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마시는 원리 세계 최초 규명…오염된 토양서 식수 수집·중금속 95% 이상 제거 가능성 제시
기후위기와 물 부족 문제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사막도마뱀의 독특한 생존 전략에서 착안해 오염된 토양에서도 깨끗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생체모방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계공학부와 전기정보공학부를 비롯해 연세대학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공동 연구팀이 사막뿔도마뱀(Desert horned lizard)의 물 섭취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응용한 차세대 수분 수집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이승주 박사과정과 최준희 박사, 김호영 교수, 김성재 교수, 연세대 김원정 교수, DGIST 정소현 교수, 하버드 의대 김원석 박사 등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특히 편집진이 해당 주의 주요 연구를 선정하는 '이주의 논문(In This Issue)'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막뿔도마뱀은 비가 내리거나 젖은 흙 위에 있을 때 피부 표면의 미세 통로를 이용해 물을 머리 쪽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입가에 모인 물을 어떻게 실제로 삼키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생물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초고속 카메라와 유체역학 분석을 통해 도마뱀이 입을 천천히 벌렸다가 빠르게 닫는 비대칭 턱 움직임을 반복하며 물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물을 입안으로 이동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젖은 토양에서 물을 모으는 생체모방 시스템도 개발했다. 장치는 다공성 소재를 이용해 토양 속 수분을 흡수한 뒤, 도마뱀의 턱 움직임을 모사한 펌핑 방식으로 물을 수집한다.
특히 내부 소재에 이온교환 물질인 나피온(Nafion)을 적용해 물을 모으는 동시에 중금속을 95% 이상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기존처럼 스펀지를 압착해 물을 짜내는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도 높은 것으로 확인돼, 향후 휴대용 정수장치나 재난지역 식수 확보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호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사막도마뱀의 생존 전략을 유체역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실제 기계 시스템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극도로 건조한 지역이나 오염된 토양에서도 적은 에너지로 안전한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수자원 기술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대규모 정수시설이 아닌 최소한의 식수를 확보해야 하는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소형 정수장치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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