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시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경기도의 새로운 성장 전략
2026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추미애 경기도정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산업과 인구가 집중된 경기도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지만, 에너지 측면에서는 여전히 외부 의존도가 높은 소비 중심 지역이다. 이제 경기도는 기존의 기후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한 단계 뛰어넘어 ‘에너지 자립형 지방정부’를 목표로 더 강력한 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산불은 이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RE100, ESG 경영 등을 통해 기업과 지역의 탄소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경기도는 전국 제조업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집중된 지역이다. 특히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막대한 전력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체계로는 미래 산업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기도는 ‘에너지 소비도’에서 ‘에너지 생산도’로의 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첫째, ‘경기도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모든 공공건물과 학교, 산업단지, 물류센터, 주차장, 유휴부지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고,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적극 보급하여 농업 생산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 농민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전국 최초의 ‘AI 기반 분산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그리드를 통합 관리하는 인공지능 기반 전력망을 구축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시대의 핵심은 발전소가 아니라 전력을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기후테크 혁신벨트’를 조성해야 한다. 판교와 광교, 용인, 성남을 중심으로 탄소저감 기술, 수소에너지, 차세대 배터리,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비용이 아니라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여서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에너지 복지’를 넘어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폭염과 한파는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취약계층 주택의 단열 개선,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냉난방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모든 도민이 적정 수준의 에너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정의는 에너지 접근권 보장에서 시작된다.
다섯째, 경기도를 대한민국 최대의 RE100 산업단지로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도체와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며 경제정책이다.
무엇보다 새 경기도정은 기후정책을 환경부서의 업무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산업·교통·주택·농업·교육·복지 정책 전반을 기후정책과 연계하는 ‘기후도정’을 실현해야 한다. 모든 정책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통합적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경기도의 선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가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선도한다면 이는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새롭게 출범한 경기도정이 기후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고,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경기도가 대한민국 에너지 혁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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