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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공동체의 붕괴… 침팬지 ‘내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4.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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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무리들이 서로를 돌보며 무언가 하고 있다. [사진=Guerrero De la Luz]

 

20년 넘게 유지되던 대형 침팬지 공동체가 어느 날 갑자기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그 순간을 정확히 특정하고 있다.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 응고고(Ngogo) 지역에서 장기간 침팬지를 연구해 온 인류학자 Aaron Sandel은 2015년 6월 24일을 공동체 분열의 출발점으로 기억한다. 당시 그는 동료 연구자이자 영장류학자인 John Mitani와 함께 침팬지 무리를 관찰하던 중,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침팬지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일부는 얼굴을 찡그리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를 만지며 안정시키려는 행동도 나타났다. 멀리서 다른 개체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상황 자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추가로 모습을 드러낸 침팬지들을 마주한 무리는 평소처럼 환호하거나 접촉하며 유대감을 확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개체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집단 내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이 형성됐다.


샌델은 당시를 떠올리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20년 넘게 이들을 연구해 온 전문가조차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 장면은 이후 연구에서 ‘전환점(turning point)’으로 규정된다.


해당 집단은 한때 200마리가 넘는 개체가 함께 생활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 침팬지 공동체였다. 최소 20년 이상 안정적인 사회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이 날 이후 내부 관계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변화는 폭력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관계의 미묘한 균열에서 출발했다. 접촉이 줄고, 침묵이 늘어나며, 불안 신호가 증가하는 등 사회적 연결망이 서서히 약화됐다.


이후 공동체는 점차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었다. 기존 하나의 무리는 서부 그룹과 중부 그룹으로 분리됐고, 결국 서로 다른 영역을 점유하는 독립적인 집단으로 고착됐다. 문제는 분열 이후였다. 두 집단 간의 긴장은 곧 조직적인 공격과 폭력으로 이어졌고, 성체뿐 아니라 새끼를 대상으로 한 치명적인 공격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침팬지 내전(chimpanzee civil war)’으로 규정했다. 매복과 집단 공격 등 조직적 폭력이 나타났으며, 이는 단순한 개체 간 충돌을 넘어 집단 간 전면적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대규모 분열과 장기적 폭력 충돌은 매우 드문 사례로, 연구자들은 약 5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희귀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4월 9일 과학 학술지 Science에 게재됐다. 논문은 단순한 동물 행동 연구를 넘어, 사회적 협력과 갈등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특히 공동체 붕괴가 갑작스러운 폭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나타난 관계 변화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침묵, 접촉 감소, 불안 신호 등은 집단 내부의 결속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징후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분열의 과정과도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또한 집단 규모의 확대와 경쟁 심화, 그리고 사회적 연결의 약화가 맞물릴 경우,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공동체 역시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급격히 분열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회적 동물로 알려진 침팬지에서 관찰된 이 사례는 대규모 협력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번 연구는 결국 하나의 사실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유지된 공동체라 하더라도, 내부의 미세한 균열이 누적될 경우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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