맞는, 첫날이다.

 그들은 지금 이 지구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스스로의 터전을 멸망시키고 말 것인가

그 하늘로 까마귀 떼가 날아간다.

두 번째 태평양 전쟁을 맞는 기분이다

그때는 미국을 상대로 공격했지만

오늘은 세계를 향하여 공습 경보도 없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어쩌면 일본은 우리에게 천천지(徹天之) 원수인지 모른다.

광개토대왕 때는 파렴치한 왜구가 되어 이 나라의 해안가를 노략질하더니

임진년의 원수가 되어 이 산천을 도륙(屠戮)내고,

부녀자들 겁탈을 일삼았다.

 

명치유신 하면서는 이 나라를 야금야금 쥐새끼처럼 갉아 먹더니

급기야 일방적으로 한일합방(韓日合邦)을 맺고

국권을 빼앗아 갔다.

국치(國恥)의 비가 이 강산을 적셨다.

 

어쩌면 일본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철천지 원수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사람의 식탁에 핵폐기물을 끼얹을 수 있는가 

온 인류가 이고 지고 살아가야 할 이 푸른 지구를

도륙낼 수가 있는가
바닷물이 뜨겁게 흐르며 운다
일제(日帝)의 심장에서, 인류의 심장으로
가을하늘이 저리 높건만
오늘은 일본이 세계의 바다를 죽이는 첫날이다.

 

가을바람은 이리 시원하게 부는데,
인류는 이 지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심장이 없는 물고기가 나오고
허파가 없는 가축이 출생하고
한쪽 눈 없는 아기가 태어나고,

 

동쪽에서 핵바람이 분다.
방사능 폐기물 비가 내린다.
핵우산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인류의 마당으로 핵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세계의 나뭇잎들이 일제히 조종(弔鐘)을 울린다.

 

고개를 더욱 곧추 드니
가을 하늘이 참 파랗다
현생 인류가 보는 마지막 하늘일지 모른다.

 
- ’핵비가 내린다‘.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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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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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의 세계오지 도보순례③] 천 개의 신들이 사는 땅 ’인도‘와 ’네팔‘, 그리고 비원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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