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눈꺼풀에 황금빛 얼굴, 붉은 다리까지 자연이 빚어낸 독특한 색채
-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숲에 사는 희귀 영장류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멸종위기 현실
두 눈을 살며시 감은 원숭이가 고요히 앉아 있다. 옅은 푸른빛의 눈꺼풀과 황금빛 얼굴, 얼굴을 감싸고 내려오는 흰 털이 어우러져 마치 깊은 명상에 잠긴 듯한 모습이다.
자연과 야생동물을 소개하는 X 계정 ‘Nature is Amazing’은 24일 이 원숭이의 사진을 공개하며 ‘베트남의 Zen Monkey’라고 소개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붉은정강이두크(red-shanked douc, 학명 Pygathrix nemaeus)이다. ‘젠 몽키(Zen Monkey)’는 실제 종의 이름이 아니라 눈을 감은 모습이 명상하는 것처럼 보여 붙인 표현이다.
붉은정강이두크는 한눈에 봐도 쉽게 잊히지 않는 외모를 지녔다. 얼굴은 황금빛에 가깝고 눈꺼풀에는 자연적으로 옅은 푸른빛이 돈다. 얼굴 주변에는 흰 털이 길게 내려오고 몸통은 회색, 팔은 흰색을 띤다. 이름처럼 무릎 아래 다리에는 붉은빛 털이 선명하다.
여러 색이 한 몸에 어우러진 모습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영장류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기도 한다. 마치 여러 색의 옷을 겹쳐 입은 듯한 모습이지만, 모두 자연이 만들어낸 색이다.
주로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의 숲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며 잎과 어린 새싹, 열매 등을 먹는다.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사회적인 영장류이기도 하다.
베트남 중부 다낭의 선짜(Sơn Trà) 반도는 붉은정강이두크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서식지 가운데 하나다. 도시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숲이면서도 이 희귀 영장류가 살아가는 중요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려한 외모와 달리 야생에서 붉은정강이두크가 처한 상황은 위태롭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붉은정강이두크를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야생 개체 수 감소에는 산림 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과 단절, 사냥과 불법 야생동물 거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의 영장류가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국제보전단체 Fauna & Flora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다양한 영장류가 서식하지만 상당수가 멸종 위험에 놓여 있어 서식지 보호와 밀렵 방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붉은정강이두크에게 숲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다. 먹이를 구하고 무리를 이루며 새끼를 키우는 삶의 공간이다. 이들이 살아갈 숲을 보전하는 일은 같은 숲을 터전으로 삼는 다른 동식물의 서식 환경을 함께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두 눈을 감은 채 고요하게 앉아 있는 모습 때문에 ‘Zen Monkey’라는 별칭으로 소개된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한 장은 독특한 색과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만, 그 뒤에는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희귀 영장류의 현실도 함께 놓여 있다.
자연이 빚어낸 이 특별한 색을 오래도록 야생에서 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이들이 살아가는 숲이 함께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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