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모든 사람이 겪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지만, 같은 연령이라도 건강 상태와 질병 발생 위험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단순한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가 아닌 신체의 노화 정도를 나타내는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를 측정하는 기술 개발에 꾸준히 매진해 왔다. 지금까지는 DNA 메틸화 정보를 활용하는 '에피제네틱 시계(Epigenetic Clock)'가 대표적인 생물학적 나이 측정 방법으로 활용돼 왔지만, 노화를 유발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공동연구진은 유전자 발현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를 개발해 생물학적 노화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며 노화 연구 분야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Transcriptomic clocks reveal conserved ageing programmes across mammals(전사체 시계는 포유류 전반에 걸쳐 보존된 노화 프로그램을 밝혀낸다)'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026년 6월 4일 게재됐다. 연구는 알렉산더 티시코프스키(Alexander Tyshkovskiy)와 바딤 N. 글라디셰프(Vadim N. Gladyshev)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수행했으며,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노화의 분자적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전사체 기반 노화 시계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기존 DNA 메틸화 기반 에피제네틱 시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노화의 생물학적 원인을 보다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기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간과 원숭이, 생쥐, 쥐 등 4종의 포유류에서 확보한 1만1천 개 이상의 전사체(RNA 발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패턴을 비교했다. 분석에는 25개 이상의 다양한 조직이 포함됐으며, 연구진은 종과 조직이 서로 달라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노화 관련 유전자 발현 신호를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뿐 아니라 수명과 사망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전사체 기반 노화 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전사체 시계는 기존 에피제네틱 시계와 접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기존 기술이 DNA 메틸화 변화를 이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했다면, 전사체 시계는 세포 내부에서 어떤 유전자가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해 노화 상태를 평가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이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노화의 생물학적 기전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노화 과정에서는 염증 반응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대사, 면역 기능, 세포 스트레스 반응 등 다양한 생물학적 경로에서 공통적인 유전자 발현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들을 기능적 유전자 모듈(functional gene modules)로 분류했으며, 각 모듈의 활성도를 분석하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이 노화를 촉진하거나 반대로 억제하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노화 시계가 제공하지 못했던 기능적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어 칼로리 제한과 같은 수명 연장 처치와 다양한 노화 조절 요인이 전사체 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개입은 전사체 시계에서도 생물학적 나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반영됐으며, 이러한 변화는 실제 수명 연장 효과와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항노화 치료제나 장수 기술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전사체 시계가 단순히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도구를 넘어 노화가 어떤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진행되는지를 함께 분석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연구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기술은 향후 항노화 신약 개발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노화 관련 질환의 조기 진단은 물론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단기간에 검증하는 연구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노화를 단순히 시간을 측정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그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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