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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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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농지 1천13만 필지 조사해 284만 필지 ‘위반 의심’ 분류
  • 처분명령·이행강제금 우려 확산, 고령농·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과 법 사이 간극
  • 송미령 장관 “투기는 원칙대로 처분하되 관행적 임대·휴경은 처분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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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에게 농사를 맡긴 경우까지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농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임대차나 불가피한 휴경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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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일 자신의 X 계정에 ‘농지 전수조사, 투기는 근절하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짓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논란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송 장관은 “이번 조사는 농지 제도 개선을 위해 전국 농지의 소유와 이용 현황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 투기로 판단되는 경우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겠으나, 농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임대차와 휴경 사례들은 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올해 처음 실시된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서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기본조사를 진행했다. 7월 말까지 대상 면적의 97%인 132만㏊, 1천13만 필지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가운데 284만 필지, 전체 조사 대상의 약 27%가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 21.1%, 무단 휴경 의심 11.6%, 불법 전용 의심 9.0%, 소유 제한 위반 의심 1.4% 등이다. 하나의 농지가 여러 유형에 해당할 수 있어 각 비율에는 중복이 포함돼 있다.


‘284만 필지’라는 숫자가 알려지면서 농촌 현장에서는 조사 결과가 곧 농지 처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농촌의 현실과 현행 농지법 사이의 간극이 논란을 키웠다. 고령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에게 경작을 맡기는 경우가 있고, 오랜 기간 별도의 계약서 없이 농지를 빌려주고 빌리는 관행도 남아 있다.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거나 일시적으로 농사를 쉬는 사례도 있다.


농지에 농업용 창고나 시설을 설치하면서 적법한 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례 역시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8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지법도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일정한 법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이 강화됐고,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농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지 소유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다만 전수조사에서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농지 처분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중대한 위법이 아닌 경우 자진 처분 기간을 거치게 되며, 이후 해당 농지를 성실하게 경작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처분명령을 유예하거나 소멸시키는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 질병이나 재해, 영농 준비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휴경 역시 일률적인 처분 대상은 아니다.


정부는 현장의 반발과 우려가 이어지자 조사 이후 조치 방향도 조정하고 있다. 핵심은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와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이용 형태를 구분하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지를 취득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을 취득한 뒤 실제 농업에 이용하지 않는 경우, 농업법인이 취득한 농지를 농업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 등 투기성이 확인되는 사례에는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경우나 농업인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 불가피한 휴경 등은 투기성 농지와 구분해 처리하기로 했다.


송 장관은 농업용 시설 문제에 대해서도 “전용 허가 없이 설치한 농업용 시설도 사후 전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도 추진된다. 정부는 일정 기간 기존 농지의 이용 실태를 정비할 기회를 부여하고, 현재의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함께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나 경사가 심해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에 대한 대책도 검토되고 있다.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기 어렵고 임차인을 구하기도 힘든 농지는 농지은행을 활용해 관리하거나 농지로 복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농촌의 구조적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는 것을 기본으로 설계된 제도와 실제 농촌에서 이뤄지는 농지 이용 방식 사이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수조사의 목적을 단속보다 농지 제도 개선에 두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송 장관은 “여러 말씀을 잘 새겨서 전수조사를 세심하게 추진하고, 조사 결과를 활용해 우리 농지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 나가겠다”며 “신속하게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조사를 둘러싼 쟁점은 결국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 가운데 투기 목적의 보유와 농촌 현실에서 비롯된 사례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지에 모인다. 정부가 예고한 특별조치법에 관행적 임대차와 휴경, 고령농과 상속농, 경작이 어려운 농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어떻게 담을지가 향후 논란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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