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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10 07: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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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이 주인이 되는 ‘가치금융신협’ 설립 추진…돌봄·주거·에너지 분야 특화 금융 구상
  • 조합원 1,000명·출자금 10억 원 목표…사회적 가치와 금융의 지속가능성 모색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 ESG코리아뉴스는 기획 연재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의 철학과 실천, 그 과정에 담긴 도전과 과제를 조명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가치금융신협’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회혁신금융㈜ 이상진 대표다. 우리가 은행에 맡긴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사회를 만드는 데 사용될까. 이 대표는 금융을 단순한 자금 거래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모인 자금이 돌봄·주거·에너지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곳에 흐르는 금융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그가 새로운 금융기관을 만들려는 이유와 가치금융이 지향하는 변화,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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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혁신금융㈜ 이상진 대표 [사진=이상진]

 

Q. 대표님께서 가치금융신협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현재 금융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습니까?

 

12년간 사회연대금융 현장에서 돈이 필요한 곳과 돈이 있는 곳을 잇는 일을 해 왔습니다. 그 12년이 가르쳐 준 것은 하나였습니다. 좋은 사업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돈을 구할 곳은 두 군데였고, 둘 다 같은 자리에서 막혔습니다. 

 

하나는 자본시장입니다. 투자자는 수익을 먼저 봅니다. 당연한 일이니 탓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업은 성과가 늦게 옵니다. 그 시차를 견뎌 줄 투자자를 매번 새로 설득해야 했고, 한 사업이 끝나면 다시 처음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책자금입니다. 목표는 같았습니다. 정부도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 자금을 늘렸습니다. 그런데 정치가 바뀌면 줄어들고 멈췄습니다. 사업은 10년을 보고 움직이는데, 자금은 임기를 따라 움직였습니다.

 

코로나19 때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드러났습니다. 가장 빠른 돈이 필요했던 현장에, 가장 늦게 도착한 것이 돈이었습니다. 그때 생각을 접고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보다, 그 돈을 누가 어떻게 모으느냐가 지속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수익이 큰 영역이라면 돈은 알아서 모입니다. 사회적 수요는 높지만, 수익이 담보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모으는 방식 자체를 새로 설계해야 합니다.

 

그 방식이 예금입니다. 한 번 설득해서 받아 오는 돈이 아니라,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통장으로 함께 만드는 돈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줄지 않고, 수익률이 흔들려도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물이나 자본금보다 사람을 먼저 모으고 있습니다. 이 금융기관의 첫 재료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Q.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는 ‘가치금융’이란 무엇입니까? 기존 금융과 무엇이 다른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세요.

 

가치금융은 돈이 수익만 좇게 두지 않고, 더불어 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쓰이도록 하는 금융입니다. 경제적 가치를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갚을 수 있는 곳에 빌려주고 수익을 냅니다. 다만 그 위에 질문을 하나 더 얹습니다. 이 돈이 사회와 환경에 무엇을 남기는가. 포용금융이 사람을 금융 안으로 들여왔다면, 가치금융은 그 돈이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지를 묻는 금융입니다.

 

기존 금융과의 차이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고릅니다. 지금은 금리만 고를 수 있습니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은행이 정합니다. 가치금융에서는 돌봄, 에너지, 주거처럼 내 돈이 쓰일 분야를 예금자가 직접 선택합니다. 사회적 가치도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돌봄이 절실하고, 누군가는 에너지가 절실합니다. 그 선택을 돈을 맡기는 사람에게 돌려드립니다.

 

둘째, 과정과 결과가 보입니다. 얼마가 모였고, 어디에 얼마가 나갔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설명합니다. 믿어 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보여드립니다.

 

셋째,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 됩니다. 은행에서 예금자는 고객입니다. 서비스를 받고 끝납니다. 가치금융신협에서 조합원은 이 금융기관의 주인입니다. 어디에 돈이 가야 하는지 함께 정하고, 그 결과를 함께 책임지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성장합니다. 돈을 맡기는 일이 사회를 바꾸는 일에 참여하는 일이 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은행은 "얼마 드릴까요"만 물었습니다. 가치금융은 "어떤 사회를 원하십니까"를 함께 묻습니다.

 

새로운 발명이 아닙니다. 독일 GLS,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처럼 수십 년간 이 방식으로 성장해 온 은행들이 해외에는 이미 있습니다. 한국에만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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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페스트(SOVAC) 가치금융신협 토론회 모습 [사진=이상진]

 

Q. 사회적수요를 충족시키는 가치금융이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과 돈이 되는 일은 처음에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둘은 한 곳에서 만납니다. 그 과정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1단계 — 수요는 있는데 수익이 없습니다. 돌봄, 에너지, 환경은 오래전부터 누구나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돈을 내는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는 사람은 적고,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높고, 사겠다는 사람은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단계의 사업은 뜻은 좋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은행이 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단계 — 수요가 커지면 비용이 떨어집니다. 사회적 수요가 쌓이면 어느 순간 제도가 따라옵니다. 공적 보험이 생기고, 구매 의무가 생기고,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사는 사람이 모이자 만드는 사람이 늘고, 만드는 사람이 늘자 하나당 비용이 내려갑니다. 비용이 내려가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되고, 그 수요가 다시 혁신을 부릅니다.

 

3단계 — 시장이 열립니다. 이 지점부터 거래는 호의가 아니라 계약으로 이뤄집니다. 매출이 예측 가능해지고, 상환 재원이 분명해지고, 비즈니스가 활성화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혁신은 더 빨라집니다. 뒤늦게 모두가 "돈이 된다"고 말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태양광이 이 길을 그대로 걸었습니다. 한때 환경을 위한 비싼 선택이었던 것이 지금은 가격으로 경쟁합니다. 돌봄도 같습니다. 가족이 떠안던 일이 공적 제도가 들어오면서 하나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환경 분야에서는 폐기물과 재활용이 그렇게 시장이 되었습니다.

 

금융에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수익이 확인된 뒤 들어가는 금융은 늦습니다. 그때는 모든 은행이 같은 곳에 서 있습니다. 반면 1단계와 2단계 사이, 수요는 분명한데 수익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구간에서 그 분야를 심사하고 관계를 쌓고 상품을 만들어 둔 금융은 시장이 열릴 때 가장 먼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어떤 요양원이 끝까지 가는지, 어떤 에너지 사업이 약속한 전기를 실제로 생산하는지는 숫자가 아니라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 수요에 먼저 전문성을 쌓는 일은 선의가 아니라 다음 시장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다만 모든 사회적 수요가 시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끝까지 공공이 맡아야 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환이 언제 오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 사이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이 금융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그래서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돈이 아니라 뜻에 공감해 머무는 예금이 필요하고, 사회적 가치만으로는 대출하지 않는 이중 심사가 필요합니다. 기다릴 수 있는 돈과 냉정한 심사, 두 가지가 같이 있어야 이 메커니즘 위에 설 수 있습니다.

 

Q.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기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십니까? 가치금융이 필요한 실제 사례가 있다면 함께 말씀해 주세요.

 

돌봄, 주거, 에너지는 누구나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수입도 꾸준합니다. 그런데도 돈이 막힙니다. 금융이 이 사업을 읽는 방식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째, 질문이 다릅니다. 금융은 "담보가 있는가"를 묻습니다. 이 분야의 강점은 담보가 아니라 현금흐름과 공동체입니다. 요양시설의 급여, 사회주택의 임대료, 태양광의 발전 수입은 꾸준히 들어오지만 등기부에는 적히지 않습니다. 은행 서류에는 빈칸으로 남습니다.

 

둘째, 시간이 다릅니다. 사회주택과 에너지 설비는 20년을 보고 짓습니다. 그런데 정책 자금은 1년 단위로 편성되고, 정권이 바뀌면 방향도 바뀝니다. 20년짜리 사업을 1년짜리 돈으로 하라는 셈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1) 주거 사례 : 낡은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사는 집으로 고치려는 사업자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매입 확약까지 받았지만, 매입과 리모델링에 들어갈 초기 자금에서 막힙니다. 담보로 잡을 자산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신규 사회주택 공급이 2022년 10월 이후 잠정 중단된 배경에도 이 자기자본과 보증의 문제가 있습니다.

 

2) 돌봄 사례 : 장기요양 급여라는 안정적 수입이 있는 요양시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설립 때 받은 고금리 대출 때문에 이익이 이자로 빠져나갑니다. 갈아타려 해도 담보 평가가 낮아 번번이 거절됩니다. 수입이 있어도 담보가 없으면 금리는 내려오지 않습니다.

 

3) 에너지 사례 : 학교와 복지관 지붕에 태양광을 올려 20년간 전력을 팔고, 그 수입으로 설비비를 갚는 사업이 있습니다. 상환 구조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20년 판매 계약을 담보로 인정하는 금융기관이 없어, 매번 보조금 공모에 운명을 맡깁니다.

 

사업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돈과 사업의 시간이 어긋나 있을 뿐입니다. 이젠 그 어긋남의 간극을 메울 금융이 지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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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페스트(SOVAC) 가치금융신협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가칭)가치금융신협 이상진 공동위원장 [사진=이상진]

 

Q. 이미 은행과 신협을 비롯한 여러 금융기관이 있고 ESG·사회적금융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가치금융신협’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도 처음에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답은 이렇습니다. 다른 기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서 있지 않은 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ESG 금융은 주로 상장기업 투자에서 나쁜 곳을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큰 돈이 큰 기업 사이를 움직입니다. 동네 돌봄조합의 운전자금이나 사회주택 한 동의 리모델링 자금까지는 내려오지 않습니다.

 

사회연대금융을 하는 비영리법인이 있습니다. 뜻은 가장 분명하지만 출연금으로 만들어져 예금을 받지 못합니다. 규모가 자라지 않고, 보증이나 후순위처럼 뒤에서 받쳐 주는 역할에 머무릅니다. 임팩트투자사가 있지만 몇 년 안에 빠르게 자랄 소수의 기업을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법인처럼 지분을 팔 수 없는 조직, 요양시설처럼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꾸준히 갚는 사업, 몇천만 원짜리 운전자금은 애초에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기존 신협은 지역 주민을 공동유대로 하는 훌륭한 금융기관입니다. 다만 사회연대경제 기업금융은 본업이 아닙니다. 지금 신협 가운데 돌봄, 에너지, 주거처럼 사회연대경제 특정 분야에 특화된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요양시설의 급여 수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20년 전력 판매 계약을 어떻게 담보로 보는지, 그 질문을 매일 붙들고 있는 금융기관이 있어야 답이 쌓입니다. 금융은 전문성이 쌓이는 곳에서만 상품이 나옵니다. 지금은 그 전문성이 쌓일 자리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돌봄·에너지·주거의 전환에 뜻을 둔 사람들이 모여, 그 분야에 특화된 미션을 가진 가치금융신협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미션을 오래 지켜 나가고자 합니다. 새 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현행 신협법 안의 단체 공동유대 방식으로 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13년 만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도 같은 쪽을 보고 있습니다. 방향은 정해졌고 제도의 문도 열려 있습니다. 실행할 민간 금융만 없는 상태입니다. 그 자리를 채우려는 것입니다.

 

Q. 현재 구상하고 있는 가치금융신협이 설립된다면 어떤 사람들이 조합원이 되고, 모인 자금은 주로 어떤 기업이나 사업에 공급하는 금융기관을 만들고자 합니까?

 

지속가능한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의지를 담는 그릇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의지를 담는 방법이 출자와 예금입니다. 내 돈이 어디로 갈지를 내가 정하는 것입니다.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은 세 부류입니다.

 

첫째, 시민입니다. 돌봄·에너지·주거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내 통장의 돈이 그 문제를 푸는 데 쓰이길 바라는 분들입니다. 금융을 잘 알아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예금할 때 분야를 고르는 것으로 참여가 시작됩니다.

 

둘째, 시민단체입니다. 이미 이 문제들을 붙들고 활동하는 조직들입니다. 이분들이 함께하면 뜻이 있는 시민과 금융기관이 만나는 통로가 생깁니다.

 

셋째,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사회연대경제 연합조직과 사회혁신기업입니다. 사회주택을 짓고,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시민발전소를 세우는 당사자들입니다. 이분들은 돈을 맡기는 쪽이면서 동시에 돈이 필요한 쪽이고, 어떤 사업이 살고 죽는지를 가장 먼저 아는 쪽입니다.

 

이 세 부류가 한 금융기관의 주인이자 예금자이자 대출자가 됩니다. 이것이 신협이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입니다. 돈을 맡기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이 같은 공동체 안에 있으면, 심사는 서류가 아니라 관계로 이뤄지고, 대출의 결과는 남이 아니라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조합원 자격의 구체적 범위는 신협중앙회와 협의해 확정하는 중이어서, 지금은 참여하시는 분들을 '설립동의자'로 모시고 있습니다.

 

모인 자금은 초기 3년간 세 분야에 집중합니다. 청년·고령자·돌봄종사자가 함께 사는 적정가격 주택, 의료와 요양과 주거가 끊기지 않는 생활권 돌봄, 학교와 상가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시민햇빛발전입니다. 이후 사회연대 전환과 디지털 전환 분야로 넓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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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페스트(SOVAC) 가치금융신협 부스에서 설립동의자를 모집하는 모습 [사진=이상진]

 

Q. 만약 제가 향후 가치금융신협의 조합원이 되어 출자하고 예금을 맡긴다고 가정하면, 그 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 분의 돈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출자금 10만 원은 집의 기둥이 됩니다. 이 돈은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금융기관의 자본이 되어 그 위에 예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손실이 났을 때 예금자 대신 먼저 충격을 받는 자리에 섭니다. 10만 원이 하는 일은 "이 금융기관이 존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0만 원을 낸 분은 그날부터 이 기관의 주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예금은 방향을 가진 돈이 됩니다. 예금을 맡기실 때 분야를 고르십니다. 돌봄을 고르셨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 돈은 다른 조합원들의 돌봄 예금과 합쳐져 하나의 흐름이 됩니다. 1인당 1억 원까지 법으로 보호되는 예금이니, 맡기신 돈의 안전은 일반 은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그 돈이 가는 곳입니다.

 

그 흐름이 대출을 통해 현장에 닿습니다. 어느 요양시설이 있습니다. 어르신 수십 분을 모시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급여로 매달 수입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시설을 지을 때 받은 대출 금리가 높아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갑니다. 은행은 담보 평가가 낮다며 갈아타기를 거절했습니다. 가치금융신협은 이 시설의 급여 수입 기록과 운영 이력을 근거로 심사해, 더 낮은 부담의 대출로 갈아타게 합니다. 줄어든 이자는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하고 어르신 식단을 바꾸는 데 쓰입니다. 주거를 고르셨다면 낡은 다가구주택이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사는 집으로 바뀌는 리모델링 자금이 되고, 에너지를 고르셨다면 복지관 지붕에 올라간 태양광이 됩니다.

 

그리고 결과가 돌아옵니다. 세 가지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하나는 예금 이자입니다. 둘은 보고서입니다. 돌봄 예금이 얼마 모였고, 몇 곳에 얼마가 나갔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정기적으로 공개합니다. 내 돈이 간 곳을 이름까지 확인하실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셋은 발언권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분야를 넓힐지, 어떤 곳에는 돈이 가지 않게 할지를 조합원이 함께 정합니다.

 

지금 은행에 있는 돈도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가 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모를 뿐입니다. 가치금융신협이 바꾸려는 것은 돈의 양이 아니라 그 "모름"입니다. 내 돈이 무엇이 되는지 아는 사람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그 신뢰가 쌓이면 예금이 쌓이고, 예금이 쌓이면 다음 요양시설, 다음 집, 다음 지붕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한 분의 10만 원과 예금이 만드는 변화는 한 건의 대출이 아니라, 이 순환이 한국에 처음 생기는 것입니다.

 

Q. 현재 설립을 위해 목표로 하는 출자금이 10억 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왜 10억 원이 필요하며, 목표 출자금이 마련되면 가치금융신협 설립과 향후 사업에 어떤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까?

 

법이 요구하는 최소 요건은 100명, 1억 원입니다. 우리는 그 열 배를 목표로 잡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본금은 대출의 체력입니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와 견딜 수 있는 손실의 폭이 커집니다. 1억 원으로 시작한 금융기관은 첫 한 건에서 흔들립니다.

 

둘째, 1,00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기반입니다. 10억 원보다 1,000명이 중요합니다. 이 1,000명이 예금자이자 사업의 소개자이고, 인가 심사에서 "이 금융기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셋째, 예금의 토대가 됩니다.앞서 말씀드린 300억 원 규모의 수신은 1,000명이 있어야 그려지는 그림입니다.

목표가 채워지면 창립총회와 인가 신청, 이후 영업 개시로 이어집니다. 다만 인가는 당국의 판단 영역이므로 일정은 변동될 수 있고, 변동이 생기면 설립동의자께 즉시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설립동의자와 설립자본금은 홈페이지에서 매일 공개되고 있습니다.

 

Q. 적은 금액을 출자해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데 더 많은 금액을 출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또 출자는 기부나 일반적인 투자와 어떻게 다른지, 향후 조합원이 될 분들에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기부는 보내는 돈입니다. 돌아오지 않고, 쓰임에 대한 결정권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순수하고, 그래서 한 번으로 끝납니다.

 

투자는 불리는 돈입니다. 수익이 목적이고, 많이 낸 사람이 많이 결정합니다. 돈이 사람보다 앞에 섭니다.

 

출자는 주인이 되는 돈입니다. 조합의 자본이 되어 금융기관을 세우고 떠받칩니다. 많이 냈든 적게 냈든 한 사람이 한 표입니다. 탈퇴할 때는 정관과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환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신 배당은 법으로 제한되고 초기 몇 년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기부처럼 사라지지 않고, 투자처럼 돈이 사람을 앞서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앞에 서고 돈이 뒤를 받칩니다.

 

그러면 더 내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발언권은 커지지 않습니다. 10만 원을 낸 분과 100만 원을 낸 분의 표는 같습니다. 커지는 것은 이 금융기관이 첫해에 할 수 있는 일의 크기입니다. 자본금이 두꺼울수록 더 많이 빌려줄 수 있고, 손실이 났을 때 더 오래 견딜 수 있습니다. 목표인 1,000명·10억 원을 풀어 보면 평균 100만 원입니다. 10만 원 한 계좌는 "나도 이 금융기관의 주인"이라는 표시입니다. 그 이상은 "첫 요양시설, 첫 집, 첫 지붕에 나가는 대출을 내가 한 건 더 가능하게 하겠다"는 선택입니다. 표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선택은 여유가 되시는 만큼만 하시면 됩니다. 출자금은 네 번에 나눠 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금액을 선택하시든, 결정하기 전에 꼭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출자금은 예금이 아니며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고, 경영 결과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잃을 수 있습니다. 설립 전 단계에서는 세 가지로 보호합니다. 모인 출자금은 운영비로 쓰지 않고 따로 보관하고, 확인증을 발급하며, 1년 안에 설립하지 못하면 원금을 반환합니다. 이것을 아시고 결정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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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 3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2026 가치금융 국제포럼 기념촬영 [사진=이상진]

 

Q.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좋은 뜻만으로 금융기관을 운영할 수 있을까’, ‘내가 출자한 돈은 안전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와 금융의 건전성을 함께 지키기 위해 현재 어떤 운영 원칙과 안전장치를 구상하고 있습니까?

 

좋은 뜻은 대출의 조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를 두었습니다.

 

첫째, 사업 기회가 안정적입니다. 돌봄·에너지·주거는 사회적 수요가 높아 정책사업이 계속 나오는 분야입니다. 요양시설은 장기요양 급여로, 시민발전소는 전력 판매 계약으로, 사회주택은 공공 매입과 임대료로 수입 구조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합을 함께 만드는 각 분야의 사회연대경제 연합회가 바로 그 정책사업의 참여 주체입니다. 밖에서 사업을 찾아다니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사업이 생기는 자리에 조합원이 앉아 있는 금융기관입니다. 어떤 사업이 나오고, 누가 맡고, 수입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처음부터 압니다. 첫 질문에서 정책 자금이 불안정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것과는 다릅니다. 정책이 예산을 줄 때는 흔들리지만, 정책이 수요를 만들어 제도로 자리 잡으면 그 수입은 오래 갑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후자입니다.

 

둘째, 관계로 위험을 관리합니다. 연합조직이 1차 위험관리자입니다. 심사 서류가 오기 전에, 그 분야에서 수십 년 일한 사람들이 "이 사업자는 끝까지 간다"를 먼저 압니다. 대출을 받는 조직도 조합원이라 갚지 않으면 자기 조합이 상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연합조직이 함께 수습하고, 잘 되면 그 모델을 다음 조직에 전합니다. 위험을 나누는 동시에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것입니다. 담보 하나로 위험을 막는 것보다 이 편이 더 촘촘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관계가 봐주기로 흐르지 않도록 심사를 이중으로 합니다. 서로 아는 사이라서 느슨해지는 것이 관계금융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가치는 임팩트위원회가, 상환 가능성은 연합조직과 분리된 독립 여신위원회가 따로 봅니다. 둘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대출은 나가지 않습니다. 의미가 크다는 이유로 상환 계획이 없는 곳에 돈을 내보내지 않고,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기준을 낮추지 않습니다. 이 판단을 돕기 위해 거래 데이터 기반의 평가 도구도 개발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합니다.

 

넷째, 혼자 책임지지 않습니다. 규모가 큰 사업은 협력 신협과 공동대출로 나누고, 초기 위험이 큰 사업은 기금의 후순위 참여를 붙입니다. 한 건의 실패가 조합 전체를 흔들지 않게 구조를 짭니다.

 

다섯째, 감독을 받습니다. 신협은 금융위원회의 인가와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입니다. 예금은 1인당 1억 원까지 법으로 보호됩니다. 맡기신 예금의 안전은 일반 은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설 금융기관이라 예금 기반과 심사 인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가 후 첫 몇 년은 빠른 성장보다 손실을 내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둘 생각입니다.

 

Q. 가치금융신협 설립은 결국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텐데요. 어떤 분들이 조합원으로 함께해 주기를 바라며, 아직 참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바라는 분은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현장에서 이미 이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입니다. 돌봄·에너지·주거 조직에서 일하면서 "좋은 사업인데 돈이 없어서"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해 본 분이라면, 이 금융기관은 바로 당신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내 통장의 돈이 어디로 가는지 한 번이라도 궁금했던 시민입니다. 그 궁금함 하나면 충분합니다.

 

만족스러운 배당을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 한국에 없던 금융기관이 태어나는 순간, 그 첫 명단에 당신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날부터 당신의 돈은 더 이상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돈이 아닙니다. 당신이 묻고, 당신이 듣고, 당신이 방향을 정합니다. 고객이 아니라 주인으로 금융을 만나는 일. 어느 은행도 팔지 않는 것입니다.

 

몇 년 뒤, 내 돈이 간 곳을 이름까지 보여주는 금융기관이 이 땅에 섰을 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금융기관을 처음 만들 때, 나도 함께했다."

 

Q. 함께 동참하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가치금융신협 홈페이지와 가치금융 캠페인 사이트, 가치금융신협 설립동의자 참여 페이지 등을 준비해뒀습니다.  우선, 포털사이트에서 '가치금융신협 홈페이지'를 검색하시면 관련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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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금융 국제포럼에서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설립에 동참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이상진]

전체댓글 1

  • 이상진2026-10-10 22:08:35

    [가치금융신협 웹페이지 안내]
    1. 가치금융신협 홈페이지 : https://www.valuecu.org
    2. 가치금융 캠페인 사이트 : https://wefundvalue-hub.vercel.app/
    3. 가치금융신헙 설립동의자 참여 페이지 : https://forms.gle/WFhZ29W3EFy7LBh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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