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연구진, 20세기 22년에 한 번 발생하던 극단적 강수 현상 21세기에는 10년에 한 번꼴로 증가 분석
- 강우 강도도 평균 20% 증가 전망,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이가 대기 순환 변화 유발
지구온난화가 남부 아프리카의 강우 패턴을 변화시키면서 극단적인 폭우와 홍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약 22년에 한 번 발생하던 특정 극한 강수 현상이 21세기에는 약 10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고, 강우 강도도 평균 2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남부 아프리카의 강우를 좌우하는 주요 대기 순환 체계가 변화하면서 극단적인 강수 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목은 '온실가스 온난화에 따른 남인도양 수렴대의 남쪽 이동 증가(Increased southward swings of the South Indian convergence zone under greenhouse warming)'다. 하오둥 왕(Haodong Wang), 타오 겅(Tao Geng), 원주 차이(Wenju Cai), 샤오페이 린(Xiaopei Lin)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를 소개한 해설 논문 '기후 온난화가 남부 아프리카 극한 강우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Climate warming boosts frequency and intensity of southern Africa’s rainfall extremes)'는 23일 같은 학술지에 별도로 게재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남부 아프리카의 주요 강수 공급원 가운데 하나인 남인도양 수렴대(South Indian Convergence Zone·SICZ)이다.
남인도양 수렴대는 대기 중 수증기가 모이고 상승기류가 형성되면서 구름과 비를 만들어내는 광범위한 대기 순환 체계다. 이 수렴대의 위치와 움직임은 남부 아프리카의 강수량과 강수 분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렴대가 평소보다 크게 남쪽으로 이동하면 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강한 비가 내리고 심각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가 이러한 남쪽 이동의 빈도와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기후모델을 활용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남인도양 수렴대의 극단적인 남쪽 이동은 20세기 평균 22년에 한 번 발생하던 수준에서 21세기에는 평균 1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발생 빈도가 두 배 이상 높아지는 동시에 이러한 현상과 관련된 강우 강도도 평균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에는 드물게 발생하던 극단적인 대기 순환 현상이 미래에는 상대적으로 자주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양 사이의 온난화 속도 차이를 제시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아프리카 대륙의 기온이 인도양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육지와 바다 사이의 온도 차이가 커진다. 이러한 차이는 대기압 분포와 바람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남인도양 수렴대가 남쪽으로 이동하기 쉬운 조건을 형성한다.
남반구 중위도 지역의 편서풍이 극지방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편서풍의 이동은 남인도양 아열대 해역의 해수면 온도 분포를 변화시키고,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유입되는 수증기 수송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이, 바람의 이동, 해수면 온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남부 아프리카에 극단적인 강수를 유발하는 대기 조건이 더욱 자주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대기 중 수증기량을 증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강수를 발생시키는 대규모 대기 순환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가 보유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해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수증기를 특정 지역으로 집중시키는 대기 순환 변화가 더해지면 극단적인 강수 위험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연구에서 제시한 발생 빈도는 남인도양 수렴대의 극단적인 남쪽 이동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남부 아프리카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홍수의 빈도가 두 배 증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강우 강도 20% 증가 역시 연구에서 설정한 고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평균적인 전망치로, 모든 지역의 강수량이 동일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 결과는 남부 아프리카의 기후재난 대응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극단적인 강수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면 하천 범람과 도시 침수, 농경지 피해, 도로와 교량 등 기반시설의 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배수시설과 홍수 방어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같은 강우량에도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농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강수의 계절적 변화와 변동성이 농업 생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짧은 기간에 집중되는 폭우는 토양 침식과 농경지 침수를 유발할 수 있으며, 강수량이 증가하더라도 반드시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기후모델을 통해 미래의 대기 순환 변화를 분석한 것으로, 실제 홍수 피해 규모나 인명 피해 증가를 직접 예측한 연구는 아니다. 홍수 피해는 강수량뿐 아니라 지형과 토지 이용, 하천 관리, 인구 분포, 방재시설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극한 강수를 유발하는 대기 순환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는 기존의 강우 관측 기록만으로 미래의 홍수 위험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남인도양 수렴대의 남쪽 이동이 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홍수 위험 증가를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균기온이나 연간 강수량의 변화뿐 아니라 극단적인 강수 현상을 만들어내는 대기 순환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지역의 물 순환과 재난 위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는 데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앞으로 남부 아프리카의 기후 적응 정책과 홍수 위험 평가에서도 이러한 대기 순환 변화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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