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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충돌하자 물질이 만들어졌다…입자가속기로 확인한 양자물리학의 예측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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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금 원자핵 충돌 실험에서 전자·양전자 쌍 생성 확인
  • 1934년 제시된 브라이트–휠러 이론 실험적 입증, 에너지와 물질의 관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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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mart Science]

 

빛이 충돌해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이 약 90년 전 이론으로 제시했던 이 현상은 현대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실제로 확인됐다. 빛을 구성하는 광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물질과 반물질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관측된 것이다.


24일 과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소셜미디어 X의 Smart Science 계정에는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한 글이 게시됐다.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가 2021년 발표한 연구를 바탕으로, 양자물리학이 예측한 입자 생성 현상과 진공의 물리적 특성을 소개한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진공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에서는 진공을 단순한 공백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양자장은 존재하며, 이러한 장은 양자적 요동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양자물리학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브라이트–휠러 과정(Breit–Wheeler Process)'이다. 1934년 물리학자 그레고리 브라이트(Gregory Breit)와 존 휠러(John Wheeler)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두 광자가 충돌하면 전자와 양전자 같은 입자·반입자 쌍이 생성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가운데 하나이며, 양전자는 전자와 질량이 같지만 전하가 반대인 반물질 입자다. 두 입자는 각각 음전하와 양전하를 띤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두 광자가 충돌해 입자 쌍을 생성하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들을 상호작용하게 만들고, 생성된 입자가 다른 물리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별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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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으로부터 물질을 생성하기: 두 개의 금(Au) 이온(빨간색)이 빛의 속도의 99.995%(속도 v가 빛의 속도 c와 거의 같음)에 달하는 속도로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이동합니다. 이 이온들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스쳐 지나갈 때, 이온을 둘러싼 전자기 구름에서 나온 두 개의 광자(γ)가 서로 상호작용하여 물질-반물질 쌍, 즉 전자(e-)와 양전자(e+)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사진=Brookhaven, Karen McNulty Walsh의 Collisions of Light Produce Matter/Antimatter from Pure Energy 논문 자료]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의 상대론적 중이온충돌기(Relativistic Heavy Ion Collider, RHIC)를 이용한 STAR 국제공동연구진은 2021년 이 과정에 대한 강력한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금 원자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서로 스쳐 지나가도록 했다. 이때 두 원자핵은 직접 충돌하지 않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금 원자핵 주변에는 매우 강한 전자기장이 형성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전자기장과 관련된 광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전자와 양전자 쌍을 생성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금 원자핵 자체의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 주변 전자기장을 통해 광자 간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이 핵심이다.


2021년 7월 국제학술지 '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금 원자핵의 주변부 충돌에서 생성된 전자·양전자 쌍 6,085개가 분석됐다. 연구진은 입자들의 운동량과 각도 분포 등을 측정했으며, 그 결과가 편광된 광자의 충돌을 설명하는 양자전기역학의 계산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광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과 반물질 입자가 생성될 수 있다는 브라이트–휠러 과정에 대한 중요한 실험적 증거로 평가된다.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와도 연결된다. 잘 알려진 공식 E=mc²는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나타낸다. 충분한 에너지가 주어지고 에너지와 운동량 등 물리적 보존법칙이 충족되면, 광자의 에너지가 질량을 가진 새로운 입자의 생성에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이 실험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물질이 저절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 실험에서는 금 원자핵의 강한 전자기장과 관련된 광자들의 상호작용이 입자 생성의 원인이었다. 물질 생성에 필요한 에너지가 외부에서 제공됐다는 점에서 무에서 유가 탄생한 현상과는 구별된다.


양자물리학에서는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현상으로 '슈윙거 효과(Schwinger Effect)'를 예측한다. 매우 강한 전기장이 존재할 때 입자와 반입자 쌍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슈윙거 효과는 광자 두 개가 충돌하는 브라이트–휠러 과정과는 발생 원리가 다르다. 특히 순수한 진공에서 강한 전기장만으로 입자 쌍이 생성되는 현상을 직접 관측하려면 극도로 높은 전기장 세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2021년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슈윙거 효과까지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두 현상은 모두 양자전기역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지만, 서로 구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는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극한의 전자기장 환경에서 양자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진공이 어떤 물리적 특성을 갖는지, 입자와 반입자가 어떠한 조건에서 생성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빛은 사물을 비추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존재다. 그러나 극도로 높은 에너지의 세계에서는 빛의 상호작용 자체가 새로운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입자가속기 실험은 이러한 현상을 관측함으로써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법칙과 우주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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