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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대신 야생화 심었더니…해충 잡는 익충 늘어나는 농업의 변화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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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화 띠 조성으로 자연적 해충 방제 기능 평균 16% 향상, 2020년 국제학술연구 확인
  • 2025년 연구서 천적 곤충 증가 효과 확인, 실제 해충 감소는 농경지 환경에 따라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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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경지에 조성한 야생화 띠(Wildflower Strips)가 해충 방제에 미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사진=Massimo]

 

농경지 가장자리에 심은 작은 야생화 군락이 화학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꽃이 피는 식물을 활용해 해충의 천적을 불러들이고, 농업 생태계가 가진 자연적인 해충 억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23일 오후 소셜미디어 X의 Massimo 계정에는 농경지에 조성한 야생화 띠(Wildflower Strips)가 해충 방제에 미치는 효과를 소개하는 글이 게시됐다. 농약에 의존하는 대신 다양한 꽃을 심어 유익한 곤충이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면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자연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익충은 무당벌레다. 무당벌레의 성충과 유충은 모두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어 생육을 방해하고 일부 바이러스성 식물병을 옮기는 해충이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수십 마리의 진딧물을 섭식할 수 있으며, 유충 역시 성장 과정에서 많은 수의 진딧물을 포식한다.


야생화가 유인하는 천적은 무당벌레에 그치지 않는다. 꽃등에, 풀잠자리, 기생벌, 포식성 딱정벌레 등도 농경지의 해충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꽃등에와 풀잠자리의 일부 유충은 진딧물을 포식하며, 기생벌은 진딧물이나 나방류 애벌레 등에 알을 낳아 기생하는 방식으로 해충의 생존을 억제한다.


이러한 농업 관리 방식은 '보전적 생물학적 방제(Conservation Biological Control)'로 불린다. 외부에서 천적을 대량으로 들여와 방사하는 방식과 달리, 농경지에 이미 존재하는 천적 곤충이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도록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야생화는 천적 곤충에게 먹이와 은신처를 제공한다. 특히 꽃에서 얻는 꽃가루와 꿀은 일부 천적 곤충의 성충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다. 꽃이 피는 시기와 식물의 종류를 적절히 조합하면 농경지 주변에서 천적 곤충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 같은 생태적 방제의 효과는 국제 학술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20년 국제학술지 '생태학 편지 (Ecology Letters)'에 발표된 연구 '해충 방제, 수분 서비스 및 작물 수확량에 대한 꽃띠(flower strips)와 울타리 모양의 식생대(hedgerows)의 효과: 정량적 종합 분석(The effectiveness of flower strips and hedgerows on pest control, pollination services and crop yield: a quantitative synthesis)'는 북미와 유럽, 뉴질랜드의 농경지를 대상으로 야생화 띠와 생울타리가 해충 방제 및 수분매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진은 해충 방제 관련 연구 18건과 수분매개 관련 연구 17건을 분석한 결과, 야생화 띠가 조성된 농경지에서는 인접 작물의 자연적 해충 방제 기능이 평균 16% 향상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분매개와 작물 수확량에 미치는 효과는 일정하지 않았으며, 야생화 띠의 조성 기간과 식물 다양성, 작물과의 거리 등이 효과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2025년 4월 국제학술지 '농업, 생태계 및 환경(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야생화 띠의 생태적 효과가 분석됐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 26건을 종합한 메타분석을 통해 야생화 띠가 천적 곤충의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 전체 분석에서 천적 곤충의 개체 수는 평균 4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세 종류 이상의 꽃식물을 파종한 야생화 띠에서는 천적 곤충의 증가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꽃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천적 곤충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와 서식 자원이 풍부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천적 곤충이 늘어난다고 해서 해충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당 연구에서 해충 개체 수에 대한 효과는 연구별 편차가 컸으며, 전체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 경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야생화 띠의 효과를 평가할 때 천적 곤충의 증가뿐 아니라 실제 해충 피해와 농약 사용량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야생화 띠의 가치는 해충 방제에만 있지 않다. 벌과 나비 등 수분매개곤충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농경지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토양을 덮는 식생은 강우에 따른 토양 침식을 완화하고 농업 지역의 생태적 연결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은 왜 모든 농장에서 활용되지 않을까. 야생화 띠를 조성하려면 일정한 공간과 관리 비용이 필요하다. 꽃의 종류에 따라 잡초 관리나 파종·유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특정 식물이 오히려 해충의 서식처가 되지 않도록 작물과 지역 환경에 맞는 식물 선정이 중요하다.


화학농약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해충의 발생 밀도가 높거나 병해충 피해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방제 수단과 병행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야생화 띠는 농약을 무조건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화학적 방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통합적 병해충 관리의 한 방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농업 생산성과 생태계 보전은 반드시 상충하는 목표만은 아니다. 농경지에 꽃과 곤충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작은 변화가 해충 관리 방식과 농업 환경을 함께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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