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0년경 필리프 오귀스트가 파리 서쪽 방어 위해 건설, 중세 성벽과 해자 흔적 지금도 박물관 지하에 남아
세계적인 명화와 유물을 소장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오늘날에는 예술의 공간으로 익숙하지만, 약 800년 전 이곳의 역할은 전혀 달랐다. 루브르의 출발점은 파리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운 중세 요새였다.
문화·역사 콘텐츠를 소개하는 Culture Explorer는 25일 오후 10시57분 공식 X 계정에 루브르박물관과 중세 요새 유적을 함께 보여주는 이미지를 공개했다. 계정은 “루브르가 세계의 예술을 지키기 전에는 파리를 지켰다”며 현재 박물관 아래에 1190년경 필리프 2세, 이른바 필리프 오귀스트가 세운 요새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루브르박물관 공식 자료에 따르면 루브르의 역사는 12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프 오귀스트는 십자군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 파리의 방어체계를 강화했고, 도시 서쪽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로 루브르를 건설했다. 처음부터 왕이 생활하는 화려한 궁전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요새는 약 78×72m 규모의 사각형 구조로 만들어졌고 주변에는 해자가 설치됐다. 중앙에는 지름 약 15m, 높이 약 30m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 주탑 ‘그로스 투르(Grosse Tour)’가 자리했다. 지금의 화려한 루브르궁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루브르의 기능은 파리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14세기 새로운 성벽이 건설되면서 루브르는 더 이상 도시의 바깥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지 않게 됐다. 군사적 중요성이 줄어들자 샤를 5세는 이곳을 왕실 거주 공간으로 바꿨고, 주거시설과 도서관, 정원 등을 갖추면서 요새는 점차 궁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수백 년 동안 여러 왕을 거치며 건물은 증축과 철거를 반복했다. 중세 요새의 상당 부분도 이 과정에서 사라졌다.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루브르의 역할은 다시 한번 크게 바뀌었다. 1791년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됐고, 1793년 ‘중앙예술박물관(Muséum Central des Arts)’이 문을 열면서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시작됐다.
오랜 변화에도 중세 루브르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박물관 지하에는 당시 요새를 둘러쌌던 성벽과 해자의 일부가 보존돼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살펴볼 수 있다. 화려한 전시실 아래 또 다른 시대의 루브르가 남아 있는 셈이다.
Culture Explorer가 게시한 이미지는 현재의 루브르와 지하의 중세 요새 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제 루브르 지상과 지하를 한 장면에서 촬영한 현장 사진으로 보기는 어렵다.
파리를 지키던 요새에서 왕궁으로, 다시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루브르는 8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용도를 달리하며 모습을 바꿔왔다. 지금도 지하에 남아 있는 돌벽과 해자의 흔적은 세계의 예술품을 품은 루브르가 한때 도시를 지키던 방어시설이었다는 역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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