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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되살리니 도시가 달라졌다…청계천과 양재천이 보여준 서울의 수변재생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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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천의 밤풍경 [사진=ESG코리아뉴스]

 

서울은 하천을 품은 도시다.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청계천부터 강남 주거지역을 가로지르는 양재천까지, 서울의 하천은 도시의 변화와 함께 모습이 달라져 왔다.


두 하천의 복원 과정은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방향이 다르다. 청계천이 도로와 고가도로 아래 묻혀 있던 물길을 다시 도시의 표면으로 끌어올린 사례라면, 양재천은 도시화 과정에서 직선화·콘크리트화된 하천에 자연성을 되돌려 생태와 생활공간을 함께 회복한 사례다.


같은 서울의 하천이지만 주변 도시구조와 복원 방식에 따라 수변공간의 역할도 달라진 셈이다.


개포동을 흐르는 생활 속 생태하천, 양재천


강남 개포동의 밤 풍경에서 양재천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어두워진 하천 주변으로 산책로 조명이 켜지고, 울창한 녹지 너머로 고층 아파트와 업무시설의 불빛이 이어진다. 자연과 고밀도 도시개발이 하나의 풍경 안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양재천은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해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를 거쳐 강남구를 지나 탄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전체 길이는 15.6㎞이며 강남구 구간은 3.75㎞다.


지금의 모습이 처음부터 자연형 하천이었던 것은 아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던 시기 양재천은 토지 이용과 치수 기능을 중심으로 정비됐다. 하천이 직선화되고 저수로와 콘크리트 제방 등이 조성되면서 도시의 개발과 홍수 관리에는 대응할 수 있었지만 하천이 지닌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은 약화됐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다.


강남구는 1995년 양재천 공원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식생호안 등을 도입하고 하천을 자연형으로 되돌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콘크리트 중심의 하천을 생태적 공간으로 전환하면서 양재천은 물이 흐르는 통로에서 시민이 머물고 자연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양재천에는 다양한 식물과 조류, 어류 등이 서식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강남구가 공개한 자료에서는 강남구 구간에 40여 종의 조류와 다양한 양서·파충류·어류·포유류, 300여 종 이상의 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양재천은 이러한 생태적 가치 등을 바탕으로 2015년 서울미래유산에도 선정됐다.


청계천은 물길의 복원을 넘어 도시공간을 다시 설계했다


청계천의 변화는 보다 근본적인 도시공간의 재편과 연결된다.


청계천은 오랜 기간 복개돼 도로 아래에 놓여 있었고, 그 위로 도로와 청계고가도로가 들어서면서 서울 도심의 자동차 중심 공간을 형성했다.


서울시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복개된 하천을 다시 열고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복원 구간은 5.39㎞에 이른다.


청계천 복원은 하천 하나를 정비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았다. 도로와 고가도로가 차지했던 공간을 보행과 수변공간으로 전환하고 도심의 경관과 이동방식을 다시 구성하는 사업이었다.


복원 이후 청계천에는 산책로와 녹지공간이 조성됐고, 도심에서 시민들이 물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서울시 자료에서는 청계천 복원 전후 생물종이 98종에서 314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계천은 이후 역사·문화공간과 상업·업무지역, 관광과 시민 휴식이 결합된 서울의 대표적인 수변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를 비운 청계천'과 '자연을 채운 양재천'


두 하천의 차이는 복원 이전의 모습에서부터 나타난다.


청계천의 경우 핵심은 '덮여 있던 하천을 다시 여는 것'이었다. 물길을 도시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자동차 중심으로 형성됐던 도심 공간을 보행과 수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양재천은 달랐다. 물길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시개발 과정에서 자연성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따라서 기존 하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제방과 하천 주변을 자연형으로 바꾸고 녹지와 생태공간을 회복하는 방식이 중심이 됐다.


청계천이 도시공간의 구조를 다시 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양재천은 기존 도시 안에 자연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 무게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주변 환경 역시 다르다.


청계천은 종로와 을지로 등 서울의 전통적인 도심을 통과한다.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역사문화공간이 밀집한 지역을 흐르기 때문에 복원 이후에도 도심 보행과 관광, 상업활동과의 연계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


반면 양재천은 개포·대치·도곡 등 주거지역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때문에 일상적으로 하천을 이용하는 주민의 생활과 자연환경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산책과 운동, 자전거 이용, 생태체험 등이 하천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수변공간은 '경관'을 넘어 도시 인프라가 된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하천 복원이 단순히 물을 깨끗하게 만들거나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업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고 주변 공간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이동 방식과 생활환경, 생태계의 모습까지 달라질 수 있다.


청계천에서는 복개 철거와 고가도로 철거를 통해 도심의 공간 구조가 바뀌었고, 양재천에서는 자연형 하천 복원을 통해 주거지역과 녹지, 생태공간이 연결됐다.


특히 양재천의 모습은 도시재생이 반드시 대규모 철거나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방식으로만 이뤄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에 있던 하천과 녹지를 다시 살리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결하는 것 역시 도시재생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청계천과 양재천은 이 점에서 서로 다른 도시재생의 경로를 보여준다.


하나가 도심의 구조를 바꿔 잃어버린 물길을 되돌려 놓았다면, 다른 하나는 개발 과정에서 약해진 자연성을 회복해 도시 안에 생태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밤의 양재천,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풍경


제공된 사진 속 양재천의 야경은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낸 현재의 풍경을 보여준다.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어두운 수면과 나무 사이로 산책로의 조명이 이어지고, 그 뒤로 개포동 일대의 고층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의 불빛과 하천의 녹지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이는 양재천이 단순히 도시 한가운데 놓인 녹지가 아니라 주거지역과 자연환경을 연결하는 생활권의 수변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낮에는 산책과 운동의 공간이 되고, 계절에 따라 식생과 생물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간이 된다. 밤에는 조명과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져 또 다른 도시경관을 만들어낸다.


청계천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시와 물의 관계'를 다시 설정했다면, 양재천은 강남의 주거지역에서 '도시와 자연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서울의 하천은 이제 단순한 치수시설이나 경관시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물길과 녹지, 보행로, 생태환경, 주거생활이 서로 연결되는 생활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강북의 청계천과 강남 개포동의 양재천은 그 변화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는 묻혀 있던 물길을 도시로 되돌렸고, 다른 하나는 도시 속에서 약해졌던 자연을 다시 불러왔다.


결국 두 하천의 변화는 서울의 도시재생이 '무엇을 새로 만드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되살리고 어떻게 연결하는가'에 대해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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