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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명문대 ‘소 정상회담’ 이메일 논란…학문적 자유 침해 우려 고조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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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디케리 카르나타카의 인도 소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다 [사진=Ankit Bhattacharjee]

 

인도 델리대학교가 ‘전국 소 정상회담’을 교직원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린 날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민주주의 관련 세미나를 돌연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의 학문적 자유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는 많은 힌두교도에게 신성한 존재지만 비평가들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 정부가 소 숭배를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논란은 이러한 비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CNN에 따르면 델리대학교는 10월 31일 “토지, 재산 및 민주적 권리”를 주제로 한 사회과학 세미나를 취소한다고 보도했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 대학 학장 발라람 파니는 교장들에게 학생과 교수진이 ‘소 복지 정상회담’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지시를 내렸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소의 복지와 지속 가능한 기술을 논의하는 ‘획기적 행사’라고 소개했고 파니 학장은 대학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미나를 준비했던 교수진과 학생들은 이것이 단순한 일정 우연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 기관에 행사한 정치적 압력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교사전선은 정부가 ‘의심스러운’ 소 행사를 장려하는 동시에 중요한 사회과학 세미나를 억압한 것은 명백한 이념적 편향이라고 비판했다. 취소된 세미나의 주최자 난디니 순다르 교수는 정부가 공립대학과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힌두트바 이념만 허용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힌두트바는 힌두 문화와 역사에 기반해 인도의 민족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정치 이념으로 비평가들은 이 사상이 인도의 다양한 소수 공동체를 배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측은 세미나 취소 사유로 ‘사전 허가 미비’를 제시했으나 교수들은 지난 60년 동안 이런 세미나에 별도의 허가가 필요했던 적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다른 부서들 또한 비슷한 세미나를 별다른 승인 없이 개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의도적이고 선택적인 억압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렸다.


한편 RSS 산하 학생조직 ABVP 소속의 학생회장은 RSS가 대학 행정에 개입한다는 주장을 부정하며 학문적 자유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러한 주장은 많은 교수와 학생들의 경험과 충돌한다.


델리대학교는 오랫동안 비판적 담론과 사회 운동의 중심지였다. 영국 식민 통치 종식 과정에서도, 1970년대 비상사태 시기에도, 그리고 2019년 시민권 개정법 반대 시위에서도 학생들은 주요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학생·교수를 향한 감시와 제재가 강화되면서 캠퍼스에서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우익 정부에 민감한 연구 주제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시위 참여조차 즉각적인 경찰 개입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인도 학문의 자유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대학들에서는 힌두트바 이념을 홍보하는 행사가 50건 이상 열렸으며 반대로 민주주의·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세미나나 강의는 허가 거부·취소 등 여러 형태로 방해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 비판을 어렵게 만들고, 대학을 이념적 동원 공간으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는 오랫동안 힌두교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이었지만 BJP 집권 이후 그 상징성은 더욱 정치화되었다. 여러 주에서 강화된 소 도축 금지법은 특정 종교·계층을 표적으로 한 자경단 폭력을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낳았고 일부 단체는 이러한 정책이 힌두 민족주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순다르 교수는 인도의 공립대학들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학문적 자유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극적 증거”라고 표현했다. 델리대학교의 ‘소 정상회담 이메일 논란’은 단순한 일정 조정 문제를 넘어 인도 대학이 다양한 사상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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