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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베르펜 현대미술관 M HKA 논란: 역사성과 도시 문화 회복력을 시험하다

  • 유서희 기자
  • 입력 2026.01.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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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안트베르펜 현대미술관 M HKA 철폐 논란 [사진=MHKA]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대표적 현대미술관인 안트베르펜 현대미술관(Museum van Hedendaagse Kunst Antwerpen, M HKA)을 둘러싼 철폐 논란이 유럽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플랑드르 정부가 추진 중인 미술관 구조 개편 계획이 사실상 M HKA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예술가와 큐레이터,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조직 재편을 넘어, 도시 박물관이 갖는 역사성과 리질리언스, 그리고 복원과 개발이라는 문화정책적 과제를 함께 조명하게 한다.


논란의 발단은 플랑드르 정부가 M HKA의 신축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미술관의 공식 지위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초 안트베르펜에 대규모 현대미술관을 새로 건립하려던 계획은 약 1억 3천만 유로에 달하는 예산 문제와 건설 여건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대신 정부는 M HKA를 전시 중심의 아트센터로 전환하고, 약 8천 점에 달하는 주요 소장품을 겐트의 현대미술관 스마크(Stedelijk Museum voor Actuele Kunst, S.M.A.K.) 등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플랑드르 정부는 이를 지역 간 문화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안트베르펜 미술계의 반응은 정반대다. M HKA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역과 국제 현대미술 네트워크를 연결하며 축적된 역사적·문화적 기억을 담아온 도시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정체성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거나 소장품을 외부로 이전하는 것은, 도시 문화의 회복력(resilience)과 공공적 지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시 박물관은 단순히 작품을 수집·전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정체성을 보존하고 재생산하는 ‘문화적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예술계의 반발은 국제적 연대로 확산되고 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화가 루크 투이만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와 큐레이터들이 공개적으로 정부 결정을 비판했으며, 일부 해외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다른 기관으로 이전될 경우 전시를 거부하거나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박물관의 공간적·역사적 맥락에서 작품의 의미와 공공성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물리적 이전은 복원과 개발 관점에서도 작품과 전시 경험의 구조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M HKA 측과 문화단체들은 정부의 결정 과정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이루어졌으며, 행정 절차와 예술가의 도덕적 권리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법적 대응이나 재검토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제 박물관 관계자와 문화계 인사들은 플랑드르 문화부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이번 조치가 유럽 문화정책 전반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 또한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안트베르펜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M HKA를 지키기 위한 시위를 벌였고, ‘위기에 처한 미술관(Museum at Risk)’ 캠페인을 중심으로 서명 운동과 공개 토론회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M HKA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도시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아온 공공 문화기관임을 강조하며, 복원과 개발이 단순한 구조 조정으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해외 언론과 미술 전문 매체들도 이번 사안을 중요한 국제 이슈로 다루고 있다. 일부 매체는 M HKA 논란을 올해 세계 미술계를 규정하는 주요 사건 중 하나로 꼽으며, 국가가 문화기관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또한 도시의 역사성과 회복력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벨기에 사태는 예산 압박과 효율성을 이유로 문화 인프라를 재편하려는 유럽 각국의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도시 박물관의 복원과 개발 전략을 새롭게 고민하도록 만든 계기가 되고 있다.


결국 M HKA 철폐 논란은 한 미술관의 존폐를 넘어, 도시 박물관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회복력, 그리고 복원과 개발이라는 균형 문제를 다시 묻는 사건으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플랑드르 의회의 논의와 법적 판단, 그리고 예술계와 시민사회의 지속적 압력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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