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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미스코리아 이서현의 「Vertical Horizon」·「반영의 정원」·「묵의 경계」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2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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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은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가


저는 전통 산수화의 시선으로 뉴욕의 고층 건축물을 바라보고, 수면에 비친 풍경을 통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합니다. 하나의 검은색으로 여겨지는 먹에서도 서로 다른 질감과 빛의 반응을 발견합니다. 이번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특별전에 선보인 「Vertical Horizon」, 「반영의 정원」, 「묵의 경계」는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도시와 자연, 이미지와 물성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들입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며, 한국 전통 회화의 조형 언어가 오늘날의 환경과 감각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 왔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전통은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가”입니다. 저에게 전통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회화적 언어입니다. 수묵의 농담과 여백, 번짐을 동시대의 풍경과 연결하면서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세 작품은 각각 도시의 구조, 풍경의 반영, 먹의 물성에서 출발합니다. 화면의 구성과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구분하는 기준이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연결됩니다. 건축물과 자연, 실제 풍경과 반사된 이미지, 형태와 그 주변의 경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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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作, 「Vertical Horizon」 [사진=이서현]

 

「Vertical Horizon」은 뉴욕의 수직적인 도시 풍경을 전통 산수화의 공간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높이 솟은 건축물과 밀집된 도시 구조는 자연의 산세와는 다른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도 자연의 흐름과 시간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도시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하나의 환경이라는 생각에서, 건축적 질서와 자연의 질서가 교차하는 풍경을 구성했습니다.


제목에 함께 담은 ‘수직’과 ‘지평’은 이러한 관계를 나타냅니다. 수직에서는 현대 문명의 성장과 확장을, 지평에서는 넓게 이어지는 자연의 공간과 그 안에서 지속되는 삶을 떠올렸습니다. 먼저 수묵으로 도시의 구조와 공간적 깊이를 표현한 뒤, 직접 염색한 장지를 잘라 원색의 색면으로 배치했습니다. 수묵이 만들어 낸 흐름 위에 콜라주를 더하면서 건축물의 형태와 도시의 시각적 밀도를 재구성하고, 화면에 새로운 리듬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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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作, 반영의 정원 [사진=이서현]

 

「반영의 정원」에서는 풍경이 보이는 조건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물에 비친 이미지는 원래의 풍경과 닮아 있지만, 수면의 움직임과 빛, 주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 차이를 통해 하나의 대상도 바라보는 위치와 조건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마주하는 분들도 자신이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풍경과 그것을 해석하는 시선을 함께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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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作, 묵의 경계 [사진=이서현]

 

「묵의 경계」는 이러한 관심을 재료 자체로 확장한 작업입니다. 유연먹과 송연먹을 함께 사용하면서, 같은 검은색 안에서도 질감과 빛의 반사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깊이와 표면감이 형성된다는 점을 살폈습니다. 이 작품에서 먹은 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그 자체로 화면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요소입니다.


물의 양과 먹의 농도, 종이의 흡수 상태에 따라 흔적은 달라집니다. 형태의 윤곽이 분명해지기도 하고, 번짐 속에서 흐려지기도 합니다. 붓이 지나가고 먹이 스며든 자국에는 작업의 시간도 남습니다. 저는 의도한 표현과 재료의 반응이 함께 만들어 내는 화면을 받아들이며, 통제와 우연 사이의 긴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한 경계는 서로 다른 물성과 감각이 만나고, 그 구분이 다시 변화하는 지점입니다.


색채를 사용하는 방식도 작품의 주제와 화면의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색을 더하면 수묵의 공간에 새로운 긴장감과 감각적 층위가 생기고, 색을 절제하면 먹의 움직임과 여백, 표면의 미세한 차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무엇을 드러내고 어디를 비워 둘 것인지 고민하면서, 시선이 화면의 여러 요소를 따라 움직이고 각자의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변화하는 정체성’도 이러한 작업과 연결됩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시각적 환경을 경험하면서, 익숙한 것이 낯선 공간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얻고 낯선 풍경이 이전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해석되는 순간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도시, 실재와 반영을 함께 다루는 것은 정체성이 환경과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형성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전통·환경·한국’ 역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환경은 자연뿐 아니라 도시와 건축,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조건까지 포함합니다. 한국적 정체성 또한 특정한 소재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에서 드러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 작가들과 함께하며 같은 주제가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다르게 표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뜻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수묵의 물성과 공간적 가능성을 깊이 탐구하면서, 전통 회화의 재료와 필법으로 오늘날의 도시와 환경, 인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습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언어로 현재의 풍경을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전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이러한 질문을 제 작업 안에서 꾸준히 이어 가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ㅣ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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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통 회화의 언어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뉴욕의 건축물을 수묵으로 옮기고, 물에 비친 풍경과 먹의 번짐을 살피면서 익숙한 대상도 시선과 재료에 따라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번 전시는 청소년 작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함께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장지와 먹이 만들어 내는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며, 전통이 오늘의 감각과 만나는 방식을 제 작업 안에서 찾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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