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속 여러 겹의 얼굴에서 자신이 지나온 공간과 경험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Fragments of Self〉를 처음 구상했을 때 저는 무의식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경험과 기억,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저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자화상과 신체, 방의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인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얼굴과 방을 겹칠수록 인물이 공간과 분리되지 않고 서로 뒤섞여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제가 누구인지 생각할 때, 제가 살아온 환경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환경은 단순히 우리 주변에 놓인 배경이 아닙니다. 매일 오가는 도시와 건축물, 사용하는 기술과 익숙해진 소비 방식도 우리가 세상을 보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작품 속 인물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지만, 신체의 일부는 기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적인 형태와 인공적인 형태가 어디서 나뉘는지 명확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미래의 인간을 상상하는 이미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이 이미 기술과 인공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겹으로 얽힌 얼굴 역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환경을 지나며 변화해 온 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투명한 레이어는 처음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무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발전시키면서 우리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환경의 영향도 이 겹들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경험은 선명하게 기억되지만, 어떤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감각과 생각에 스며듭니다. 제가 투명한 부분과 불투명한 부분을 함께 남긴 이유도 한 사람의 내면이 모두 뚜렷하게 드러나거나 설명될 수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 작품에서 말하는 환경은 보호해야 할 자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공간과 기술, 생활 방식까지 포함합니다. 우리는 환경을 변화시키지만, 동시에 그 환경에 의해 다시 변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과 환경을 완전히 분리해 생각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Fragments of Self〉를 보는 사람이 작품 속 여러 겹의 얼굴에서 자신이 지나온 공간과 경험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얼마나 분리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저 자신에게서 시작됐지만, 각자의 삶에 따라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ㅣ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인테리어 건축 전공 2학년 오유나
![[크기변환]KakaoTalk_20260928_165458766_01.jpg](/data/editor/2609/20260929084321_vunkdvym.jpg)
저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RISD)에서 공부하며 기억과 무의식, 공간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머물렀던 공간에는 어떤 기억이 흔적으로 남는지, 반대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기억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회화 작업에서도 인물의 내면을 다룰 때 그를 둘러싼 공간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2학년부터는 인테리어 건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이러한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싶습니다. 특히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세트처럼 공간 자체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그림에서 탐구해 온 기억과 내면의 이미지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며, 미술과 공간디자인을 오가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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