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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에너지 제재 시행 앞두고 면제…미국·우크라이나 갈등 깊어져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18 07:32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러시아산 원유·가스 주요 수입국 대상 최대 100% 관세 조치 유예, 미국 국익 이유로 제시
  • 젤렌스키 “전쟁 종식 위한 중요한 압박 수단” 반발, 미국 공화·민주 양당서도 비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에너지시설 공격 지속, 미국·유럽의 대러시아 대응에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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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The White Hou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추가 제재를 시행 직전에 면제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익을 줄여 전쟁 종식을 압박하려던 조치가 시행도 되기 전에 유예되자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했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지난달 자신이 서명한 대러시아 제재 법률의 일부 조항에 대해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며칠 뒤 시행될 예정이었던 제재를 미국의 국가 이익을 이유로 유예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소와 전력망 등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자국의 에너지 가격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전쟁 종식을 위한 접근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최대 100% 관세…시행 직전 유예


이번에 적용이 유예된 제재는 이른바 '그레이엄법(Graham Act)'에 담긴 조치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상당한 외화를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기반 가운데 하나인 만큼,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들에 경제적 부담을 줘 에너지 수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제재 면제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확인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명령에는 면제가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


면제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지된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제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지는 불확실해졌다.


러시아는 미국의 결정을 환영했다. 러시아 국부펀드 책임자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조치를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러시아와 미국의 경제협력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러시아 압박할 수단 약화”…에너지시설 공격 속 반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 면제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시설을 대규모로 공격하는 상황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적 압박 수단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레이엄법이 러시아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해 전쟁을 끝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며 법률이 실제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이 줄어들면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에너지시설에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야간 공습으로 여러 지역의 전력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중부 빈니차에서는 도시 전체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발전소와 송전시설이 공격받으면 전기 공급뿐 아니라 난방과 상수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기반시설의 피해가 민간인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화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양국 협상 담당자들이 대화를 나눴으며, 다음 주 추가 회동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공화당 의원들까지 반대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면제 결정에 미국 의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줄이는 것이 전쟁 종식에 도움이 될지 의문을 제기했다.


공화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이 전쟁을 끝내기보다 오히려 장기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프렌치 힐 하원의원은 제재 면제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 정보보고를 요청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매콜 공화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양보보다 강력한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며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반응도 비슷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를 지도력의 실패라고 평가했으며, 제재 법안 마련에 참여한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러시아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달린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여야는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안정에 무게…유럽은 러시아 제재 강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배경에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 문제도 있다.


미국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료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산 디젤 수출을 허용하는 합의를 추진하는 등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방향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의 국제시장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러시아가 수출을 통해 확보하는 수익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가격 안정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여러 차례 경제제재를 시행해 왔으며, 현재 22번째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경제적 제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벨기에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 지도자들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전쟁 종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서로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정보 공유와 방공망 지원에도 우려…우크라이나의 어려움 커져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경제제재뿐 아니라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의 정보 공유 축소 가능성과 군사용 스타링크 위성통신 서비스 제한 문제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일부 위성통신 기능이 제한되면서 드론 운용과 조기경보체계, 전선의 통신 및 정찰 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상황에서 통신과 정보 공유는 적의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제공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관련 기능이 완전히 복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공망 유지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에 사용하는 요격미사일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패트리엇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주요 방공체계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가 발전소와 송전시설을 비롯한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요격미사일이 부족해지면 민간시설과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정보 협력에 상당 부분 의존해 온 만큼, 양국 관계의 변화가 실제 방어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전쟁 종식 사이…국제사회가 마주한 과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안정과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제재 적용을 조정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약해질 경우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제재는 군사적 충돌 없이 상대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실제 효과는 제재의 강도와 국제사회의 협력 수준, 상대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진다.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 역시 국제 에너지시장과 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문제가 단순한 경제 현안을 넘어 국제 안보와 외교정책에도 깊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결정이 러시아의 수출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강력한 제재는 에너지 수입국과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발전소와 송전시설이 파괴되고 전력 공급이 끊기는 상황은 군사적 피해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추운 계절을 앞두고 전기와 난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문제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된다.


미국의 제재 면제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과 전쟁 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유럽의 추가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적 선택들이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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