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환경성과를 이야기할 때 공장 안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연료만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품의 환경영향은 원료를 채취 단계에서 시작해 생산, 운송, 사용, 폐기와 재활용까지 이어진다. 공장 내부의 배출량을 줄였더라도 원료 생산이나 제품 사용 단계에서 더 큰 환경영향이 발생한다면 제품 전체의 성과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는 제품과 조직의 환경영향을 생애주기 전체에서 파악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ISO 14040은 목표와 범위 설정, 전과정 목록분석, 영향평가, 결과 해석을 LCA의 기본 틀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중소·중견기업에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완성품 기업과 글로벌 고객사는 협력사에 제품의 탄소배출량과 원료 및 공정 정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공급망 ESG 평가에서도 환경정보의 신뢰성과 개선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환경발자국 방법 역시 원료 채취부터 제품의 수명 종료까지 환경성과를 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LCA는 단순히 고객사에 제출할 수치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원료 대체, 공정 에너지 절감, 수율 개선, 포장재 감량, 재활용 설계 등 비용 절감과 환경성과 개선의 우선순위를 찾는 경영 도구다. 제품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파악해 감축 기회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GHG Protocol 제품 기준이 강조하는 부분과 비슷하다.
중소·중견기업은 처음부터 모든 제품과 환경영향을 분석하려 하기보다, 학습과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첫째, 목적과 대상 제품을 정한다. 고객사 요청, 수출 가능성, 매출 비중, 원료비와 에너지 사용량 등을 기준으로 우선 제품 한 개를 선정한다. 분석 목적도 분명히 해야 한다. 고객사 제출용인지, 제품 간 비교인지, 공정개선과 탄소감축을 위한 내부 관리인지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와 결과의 범위가 달라진다. 제품의 기능단위와 분석 범위도 함께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제품 한 개를 기준으로 할지, 일정 기간 제공하는 기능을 기준으로 할지 정하고, 원료 조달부터 제조·운송·사용·폐기 중 생산제품의 프로세스를 고려하여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공정과 데이터 흐름을 그린다. 원료와 부품이 어디서 들어와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제품과 부산물·폐기물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제조 공정도를 작성한다. 구매·생산·환경·물류 담당자가 함께 원료 투입량, 전력·연료 사용량, 수율, 폐기물, 운송 거리와 포장재 자료를 모은다. 기업이 직접 확보한 1차 데이터와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일반 데이터를 구분하고, 자료의 기준연도·지역·출처·정확도를 기록해야 한다. 이 과정은 부서별로 흩어진 자료를 연결하고, 무엇을 추가로 측정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셋째, openLCA로 모델링을 익힌다. openLCA는 전과정평가 모델을 작성하고 계산·분석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다만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바로 분석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와 환경영향평가 방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하며, 데이터셋마다 사용 조건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초기 학습에서는 간단한 제품 시스템을 구성하고, 공정 간 연결, 투입·산출 흐름, 데이터 연결, 계산 결과 확인 순으로 학습하는 것이 좋다. 교육용 예제 모델로 기능을 익힌 다음, 회사가 확보한 실제 공정자료를 적용하면 오류와 누락을 줄일 수 있다.
넷째, 결과를 검토해 개선과제로 연결한다. 계산 결과는 숫자 하나로 끝내지 말고, 어떤 원료와 공정이 환경영향에 크게 기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요 기여 공정을 찾은 뒤 원료 대체,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원료 사용, 운송 최적화, 재활용성 개선 등 실행 가능한 과제를 선정한다. 기준 시나리오와 개선 시나리오를 비교하고, 절감량뿐 아니라 비용과 품질, 공급 안정성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다.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제조 공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은 한계와 불확실성을 기록해 의사결정자가 오판하지 않도록 정리하여 보고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정기적인 데이터 관리체계를 만든다. 제품 사양, 원료 공급처, 생산량, 에너지 사용량이 바뀌면 환경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연 1회 또는 주요 변경 시 데이터를 갱신하고, 담당 부서와 책임자를 정해 자료의 기준과 산출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외부 공개나 제품 간 비교에 활용할 때는 적용한 기준과 범위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제3자 검토를 고려해야 한다. 분석 목적과 데이터 품질에 맞지 않는 과도한 주장은 피해야 한다.
LCA 전과정 평가의 출발점은 고가의 시스템이나 복잡한 모델이 아니라, 우선 제품 하나를 정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다. 중소·중견기업은 교육을 통해 담당자의 기초 역량을 확보하고, 시범 제품 분석에서 확인된 개선과제를 생산현장에 적용한 뒤 대상 제품과 공급망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openLCA는 그 과정을 돕는 도구이며, 핵심은 목적에 맞는 경계 설정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결과를 실제 개선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제품의 환경성과를 전 과정에서 설명하고 개선하는 역량은 앞으로 공급망 ESG경영의 신뢰도와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정태 (기업전략연구원 대표)

기업전략연구원 대표이자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로, 중소·중견기업의 ESG 경영과 글로벌 공급망 평가 대응, 경영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바우처 ESG 컨설팅을 비롯해 ESG 진단·전략 수립, EcoVadis·RBA 평가 대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및 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AA1000 국제검증심사원 및 ISO 경영시스템 인증심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중소기업의 전략적 CSR 경영실무』 등이 있으며, 「중소기업의 ESG 경영이 소비자의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등 ESG와 중소기업 경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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