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사막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실험이 세계 환경 담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속 불가능한 농업, 토지 황폐화,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문제 속에서 SEKEM은 농업과 경제, 인간의 삶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창립자 이브라힘 아불레이쉬와 그의 비전을 계승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아들 헬미 아불레이쉬가 있다.
SEKEM의 이야기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학과 약리학 분야에서 20년간 유럽에서 활동하던 이브라힘 아불레이쉬는 이집트로 돌아와 당시 국가가 직면한 현실을 마주했다.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 화학 비료와 살충제에 의존하는 농업 구조,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는 사막화는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는 문제의 해답을 기술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에서 찾았다.
아불레이쉬는 카이로 북동쪽의 사람이 살지 않던 사막에 텐트를 치고 SEKEM을 설립했다. SEKEM이라는 이름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유래한 말로, 태양의 생명력을 뜻한다. 그는 바이오다이내믹 농업을 기반으로 토양과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의 첫 투자 대상은 트랙터와 피아노였다. 농기계는 생명을 일구기 위한 도구였고, 피아노는 인간의 감정과 영성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철학의 상징이었다.
이브라힘의 아들이자 현재 SEKEM의 최고경영자인 헬미 아불레이쉬는 이 선택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아버지에게 사막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생명이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였다. 사막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창립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SEKEM은 단순한 농업 공동체를 넘어선 개발 조직으로 성장했다. 사막화 방지,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 농촌 빈곤 완화, 기후 위기 대응을 아우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2년 이후 1만5천 명 이상의 농부가 SEKEM의 지원을 받아 생태농법으로 전환했으며, 이는 약 1만9천 헥타르의 농지에서 실천되고 있다.
SEKEM의 농업 방식은 화학 비료를 배제하고 토양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물 잔여물과 가축 분뇨를 활용한 순환 시스템, 꿀벌과 새, 곤충이 공존하는 농장 환경은 토양의 탄력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태농법이 탄소를 저장하는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 기후 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토양은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4분의 1 이상을 품고 있는 핵심 생태계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았다. SEKEM은 토지 황폐화와 사막화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환경계획이 수여하는 최고 환경상인 2024년 지구 챔피언상 기업가적 비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엔환경계획의 잉거 앤더슨 사무총장은 SEKEM이 식량 시스템이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이롭게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SEKEM의 비전은 농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교육과 문화, 산업을 포괄하는 통합적 모델을 구축해 왔다. 학교와 훈련 센터, 지속가능발전 대학을 운영하며 농부와 청년들이 토지 황폐화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동시에 유기농 식품, 천연 의약품, 섬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 구조도 만들어냈다.
이브라힘 아불레이쉬는 이러한 모델을 사랑의 경제라고 불렀다. 이윤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라는 의미다. 2017년 그의 사망 이후, 헬미 아불레이쉬는 이 철학을 계승해 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SEKEM은 2057년까지 이집트 전역의 700만 농민에게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헬미 아불레이쉬는 이 목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말하지만, SEKEM은 처음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에 도전해 왔다고 그는 말한다. 사막의 작은 천막에서 시작된 실험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SEKEM의 이야기는 한 기업의 성공담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가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사막에서 시작된 비전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세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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