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화 띠 조성으로 자연적 해충 방제 기능 평균 16% 향상, 2020년 국제학술연구 확인
- 2025년 연구서 천적 곤충 증가 효과 확인, 실제 해충 감소는 농경지 환경에 따라 차이
농경지 가장자리에 심은 작은 야생화 군락이 화학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꽃이 피는 식물을 활용해 해충의 천적을 불러들이고, 농업 생태계가 가진 자연적인 해충 억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23일 오후 소셜미디어 X의 Massimo 계정에는 농경지에 조성한 야생화 띠(Wildflower Strips)가 해충 방제에 미치는 효과를 소개하는 글이 게시됐다. 농약에 의존하는 대신 다양한 꽃을 심어 유익한 곤충이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면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자연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익충은 무당벌레다. 무당벌레의 성충과 유충은 모두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어 생육을 방해하고 일부 바이러스성 식물병을 옮기는 해충이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수십 마리의 진딧물을 섭식할 수 있으며, 유충 역시 성장 과정에서 많은 수의 진딧물을 포식한다.
야생화가 유인하는 천적은 무당벌레에 그치지 않는다. 꽃등에, 풀잠자리, 기생벌, 포식성 딱정벌레 등도 농경지의 해충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꽃등에와 풀잠자리의 일부 유충은 진딧물을 포식하며, 기생벌은 진딧물이나 나방류 애벌레 등에 알을 낳아 기생하는 방식으로 해충의 생존을 억제한다.
이러한 농업 관리 방식은 '보전적 생물학적 방제(Conservation Biological Control)'로 불린다. 외부에서 천적을 대량으로 들여와 방사하는 방식과 달리, 농경지에 이미 존재하는 천적 곤충이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도록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야생화는 천적 곤충에게 먹이와 은신처를 제공한다. 특히 꽃에서 얻는 꽃가루와 꿀은 일부 천적 곤충의 성충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다. 꽃이 피는 시기와 식물의 종류를 적절히 조합하면 농경지 주변에서 천적 곤충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 같은 생태적 방제의 효과는 국제 학술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20년 국제학술지 '생태학 편지 (Ecology Letters)'에 발표된 연구 '해충 방제, 수분 서비스 및 작물 수확량에 대한 꽃띠(flower strips)와 울타리 모양의 식생대(hedgerows)의 효과: 정량적 종합 분석(The effectiveness of flower strips and hedgerows on pest control, pollination services and crop yield: a quantitative synthesis)'는 북미와 유럽, 뉴질랜드의 농경지를 대상으로 야생화 띠와 생울타리가 해충 방제 및 수분매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진은 해충 방제 관련 연구 18건과 수분매개 관련 연구 17건을 분석한 결과, 야생화 띠가 조성된 농경지에서는 인접 작물의 자연적 해충 방제 기능이 평균 16% 향상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분매개와 작물 수확량에 미치는 효과는 일정하지 않았으며, 야생화 띠의 조성 기간과 식물 다양성, 작물과의 거리 등이 효과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2025년 4월 국제학술지 '농업, 생태계 및 환경(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야생화 띠의 생태적 효과가 분석됐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 26건을 종합한 메타분석을 통해 야생화 띠가 천적 곤충의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 전체 분석에서 천적 곤충의 개체 수는 평균 4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세 종류 이상의 꽃식물을 파종한 야생화 띠에서는 천적 곤충의 증가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꽃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천적 곤충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와 서식 자원이 풍부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천적 곤충이 늘어난다고 해서 해충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당 연구에서 해충 개체 수에 대한 효과는 연구별 편차가 컸으며, 전체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 경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야생화 띠의 효과를 평가할 때 천적 곤충의 증가뿐 아니라 실제 해충 피해와 농약 사용량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야생화 띠의 가치는 해충 방제에만 있지 않다. 벌과 나비 등 수분매개곤충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농경지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토양을 덮는 식생은 강우에 따른 토양 침식을 완화하고 농업 지역의 생태적 연결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은 왜 모든 농장에서 활용되지 않을까. 야생화 띠를 조성하려면 일정한 공간과 관리 비용이 필요하다. 꽃의 종류에 따라 잡초 관리나 파종·유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특정 식물이 오히려 해충의 서식처가 되지 않도록 작물과 지역 환경에 맞는 식물 선정이 중요하다.
화학농약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해충의 발생 밀도가 높거나 병해충 피해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방제 수단과 병행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야생화 띠는 농약을 무조건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화학적 방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통합적 병해충 관리의 한 방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농업 생산성과 생태계 보전은 반드시 상충하는 목표만은 아니다. 농경지에 꽃과 곤충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작은 변화가 해충 관리 방식과 농업 환경을 함께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BEST 뉴스
-
“미래에는 정말 하늘 나는 자동차가 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로드스터 비행 장면 공개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6일 자신의 X 계정에 공중으로 떠오른 자동차 영상을 게시하며 “미래에는 정말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일론 머스크 X 계정 갈무리]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오랫동안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국산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첫 시험발사 성공…이 대통령 “신속한 개발·배치” 당부
▲ 국산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첫 시험발사 성공…이 대통령 “신속한 개발·배치” 당부 [사진=청와대]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가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추진체에서 분리된 활공비행체는 극초음속 환경에서 불규칙한 궤도 변경을 수행한 뒤 지정된 목표점에 ... -
서울연탄은행, 150여명 봉사자들과 겨울나기 첫 온기 나눔
▲ 연탄나눔 재개식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ESG코리아뉴스] 한 달 소득이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르신이 겨울철 난방을 위해 매달 15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면 어떨까. 소득의 30% 이상을 난방비로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도시가스가 공... -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 “정부 2년 차 AI 정책 기조 마련…보안 대책에도 집중”
▲ 이해민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혜민 x] 이해민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근황을 전하며 정부 2년 차 인공지능(AI)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주요 정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점검에 집중하고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애플 새 CEO 존 터너스, 타임지 표지 장식…‘아이폰 듀오’로 새로운 시대 연다
애플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존 터너스(John Ternus)가 미국 시사주간지...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㉓] 상강(霜降)에 돌아보는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농업의 조건
서리가 내리는 상강,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계절 10월 23일은 ...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③ 누군가의 가능성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어려운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②] 자동화에서 자율성으로, 공간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귀가 전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냉방을 켜고, 외출 후 깜빡 잊고 켜 둔 거실 ... -
[AI 혁명, 인간 이후의 시대 ⑫] 기본소득과 사회 안전망 논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질...
기획 / 탐방
more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⑪] 배달하는 로봇, 도시를 누비다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을 기다리는 일은 현대인의 익숙한 일상이다. 오토바이...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