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층 사이로 솟아난 지하수와 비에이강의 푸른빛… 자연의 형성과정을 보존하며 관광자원으로 이어가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만들어낸 독특한 자연경관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시로가네 폭포(白ひげの滝·흰수염 폭포)’다.
약 30m 높이의 암벽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이 폭포는 일반적인 하천 폭포와 형성 과정이 다르다. 암석층 사이를 따라 흐르던 지하수가 암벽의 틈을 통해 지표로 솟아나면서 폭포를 이루는데, 이러한 형태를 ‘잠류폭(潛流瀑)’이라고 한다.
물줄기가 암벽 곳곳에서 가늘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흰수염 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산 지층 사이로 흘러나온 지하수
시로가네 폭포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이 지역의 지질환경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폭포 상부에는 약 20만 년 전 평가다케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암석층이 있다. 이곳에서는 용암이 냉각·수축하는 과정에서 생긴 ‘주상절리’도 확인된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수축할 때 만들어지는 세로 방향의 균열로, 마치 여러 개의 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 아래에는 과거 화산 주변에서 흘러내린 자갈과 토석류 등이 쌓여 형성된 지층이 자리한다. 서로 다른 성질의 지층 사이가 지하수의 통로가 되면서 물이 암벽 밖으로 흘러나오고, 이것이 시로가네 폭포를 만든다.
폭포 아래 비에이강이 푸르게 보이는 이유
폭포를 바라보면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물의 색이다. 폭포 아래를 흐르는 비에이강은 ‘블루리버’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푸른빛을 띤다.
이 색은 단순히 폭포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색 때문만은 아니다. 시로가네 폭포 상류에서는 이오자와강 등 도카치다케 산체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이 비에이강과 합류한다. 성분이 다른 물이 만나면서 물속에 매우 작은 입자가 만들어지고, 이른바 ‘콜로이드 입자’가 빛을 여러 방향으로 산란시키면서 물이 푸르게 보이는 것으로 설명된다.
콜로이드 입자는 쉽게 말해 물속에 떠 있는 아주 미세한 입자다. 햇빛이 이 입자들과 부딪히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파란빛이 상대적으로 눈에 들어오면서 비에이강 특유의 푸른색이 나타난다. 다만 강우나 눈 녹은 물이 유입되면 물의 성분과 농도가 달라져 색이 흐려지거나 탁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비에이 관광협회도 날씨와 강우량에 따라 비에이 블루의 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물의 흐름은 인근의 청의 호수로도 이어지는 자연환경적 맥락을 형성한다. 청의 호수 역시 도카치다케 방재공사 과정에서 제방에 물이 고이면서 만들어진 경관으로, 현재는 시로가네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방식
시로가네 폭포는 별도의 대규모 관광시설을 조성해 자연을 보여주는 곳이라기보다, 기존의 지질과 경관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문객은 시로가네교 등 주변 관람 공간에서 폭포와 비에이강을 바라볼 수 있으며, 폭포를 둘러싼 자연환경 자체가 관광의 중심이 된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경관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에서 자연환경과 방문객의 이용이 함께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비에이정은 최근 관광객이 집중되는 주요 관광지의 혼잡도를 AI 카메라로 측정해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시로가네 지역의 흰수염 폭포와 청의 호수도 혼잡도 측정 대상에 포함돼 있다. 방문객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분산해 관광지의 혼잡을 줄이려는 방식이다.
교통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비에이정은 관광지 주변의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중심 시가지에 차량을 주차한 뒤 대중교통으로 관광지를 이동하는 ‘파크 앤드 라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에는 비에이역에서 시로가네온천까지 이동할 수 있는 1일 프리패스도 운영하고 있다.
자연관광의 지속가능성은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연을 찾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잡과 이동 문제까지 함께 관리할 때, 자연경관을 관광자원으로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애플 새 CEO 존 터너스, 타임지 표지 장식…‘아이폰 듀오’로 새로운 시대 연다
애플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존 터너스(John Ternus)가 미국 시사주간지...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오피니언
more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㉞ 건설산업의 CP 실적과 위반 예방: 하도급 리스크를 넘어서는 동반성장의 공식
대규모 프로젝트, 복잡한 계약 구조, 그리고 다층적인 수주·하도급 관계가...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㉒] 풍년의 계절에 찾아온 기후 위기, 농민의 소득을 지켜라.
가을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계절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논과 과... -
[진문(秦雯)의 인공지능 시대의 시각권력 ㉒] 디지털화에서 지능화로: 문화유산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디지털 기술은 문화유산의 보존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
[AI 혁명, 인간 이후의 시대 ⑪] 디지털 노동시장과 새로운 직업
인공지능(AI)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하...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