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9.25 10:27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에서 만난 아즈텍의 카카오, 신화 속 신성한 식물에서 화폐와 공물로
  • ‘깃털 달린 뱀’ 케찰코아틀의 전설을 따라가며 살펴보는 카카오와 아즈텍 문명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1편에서는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에서 확인된 카카오 이용의 흔적과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자리 잡는 과정을 살펴봤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아즈텍으로 향한다. 한국초콜릿연구소 박영도 소장과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 손현주 대표의 현장 설명을 바탕으로 신화와 역사 자료를 더해 아즈텍 사회에서 카카오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따라가 본다.

 

 

222.png
▲ 아즈텍 신화에서 케찰코아틀은 인간에게 카카오를 전해준 신성한 존재로 전해지며, 그의 귀환 전설은 훗날 스페인의 아즈텍 정복 이야기와 결부됐다. [사진=AI 생성이미지]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실에서 마야의 이야기를 지나면 ‘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라고 적힌 설명판과 마주한다.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 여러 신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존재는 ‘깃털 달린 뱀’이라는 뜻의 케찰코아틀(Quetzalcoatl)이다.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자리했다면 아즈텍 사회에서 카카오는 보다 넓은 영역으로 들어갔다. 마시는 음료였고 귀한 교역품이었으며, 공물로 바쳐지거나 화폐처럼 사용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녔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925_100354987.jpg
▲ 박영도 한국초콜릿연구소 소장이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에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ESG코리아뉴스]

 

박영도 한국초콜릿연구소 소장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에 닿는다. 아즈텍 사람들은 왜 카카오를 그토록 귀하게 여겼을까.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초콜릿의 역사는 음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화와 농업, 교역과 공물, 왕과 귀족, 그리고 아즈텍 제국의 역사까지 카카오 한 알을 중심으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깃털 달린 뱀’ 케찰코아틀


케찰코아틀은 아즈텍만의 신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깃털 달린 뱀’의 신앙과 이미지는 아즈텍 이전부터 메소아메리카 여러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즈텍 신화에서 케찰코아틀은 바람과 밀접하게 연결된 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식과 문화, 농업과도 관련된다. 이름은 나우아틀어의 ‘케찰(quetzal)’과 ‘코아틀(coatl)’에서 비롯됐다. 케찰은 화려한 깃털을 지닌 새, 코아틀은 뱀을 뜻한다.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 설명에서는 케찰코아틀과 카카오의 관계도 소개한다. 케찰코아틀이 신의 나라에서 카카오나무 씨앗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는 이야기다.


카카오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신이 인간에게 전해준 귀한 식물’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다만 신화와 역사를 함께 볼 때는 주의할 부분도 있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케찰코아틀이 신들의 카카오를 가져와 인간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나의 고정된 아즈텍 신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케찰코아틀에 관한 전승은 오랜 세월 여러 지역과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사실 여부만이 아니다. 아즈텍을 비롯한 메소아메리카 사람들이 카카오라는 식물에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흔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925_101506646.jpg
▲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카카오열매 모형 [사진=ESG코리아뉴스]

 

카카오콩이 돈이 되던 시대


아즈텍에서 카카오의 가치는 신화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매우 귀한 자원이었다.


카카오나무는 덥고 습한 열대 환경에서 잘 자란다. 아즈텍의 중심지였던 멕시코 고원은 카카오를 대규모로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아즈텍은 생산지와의 교역이나 지배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공물 등을 통해 카카오를 확보했다.


쉽게 얻기 어려웠던 만큼 카카오콩의 가치도 높았다. 카카오콩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데 사용됐고, 교역품이자 가치의 단위로 기능했다. 스미스소니언 역시 메소아메리카 사회에서 카카오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화폐처럼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초콜릿 한 조각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금은 누구나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이지만 당시 카카오콩은 먹을 수 있는 씨앗인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물품이었다.


카카오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아즈텍의 경제와 권력 구조까지 만나게 되는 이유다.


달콤하지 않았던 왕과 귀족의 카카오


아즈텍 사람들이 카카오를 먹는 방식도 오늘날과 크게 달랐다.


카카오콩을 가공한 뒤 물과 섞고 여러 재료를 더해 음료로 마셨다. 설탕과 우유를 넣어 달콤하게 만들고 굳혀 먹는 현대의 초콜릿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음료 위에 만들어지는 거품도 카카오를 즐기는 중요한 요소였다.


값비싼 카카오는 왕과 귀족을 비롯한 지배층의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됐다. 특별한 행사나 의례에서도 사용되면서 카카오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박영도 소장이 현장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차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달콤한 초콜릿’을 기준으로 수천 년 전의 카카오를 바라보면 당시 사람들이 카카오에 부여했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가치는 맛 하나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돼 있었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으며, 교역과 공물을 통해 확보해야 했다. 여기에 사회적 지위와 의례적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카카오는 음식과 경제, 권력이 만나는 특별한 자원이 됐다.


코르테스를 케찰코아틀로 착각했다?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아즈텍 신화 설명판에는 케찰코아틀의 귀환과 스페인의 정복을 연결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케찰코아틀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예언했고, 1519년 아즈텍의 지배자 몬테수마 2세가 멕시코에 도착한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를 돌아온 케찰코아틀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널리 전해진 극적인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는 이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케찰코아틀의 귀환 전승과 스페인의 아즈텍 정복을 연결하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학술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특히 ‘몬테수마가 코르테스를 신으로 믿었기 때문에 제국을 넘겨줬다’는 식의 설명은 아즈텍 제국이 무너진 복잡한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1521년 수도 테노치티틀란이 함락되기까지는 스페인군뿐 아니라 아즈텍과 적대 관계에 있던 여러 원주민 세력과의 동맹, 전쟁과 정치적 갈등, 유럽에서 유입된 질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박물관에서 신화를 만날 때 역사적 사실과 전승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화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곧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설명하는 기록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야를 지나 아즈텍으로…카카오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다


카카오의 역사는 한 문명에서 시작해 다음 문명으로 단순히 넘겨진 이야기가 아니다.


1편에서 살펴봤듯 현재까지 확인된 고고학적 증거는 카카오 이용의 역사를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이후 카카오는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를 따라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각 사회는 카카오에 자신들만의 의미를 더했다.


마야에서는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아즈텍에 이르면 여기에 교역과 공물, 지배층의 음료 문화와 경제적 가치가 보다 뚜렷하게 겹쳐진다.


하나의 식물이 문명을 거치면서 의미를 넓혀간 셈이다.


그래서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에서 만나는 아즈텍의 카카오 이야기는 단순히 ‘옛날 사람들은 초콜릿을 어떻게 먹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카오를 따라가면 신화를 만나고, 신화를 따라가면 당시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보던 방식이 나타난다. 다시 카카오콩을 따라 시장으로 가면 교역과 공물, 계층과 권력의 구조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카오 한 알에 담긴 문명


오늘날 초콜릿을 사면서 카카오콩 하나를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즈텍 사회에서 카카오는 실제 물건의 가치를 주고받는 데 사용할 만큼 귀했다.


같은 카카오도 문명과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졌다. 남미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이용한 식물이었고, 마야에서는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와 깊게 연결됐다. 아즈텍에서는 여기에 교역과 공물,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의미가 더해졌다.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에서 박영도 소장의 설명을 따라 카카오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초콜릿이 어느 순간 갑자기 탄생한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카카오를 재배했고, 누군가는 먼 지역으로 옮겼다. 누군가는 신에게 바쳤고, 누군가는 카카오콩으로 물건을 샀다. 왕과 귀족은 카카오를 음료로 마셨고, 사람들은 그 식물에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즈텍 제국의 몰락 이후 카카오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전해졌고, 그곳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된다. 쓰고 거품이 많았던 메소아메리카의 카카오 음료에 새로운 재료와 유럽의 식문화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달콤한 초콜릿’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 ESG코리아뉴스 & 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⑲] 찬 이슬이 알려주는 농업의 시간, 한로(寒露)와 기후변화
  • [아프리카 예술을 읽다 ③] 크게 뜬 두 눈, 굳게 다문 입…콩고 ‘음바라 조각’이 보여주는 인간
  • 야생동물이 건넨 뜻밖의 웃음…‘2026 코미디 야생동물 사진상’ 결선작 공개
  • 인간보다 DNA 30배 많은 남미폐어…동물 최대 게놈 기록
  • 송미령 장관 “농지 전수조사 과장된 소문에 농업인 불안”…연일 팩트체크
  • [현장]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청소년들이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 모디 인도 총리, 하리아나 BJP 의원들과 만나…공공복지·주민 서비스 논의
  • 세계 각국 신자들 7일 ‘마테르 파티마 세계 묵주기도’…평화 위한 기도 이어간다
  • WHO “전 세계서 매분 여성 4명 유방암 진단”…조기 발견 중요성 강조
  • 동남아 에너지 수요 급증…IEA, 석유·LNG 수입 의존 확대에 ‘안보 위험’ 진단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