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봇으로 건물을 이동해 스쿠먼 건축군을 보존한 도심 재생 사례

상하이 중심부, 난징서루(南京西路) 한가운데 자리한 장원(Zhangyuan, 張園)은 흔한 쇼핑몰이나 복합상업시설과는 결이 다르다. 19세기 후반 시작된 이 공간은 근대 상하이를 대표하는 스쿠먼(石庫門) 건축군이 밀집한 지역으로, 한때 ‘해상 제일 명원(海上第一名園)’이라 불리던 도시의 문화 중심지였다.
최근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거치며 장원은 과거의 시간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허물지 않는 선택, 140여 년의 시간을 잇다
장원의 역사는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인 장숙화(張叔和)가 조성한 정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은 초기 근대 상하이의 대표적인 정원형 사교 공간이자 주거지로 발전했다.
청말 상류층의 저택이자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이던 장소였던 장원은 20세기 초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도시 문화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이후 시대의 격변 속에서 정원은 사라지고 스쿠먼 주택군만 남았지만, 장원은 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채 존속해왔다.
노후화가 심각해지던 2010년대, 이곳은 ‘철거’와 ‘보존’의 갈림길에 섰다. 상하이가 선택한 방향은 '보존'이었다.
“人走房留(사람은 떠나도 건물은 남겨라)”
2018년부터 시작된 재생 사업을 통해 1,000세대 이상이 이주했고, 170여 동의 건물이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외관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 구조와 설비만 현대화하는 방식이었다.
건물을 들어 올린 기술, 도시를 살리다
장원 재생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건물을 옮긴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수백 대의 소형 AI 제어 이동 로봇이 투입돼, 스쿠먼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한 채 들어 올려 위치를 옮기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는 지하 상업공간과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면서도 기존 건물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문화재급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고 보존한 채 이동시키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장원을 단순한 재생 프로젝트가 아닌 '기술 기반 보존 모델'로 주목받게 했다.
골목을 걷는 경험,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
좁고 깊은 골목을 따라 장원 안으로 들어서면 회색 벽돌과 붉은 기와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펼쳐진다.
과거 주거 공간이던 건물들은 구조를 유지한 채 카페, 편집숍, 갤러리로 재탄생했고, 골목 자체가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느껴진다.
지하로 내려가면 또 다른 도시가 이어진다. 지하철과 연결된 상업공간이 자연스럽게 유입 인구를 끌어들이고, 지상에서는 전시와 공연이 이어지며 과거와 시간이 겹쳐진다.
전통 위에 쌓은 현대, 장원의 재생 미학
장원의 재생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전선∙냉난방∙방재 시스템을 내부에 숨겨 현대적 기능을 구현했다. 창틀과 벽돌, 손잡이까지 옛 사진과 설계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하며 '낡았지만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냈다.
서쪽 구역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갤러리, 카페가 들어섰지만 공간의 인상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곳은 개발과 보존이 충돌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SG 도시재생의 중요한 이정표
장원은 도시재생의 결과물로 ESG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 사례다.
▲자원 절감: 기존 건물 유지로 건설 폐기물 최소화
▲지역경제 회복: 재개방 이후 방문객 증가로 지역 상권 활성화
▲문화적 지속성: 역사적 맥락 보존을 통한 도시 정체성 회복
여기에 AI 기반 건물 이동 기술까지 더해지며, 장원은 '환경 보호 + 기술 혁신'이 결합된 도시재생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접근성과 운영 투명성, 역사적 진정성 유지 등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다.
상하이 한복판에 오래된 골목을 품고 다시 태어난 장원.
그곳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억을 지키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 공존하는 도시 공공자산’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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