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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의 공간철학] 장폴 사르트르가 평생 지키려 했던 것... '인간은 선택하는 존재이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6.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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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샤르트르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인간은 왜 자유를 갈망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선택하는가.


서양 철학의 오랜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중요한 주제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규정하며 자유를 이성의 실현에서 찾았다. 중세 철학은 인간의 자유를 신의 질서 속에서 이해했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이성과 자율성이 강조되었다. 특히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이 스스로 세운 도덕법칙에 따라 행동할 때 비로소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여전히 어떤 질서와 원리, 혹은 본질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인간은 이미 정해진 목적이나 본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이해되었다. 이에 비해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인간에게 정해진 본질이 없다면 어떨까. 인간은 태어난 뒤 스스로 자신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존재가 아닐까.


이 질문의 중심에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가 있었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설명했다. 인간은 먼저 세상에 던져진 뒤 자신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선택하지 않을 자유조차 없다. 선택을 거부하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실천이었다.


1905년 파리에서 태어난 사르트르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어린 시절 그는 외조부인 샤를 슈바이처의 집에서 성장했다. 외조부의 서재는 그의 놀이터이자 우주였다. 수천 권의 책들 사이에서 그는 인간과 사회, 역사와 자유에 대한 질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는 훗날 자신의 자서전 『말』에서 어린 시절 책 속에서 살았다고 회고한다.


아버지의 부재는 그에게 권위의 빈자리를 남겼다. 누군가가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세계가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세계를 일찍 경험한 것이다. 어쩌면 그의 실존주의는 철학 강의실보다 어린 시절의 서재에서 먼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르트르는 평생 자유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편안한 자유가 아니었다. 그는 자유를 무거운 책임으로 이해했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그 책임을 타인이나 사회에 전가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사회적 관습, 제도, 권위, 대중의 평가 뒤에 숨는 순간 인간은 진정한 실존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다.


1964년, 그는 세계 문학계 최고의 영예 가운데 하나인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절했다.


당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대부분의 작가에게 노벨상은 평생의 꿈이었지만 사르트르는 달랐다. 그는 작가가 특정 제도나 권위에 의해 규정되는 순간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떠한 공식적 권위에도 소속되지 않기를 원했다.


그가 거부한 것은 상 자체가 아니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자유'였다. 사회가 부여하는 명성과 평가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의 존엄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노년에 접어든 사르트르는 점차 시력을 잃어갔다.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온 철학자에게 그것은 가장 큰 상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침묵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읽게 하고 자신의 생각을 구술하며 끝까지 사회 문제와 인간의 자유에 대해 발언했다.


육체는 쇠약해졌지만 그가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정신'이었다.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세상의 찬사와 비난 속에서도, 그는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알고리즘과 정보, 사회적 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무엇을 공부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들이 끊임없이 주어진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묻는다.


"그 선택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실존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용기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힘이다.


사르트르의 삶은 하나의 철학적 선언이었다. 어린 시절 외조부의 서재에서 시작된 자유에 대한 질문은 노년에 시력을 잃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는 노벨상마저 거절하며 세상이 부여하는 이름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을 선택했다.


결국 "인간은 선택하는 존재이다."


사르트르가 평생 지키려 했던 것은 명예도, 권력도, 성공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자유였다. 그리고 그 자유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지막 실존의 이름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윤재은 사진 1-1.png

 

건축과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대학에서 31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학문 연구에 헌신하였고, 그 공로로 국가로부터 근정포장을 수훈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를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으며, 이를 통해 직관과 반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철학적 사유 체계를 제시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약 2년 7개월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사회 의장과 비상임이사,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건축대학 뉴미디어센터 방문학자로 디지털 건축을 연구하며 미래 건축과 기술, 인간 감성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 『Archiroad』 1권(Hyun)·2권(Sun)·3권(Hee), 철학 인문서 『철학의 위로』, 공동연구 저서 『시그널 코리아 2024』·『시그널 코리아 2025』 등이 있으며, 건축과 철학, 문학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통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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