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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분의 2 이상 사형제 폐지했지만…지난해 17개국서 사형 집행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10.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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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유럽평의회, 세계 사형제 폐지의 날 맞아 공동성명, 사형제 전면 폐지 촉구
  • 2025년 확인된 사형 집행 최소 2707건, 전년 대비 78% 증가, 생명권과 사법제도 책임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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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은 11일 공식 X(옛 트위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사형제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공개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EU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사진=EEAS]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집행을 중단하는 국가가 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사형 집행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 이상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가운데,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된 국가는 17개국이었다. 유럽연합(EU)과 유럽평의회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에 직결된 문제라며 국제사회에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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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은 11일 공식 X(옛 트위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사형제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공개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EU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사진=EEAS]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은 11일 공식 X를 통해 세계 각국의 사형제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공개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EU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번 게시물은 매년 10월 10일인 '세계 사형제 폐지의 날'을 맞아 발표된 EU와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공동성명을 소개한 것이다.


EEAS는 “사형제는 끝나야 한다. 모든 곳에서”라는 메시지와 함께, 세계적으로 사형제 폐지가 확산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사형이 유지되고 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은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와 알랭 베르세(Alain Berset)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명의로 발표됐다. 양측은 범죄의 종류나 상황에 관계없이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모든 국가가 궁극적인 사형제 폐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2025년 사형 선고 및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확인된 사형 집행은 최소 27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518건보다 약 7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된 국가는 17개국이었다.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의 수는 세계 전체에서 소수에 머물렀지만, 실제 집행 건수는 크게 늘어난 셈이다. 사형제 폐지가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사형이 적극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별로는 이란에서 지난해 최소 2159명이 처형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최소 356건의 사형 집행이 확인됐다. 두 나라의 집행 건수는 국제앰네스티가 확인한 전 세계 사형 집행의 약 93%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47건의 사형이 집행됐으며, 이집트와 쿠웨이트, 싱가포르, 예멘 등에서도 전년보다 집행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국제앰네스티가 확인할 수 있었던 최소 집계치다. 중국은 사형 집행 관련 정보를 국가기밀로 관리하고 있어 정확한 규모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에서만 매년 수천 건의 사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과 베트남 등도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실제 집행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국가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실제 사형 집행 건수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치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


EU와 유럽평의회는 이번 공동성명에서 특히 마약 관련 범죄에 사형을 적용하는 관행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인권법은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에서도 사형의 적용 범위를 고의적인 살인을 수반하는 극히 중대한 범죄로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마약 생산이나 밀매를 이유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이러한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형이 다른 형벌보다 범죄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충분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형제의 또 다른 쟁점은 판결에 오류가 있더라도 집행 이후에는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잘못 판단되거나 적법한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생명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변화도 여러 국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EU와 유럽평의회 공동성명에 따르면 레바논은 2026년 8월 사형제를 폐지했으며, 감비아와 베트남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축소했다.


시에라리온은 사형제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를 비준했다. 캄보디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도 관련 의정서 비준을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EU와 유럽평의회는 이러한 움직임을 사형제에 대한 각국의 제도적 접근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우선 사형 집행을 공식적으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기존 사형 선고를 다른 형벌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형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국가마다 다르다. 각국의 역사적 경험과 법체계,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강력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생명권과 오판 가능성, 국가 형벌권의 한계를 고려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형벌의 종류를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 국가가 형벌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형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사법제도의 공정성과 적법절차의 보장, 국가의 책임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형벌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증거와 공정한 재판이 보장되는지,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지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서도 범죄 예방 효과와 인권 보호, 피해자 권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하는 만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도 중요하다.


EU와 유럽평의회는 앞으로도 국제기구와 시민사회,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권과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각국의 제도적 변화를 지원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집행을 중단한 국가가 다수를 차지하게 됐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사형 집행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별 차이는 여전히 뚜렷하다.


이번 공동성명은 사형제의 존폐뿐 아니라 국가가 생명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형벌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다시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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