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말을 하거나 문장을 만드는 능력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인지 기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뇌가 단어를 선택하고 문법을 구성하며 이를 실제 발화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개별 뉴런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단일 뉴런 기록 기술과 인공지능(AI) 언어모델 분석을 결합해 인간이 언어를 생성하는 순간 의미와 문법 정보를 담당하는 뉴런을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언어 생성의 신경학적 원리를 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목은 ''말을 만들어내는 인간 두뇌 세포의 활동을 엿듣다. (Listening in on the human brain cells that produce speech)'이며, 연구는 징 카이(Jing Cai)박사가 주도하고 시드니 캐시(Sydney Cash) 교수와 지브 M. 윌리엄스(Ziv M. Williams)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026년 6월 17일 발표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인간이 말을 만들어 내는 과정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개별 뉴런의 활동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뇌전증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대상으로 초미세 전극을 삽입해 단일 뉴런의 전기 신호를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단어를 읽거나 질문에 답하고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 다양한 언어 과제를 수행했으며, 연구진은 발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실제 발음이 끝날 때까지 뉴런의 활동을 밀리초(ms) 단위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이나 뇌파(EEG)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개별 신경세포 수준의 언어 생성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기록된 뉴런 신호를 단순히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신 생성형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을 분석 도구로 활용했다. AI 언어모델이 단어의 의미와 문맥, 문법 구조를 처리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인간 뇌의 뉴런 활동을 대조한 결과, 일부 뉴런은 특정 단어의 의미를 표현하는 데 선택적으로 반응했으며, 또 다른 뉴런들은 명사와 동사, 형용사 등 품사의 구분이나 문장 속 단어들의 문법적 관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발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 뇌가 언어를 생성하는 과정이 단순히 근육을 움직여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문법을 먼저 체계적으로 조직한 뒤 발화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진은 말을 시작하기 약 1초 전부터 이미 여러 뉴런이 순차적으로 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먼저 전달하려는 의미를 표현하는 뉴런들이 활성화된 뒤, 이를 적절한 문법 구조로 배열하는 뉴런들이 이어 반응했고, 마지막으로 발음과 입·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운동 관련 뉴런들이 활성화되는 단계적 과정이 관찰됐다. 이는 인간이 말을 할 때 뇌가 의미, 문법, 발화 준비라는 일련의 과정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순차적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을 세포 수준에서 입증한 것이다.
또한 연구에서는 하나의 뉴런이 하나의 단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의미적 특징이나 문법적 규칙을 표현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특정 뉴런은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 계열에서 반복적으로 활성화됐고, 또 다른 뉴런은 사람이나 사물을 지칭하는 명사 계열에서 높은 반응을 보였다. 일부 뉴런은 문장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더욱 강한 활성도를 나타내는 등 인간 언어의 추상적인 규칙을 처리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AI 언어모델의 내부 표현 방식과 비교한 결과 놀라운 유사성을 확인했다. AI 모델 역시 문장을 생성하기 전에 의미와 문법 정보를 단계적으로 처리하는데, 인간 뇌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보 처리 구조가 발견된 것이다. 물론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 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고 AI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언어를 생성하는 핵심 원리에서는 공통된 계산 방식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향후 인간의 언어 능력을 모방하는 차세대 AI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기초 신경과학을 넘어 의료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언어 생성에 관여하는 뉴런의 역할이 보다 명확하게 밝혀질 경우,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손상, 루게릭병(ALS) 등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의 의도를 뉴런 신호만으로 해석해 문장으로 변환하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실어증이나 다양한 언어장애의 원인을 세포 수준에서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 언어 생성의 신경학적 원리를 처음으로 단일 뉴런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규명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더 많은 언어 과제와 다양한 뇌 영역을 대상으로 연구가 확대될 경우, 인간의 사고와 언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인간과 AI의 언어 처리 메커니즘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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