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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아파트를 더 짓는다고 청년의 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10.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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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에서 주택은 삶의 보금자리를 넘어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었고, 아파트 중심의 시장 구조는 노동소득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과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 공급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주택정책은 공급 물량보다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를 몇 채 더 짓느냐가 아니라 그 아파트에 누가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소득으로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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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밀집된 도시와 아파트가 혼재한 모습. [사진=ESG코리아뉴]

 

대한민국에서 집은 언제부터 노동의 대가로 마련하는 보금자리가 아니라 자산을 불리는 수단이 되었을까. 성실하게 직장에 다니고 월급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지고, 누군가는 아파트 한 채의 가격 상승만으로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벌기 어려운 부를 얻는다. 주거를 둘러싼 이러한 격차는 이제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가치와 세대 간 기회,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통계청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5.3%,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은 약 55.1%에 이른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라는 사실과 모든 아파트가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주거 수단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대한민국의 집값이 올랐다고 말한다. 언론의 부동산 보도 역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격과 신고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정책도 아파트 가격의 움직임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물론 아파트가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당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대한민국 전체 주거 현실을 대변할 수는 없다.


같은 서울에서도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주택, 단독주택의 가격과 거래 여건은 크게 다르다. 지역에 따라 아파트보다 저렴한 주택도 적지 않다. 반면 일부 고급 단독주택이나 고급 빌라는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비싸다. 따라서 단순히 주택 유형에 따라 가격을 구분하기보다는 왜 특정 아파트에 자금과 수요가 집중되고, 다른 주택 유형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 배경에는 아파트가 가진 표준화된 상품 구조가 있다. 같은 단지에 비슷한 면적과 구조를 가진 주택이 반복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거래가격을 비교하기 쉽고, 금융기관 역시 담보가치를 평가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거래 사례가 풍부하고 환금성이 높다는 점도 아파트의 금융자산적 성격을 강화한다.


반면 빌라나 단독주택은 입지와 건물 상태, 대지 지분, 관리 수준 등이 제각각이다. 가격을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거래가 적은 지역에서는 적정가격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반환 위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약해진 측면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금융 접근성과 주택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거래하기 쉽고 담보가치를 인정받기 좋은 자산으로 인식될수록 수요는 다시 아파트에 집중된다. 수요가 집중되면 가격이 상승하고, 상승한 가격은 다시 아파트를 안전하고 유망한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을 강화한다. 주거의 필요와 자산 증식의 기대가 결합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아파트 가격 상승을 투기나 담합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시설, 교통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현실도 가격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다. 다만 실거주 수요와 별개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가격을 밀어 올리거나, 허위거래와 가격 담합 등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행위가 발생한다면 이를 철저히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얼마나 거대한 자산으로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은 2026년 5월 전용면적 약 232㎡가 218억 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으며, PH129 역시 190억 원대 거래가 알려져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도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을 넘는 거래가 나타났다.


이들 주택은 희소한 입지와 넓은 면적, 고급 설계와 시설 등을 갖춘 특수한 시장에 속한다. 따라서 그 가격을 일반적인 국민 주거비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주변 주택가격의 기대 수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의 가치가 거주 편익보다 미래의 가격 상승 가능성에 의해 평가되기 시작할 때, 집은 생활의 기반보다 투자 경쟁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 실제로 얼마가 필요한가.


아파트 가격은 토지비와 건축비, 설계비, 금융비용, 각종 부담금, 사업기간에 따른 위험과 이윤 등이 결합해 형성된다. 최근에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서울 일부 정비사업장의 공사비가 3.3㎡당 1,000만 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났다. 따라서 모든 아파트를 평당 1,000만 원 이하로 지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사비와 최종 분양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토지 확보 과정과 개발이익 배분 구조, 사업비와 금융비용의 적정성은 공공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이 시장에서 형성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격 구조 전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공이 주택을 공급할 때 민간의 고가 분양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하느냐는 문제다. 공공이 보유한 토지를 활용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비를 조달하며 과도한 개발이익을 줄인다면, 민간 시장과 다른 가격 구조의 주택을 공급할 여지가 있다. 주택을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지가 아니라 국민이 얼마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주택정책은 여전히 공급 물량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2026년 8월 수도권 23만 호 이상의 추가 공급을 추진하는 대책을 발표했고, 10월에는 주택공급 실적과 향후 계획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주택 부족을 완화하고 시장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공급 확대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10억 원, 15억 원, 20억 원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공급인가.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지만, 매달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청년에게는 여전히 접근할 수 없는 주택일 뿐이다.


공급 확대가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공급되는 지역과 가격, 주택 유형, 실제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고가의 자산으로 형성된 주택시장에서 단순히 아파트를 더 짓는 것만으로 모든 계층의 주거비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 민간 주택시장의 공급 기능을 유지하되, 정부는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별도의 공공주거 체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 핵심은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이 자신의 노동소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억~3억 원 수준의 공공분양주택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서울 핵심 지역의 토지비와 건설비를 고려하면 모든 지역에서 이러한 가격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택지 활용, 토지임대부 주택, 지분적립형 주택, 장기 공공임대 등 다양한 공급 방식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나, 장기간에 걸쳐 주택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은 초기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다만 토지임대료와 관리비, 향후 매각 제한, 공공의 재정부담까지 고려해 실제 거주비가 낮아지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분양가격만 낮추고 매달 부담하는 비용을 높인다면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직장과 멀리 떨어져 교통비와 통근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나거나, 교육과 돌봄, 의료시설을 이용하기 어렵다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주거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공공주택은 일자리와 교통, 생활 인프라를 함께 고려한 도시정책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거정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몇 만 호를 공급했는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몇 퍼센트 올랐는지만으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청년이 월급에서 주거비를 제외하고 얼마를 저축할 수 있는지, 신혼부부가 과도한 부채 없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는지, 무주택자가 어느 정도의 기간과 부담으로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과거에는 직장에 다니며 꾸준히 저축하고 일정한 대출을 활용해 내 집을 마련하는 삶의 경로가 지금보다 현실적인 선택지였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주택 부족과 높은 금리, 소득 격차 등 어려움은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의 주요 아파트 가격과 일반적인 근로소득 사이의 간격은 많은 청년에게 내 집 마련을 장기적인 목표로조차 설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문제는 결혼과 출산, 세대 간 자산 격차와도 연결된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청년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할 여력을 잃는다.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가 주거 선택의 폭을 좌우한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르면 자산을 가진 사람은 부유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승이 노동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 기회를 계속 좁힌다면 사회 전체가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적 성공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고, 성실한 노동보다 자산 보유 여부가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를 지속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주거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산인 동시에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다. 이 두 가지 성격을 인정하되, 최소한의 안정적인 주거에 접근할 기회만큼은 개인의 자산 수준에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아파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민간 주택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 시장이 충족하지 못하는 주거 수요를 공공의 책임으로 보완하고, 누구나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안정적인 주거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 정책의 질문을 바꿔야 한다.


'아파트를 몇 채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 아파트에 누가 살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주택공급의 최종 목적은 건설 실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아무리 많은 아파트를 지어도 청년과 서민이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면, 그것은 주거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공급 숫자의 증가에 그칠 뿐이다.


청년이 자신의 월급으로 미래의 보금자리를 꿈꿀 수 있는 사회, 신혼부부가 집값 때문에 가정을 꾸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집을 많이 짓는 나라보다,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집을 공급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과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대학에서 31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학문 연구에 헌신하였고, 그 공로로 국가로부터 근정포장을 수훈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를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으며, 이를 통해 직관과 반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철학적 사유 체계를 제시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약 2년 7개월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사회 의장과 비상임이사,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건축대학 뉴미디어센터 방문학자로 디지털 건축을 연구하며 미래 건축과 기술, 인간 감성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 『Archiroad』 1권(Hyun)·2권(Sun)·3권(Hee), 철학 인문서 『철학의 위로』, 미래에 대한 공동연구 저서 『시그널 코리아 2024』·『시그널 코리아 2025』 등이 있으며, 건축과 철학, 문학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통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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