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투탕카멘 황금 왕좌 세부 장식 조명, 왕비 앙케세나문이 왕에게 향유 바르는 장면
- 1922년 하워드 카터가 KV62 무덤 전실서 발견, 금·은·유리·파이앙스·준보석으로 장식된 제18왕조 유물
약 33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젊은 파라오 투탕카멘(Tutankhamun)과 왕비 앙케세나문(Ankhesenamun)의 모습을 담은 황금 왕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왕권의 상징인 동시에 부부의 친밀한 순간을 표현한 유물이라는 점에서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예술품으로 꼽힌다.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GEM) 관련 X 계정은 28일 투탕카멘의 황금 왕좌(Golden Throne of Tutankhamun) 세부 모습을 소개하며 왕좌의 제작 기법과 등받이에 표현된 왕과 왕비의 장면을 조명했다.
왕좌는 고대 이집트 신왕국 제18왕조 투탕카멘 통치 초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GEM 공식 소장품 자료에 따르면 높이 103.5㎝, 폭 59㎝, 길이 73㎝ 규모로, 목재 위에 금판을 입히고 유리와 파이앙스(faience), 준보석 등을 상감해 장식했다. 현재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의 투탕카멘 갤러리 소장품이다.
왕비가 왕에게 향유를 바르는 순간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좌 등받이다.
왕비 앙케세나문이 앉아 있는 투탕카멘 앞에 서서 향유를 발라주는 듯한 장면이 표현돼 있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태양 원반 형태의 아텐(Aten)이 자리하며, 그곳에서 뻗어 나온 광선이 왕과 왕비를 향한다.
GEM 역시 공식 설명에서 왕좌 등받이 전면에 꽃으로 장식된 차양 아래 왕과 왕비가 있고 그 사이로 아텐 태양 원반의 광선이 내려오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고 설명한다. 왕과 왕비의 모습은 젊지만 왕좌 자체는 투탕카멘 재위 초기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관련 연구자료에서도 이 장면을 앙케세나문이 투탕카멘의 목에 걸린 넓은 칼라 장식에 손을 대는 모습으로 설명한다. 왕좌에는 금뿐 아니라 은, 파이앙스, 색유리와 석재 등이 사용됐다.
두 사람의 신체와 가발에는 다양한 색상의 재료가 정교하게 상감돼 있어 황금색 바탕과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표현은 왕과 왕비 사이의 친밀감을 강조하는 아마르나 시대 미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투탕카멘이 ‘투탕카텐’이었던 시대의 흔적
왕좌는 투탕카멘 시대에 일어난 종교적 변화도 담고 있다.
오늘날 ‘투탕카멘’으로 알려진 왕은 즉위 초기에는 ‘투탕카텐(Tutankhaten)’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의 선대인 아케나텐(Akhenaten)은 태양 원반으로 표현되는 아텐을 중심으로 종교 체제를 크게 변화시켰다.
이후 투탕카텐은 이름을 투탕카멘으로 바꾸고 아문(Amun)을 비롯한 전통적인 신들에 대한 숭배를 복원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도 투탕카멘의 이름 변경이 아문의 중요성을 다시 확립하고 이전의 전통적 종교 체제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왕비 역시 아케나텐 시대에는 앙케세나텐(Ankhesenpaaten)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는 아마르나에서 발견된 네페르티티와 앙케세나텐의 이름이 새겨진 유물이 남아 있어 당시 사용된 왕비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왕좌에 남아 있는 아텐의 모습과 왕실 부부의 표현은 투탕카멘 시대가 아마르나 시대의 영향에서 전통적인 이집트 종교 체제로 이동하던 과도기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1922년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견
황금 왕좌는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가 이집트 룩소르 서안 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에 있는 투탕카멘의 무덤 KV62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GEM 공식 자료에 따르면 왕좌는 무덤의 전실(Antechamber)에서 리넨 천에 싸인 상태로 발견됐다. 목재를 금으로 덮고 세밀한 무늬를 새긴 뒤 여러 재료를 상감했으며, 측면에는 날개를 펼친 우라에우스(uraeus·왕권을 상징하는 코브라)가 왕의 카르투슈(cartouche)를 지키는 형태로 장식돼 있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거의 온전한 상태의 왕실 부장품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20세기 고고학을 대표하는 발굴 가운데 하나가 됐다. 황금 마스크를 비롯한 투탕카멘의 주요 유물들은 현재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의 투탕카멘 갤러리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황금 왕좌가 특별한 이유는 화려한 재료에만 있지 않다. 왕권을 상징하는 사자와 코브라, 태양신의 광선 같은 종교적·정치적 상징과 함께 왕비가 젊은 왕을 돌보는 사적인 장면이 하나의 가구 안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33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왕좌에 남은 왕과 왕비의 모습은 고대 이집트의 왕권과 종교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왕실 부부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여주는 시각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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