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③ 누군가의 가능성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 강윤영
  • 입력 2026.10.22 10:27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가르치는 사람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

f62e91fe-9dfb-41fb-af45-262e117c8f06.jpg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누군가의 가능성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사진=AI,강윤영]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어려운 일을 대신 해결해 주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일이다. 나 역시 여러 갈래의 길을 돌아 교육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은 복지관과 경로당,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스마트폰과 디지털 활용법을 알려드리고, AI를 처음 접하는 분들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반복해서 마주하는 것은 기술의 어려움만이 아니다.

 

“나는 이런 거 못 해요.”

 

“배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요.”

 

“내가 이 나이에 이걸 배워서 뭐 하겠어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리는 말들이다.

 

그런데 막상 하나씩 해보면 달라진다.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던 분이 직접 정보를 검색하고, 사진을 보내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익혀간다. 그 작은 성공 앞에서 표정이 달라진다. 누군가 대신 해주었을 때와는 다른 기쁨이다. 자신의 손으로 해냈다는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이를 '자기효능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여러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데, 그중에서도 직접 도전하고 성취한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작은 변화들이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선생님, 제가 했어요”라고 말할 때, 배움이 남기는 것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더 많은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잘 가르치는 것과 잘 돕는 것은 다르다

 

지난 주에는 장애인 평생교육강사 양성과정에 새롭게 참여했다. 이전에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학습자들과 배움의 시간을 나누었지만, 이번 교육은 내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교육의 의미를 다시 묻게 했다.

 

경험이 있다고 해서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얼마나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었을까.도움이 필요하리라 미리 단정하지는 않았을까. 내게 익숙한 방식이 더 낫다고 여기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때로 배려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선택을 대신한다. 빠르게 알려주고, 실수를 줄여주고, 결과를 완성해 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물론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도움의 목적이 학습자의 성장이라면, 무엇을 대신해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선택하도록 도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결정이론 역시 이러한 고민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 이론은 인간의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충족되는 환경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려는 동기와 심리적 안녕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한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고,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을 얻으며,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얼마나 잘 설명했는지가 아니라, 학습자가 무엇을 이해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사람마다 이해하는 속도도, 표현하는 방식도, 배우는 이유도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도전일 수 있다. 그 차이가 곧 능력의 부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교육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존중이란 누군가를 특별하게 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선택과 가능성을 나의 기준으로 제한하지 않는 태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을 더 깊이 바라봐야 한다

 

AI가 일상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누구나 이전보다 쉽게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나 역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도구를 익히고, 그것을 누군가의 일상에 연결하는 과정은 여전히 흥미롭다. 하지만 기술을 가르칠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 주어도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른다면, 그 문장은 나의 이야기가 되기 어렵다.

 

우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정보를 얻고, 글을 완성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AI가 답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 답이 나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까지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AI 교육 역시 도구의 기능을 익히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결과를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을 잘 사용하는 사람보다 기술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가보다 그 도구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에 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경험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돌아보면 나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직접 부딪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우며 쌓아온 경험들이 오늘의 교육과 콘텐츠를 만드는 바탕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험을 나누는 일만큼이나, 오랜 시간 쌓아온 나의 전문성을 스스로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다고 해서 모든 과정을 대신해 줄 필요는 없다. 내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방법을 교육으로 체계화하고, 학습자가 그 안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오래가는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길을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그 경험은 나에게도 다음 걸음을 내딛는 힘이 되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 역시 배우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는 무엇을 남기는가

 

나는 콘텐츠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도구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한 편의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누군가는 작은 배움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포기했던 일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또 누군가는 평범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경험에도 충분히 표현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콘텐츠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조금 덜 의심하게 되는 것.

몰랐던 일을 스스로 시도해 보는 것.

다른 사람의 속도에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배우고 선택하는 것.

 

그 정도의 변화도 충분히 의미 있다.

 

지난 한 주도 여러 교육 현장을 오가며 몸은 고단했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교육가로 성장하고 싶은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기술을 대신 사용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을 스스로 표현하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하는 사람만 앞서가는 교육이 아니라, 지금은 서툴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고 싶다.

 

콘텐츠 역시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라고 말하기보다, 이미 그 사람 안에 있는 경험과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배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란 거창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돕는 일.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선택과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도록 함께하는 일.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이 나의 도움 없이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일.

 

나는 오늘도 그 가능성을 믿으며 새로운 배움의 현장으로 향한다.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는 누군가를 나에게 기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살아갈 힘을 남기는 것이다.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뒤로 미뤄온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기록해, 누군가에게 닿는 콘텐츠로 남기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덧붙이는 글|강윤영(Kang Yoon Young)|AI·콘텐츠 교육자, 기록·브랜드 코치

 

로야스컴퍼니와 독립출판 브랜드 달별담을 운영하며 다양한 평생교육 현장에서 AI 활용 교육, 콘텐츠 기획, 기록 기반의 브랜드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미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살아온 경험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와 콘텐츠로 표현해 새로운 일과 브랜드로 넓혀가도록 돕는다. 기술보다 사람의 삶과 고유한 목소리가 먼저라는 철학으로 강의와 클래스, 챌린지, 출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ESG코리아뉴스 & 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예술과 문화를 읽다 ㉝] 발전소가 미술관이 되다…테이트 모던이 바꾼 도시의 풍경
  • [기후 역습, 위기의 지구 ⑤] 기후변화와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
  • 3,700광년 너머 펼쳐진 ‘갈매기 성운’…별이 태어나는 우주의 신비
  • [전시] 서로 다른 네 개의 시선이 만나다…MGFS100 갤러리 ‘NEW FRIENDS’
  • [서울 여행] 삼청동에서 만나는 차 한 잔의 여유, 티하우스 ‘삼월황’
  • “2035년 온실가스 45% 줄여야”…UNEP, 각국 감축목표와 현실 사이 격차 경고
  • 빛이 충돌하자 물질이 만들어졌다…입자가속기로 확인한 양자물리학의 예측
  • 농약 대신 야생화 심었더니…해충 잡는 익충 늘어나는 농업의 변화
  • HDC현대산업개발, 노원구 ‘달빛산책’ 축제 지원…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나서
  • 하나금융그룹·두나무,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술검증 추진…실시간 정산 체계 구축 나서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③ 누군가의 가능성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