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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 아래 남겨진 집…카파도키아, 자연 속에 새긴 오래된 삶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9.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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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 깎아 집·창고·예배당으로, 바위 속에 이어진 사람들의 일상
  •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암굴 문화, 괴레메 일대 198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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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고고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Unearthed가 27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의 거대한 바위 아래 조성된 암굴 공간을 소개했다. [사진=Unearthed 공식 X]

 

거대한 바위 아래 작은 문과 창이 보인다. 자연이 빚어낸 기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 안쪽으로 사람이 만든 공간이 이어진다. 오래전 누군가 이곳을 드나들고, 음식을 만들고, 잠을 자고, 가족과 일상을 보냈다는 흔적이다.


튀르키예 중부 카파도키아(Cappadocia)에 남아 있는 암굴 주거지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이다.


역사·고고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Unearthed는 27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거대한 바위 아래의 집에는 누가 살았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카파도키아의 암굴 주거 공간을 소개했다.


카파도키아의 기묘한 지형은 아주 오래전 화산 활동에서 시작됐다. 화산에서 분출된 재가 쌓여 비교적 부드러운 응회암(tuff) 지층을 만들었고, 이후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이 이를 깎아내면서 지금과 같은 독특한 바위기둥과 계곡이 형성됐다. 원뿔처럼 솟은 바위들은 ‘요정의 굴뚝(Fairy Chimneys)’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 자연환경을 삶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가공하기 쉬운 응회암을 파내 집과 창고를 만들고, 교회와 예배당도 바위 안에 조성했다. 작은 출입구 너머로 방을 연결하고 지하로 공간을 넓히면서 지상에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대한 생활공간도 만들어냈다.


카파도키아에 남아 있는 흔적은 한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여러 공동체가 이 지역에 머물면서 기존 공간을 이용하거나 확장했다. 특히 비잔틴 시대에는 암굴을 활용한 종교·생활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괴레메 계곡과 카파도키아 일대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주거지와 마을, 교회, 지하도시 등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4세기 무렵부터 수도자 공동체가 형성됐으며, 이후 바위를 파낸 교회와 수도시설이 발전했다. 괴레메 국립공원과 카파도키아 암굴 유적은 자연경관과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카파도키아의 대표적인 지하도시인 카이마클르(Kaymaklı)와 데린쿠유(Derinkuyu)에서는 이러한 생활방식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하 여러 층에 주거공간과 저장시설 등이 이어져 있어 사람들이 지형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보여준다.


Unearthed가 공개한 사진은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다. 사람이 파낸 것으로 보이는 공간 위에 거대한 바위가 지붕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시물은 “이 바위는 언제나 이렇게 안정적이었을까”라며 “그 아래 살았던 사람들은 머리 위의 거대한 돌을 어떻게 느꼈을까”라는 상상을 던졌다.


다만 사진에 등장하는 특정 공간을 누가, 정확히 언제 만들고 사용했는지는 게시물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카파도키아의 암굴 공간은 오랜 세월 여러 시대를 거쳐 사용됐기 때문에 사진 한 장만으로 특정 시대나 거주 집단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도 이제는 알 수 없다. 그들이 나누던 대화와 생활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사람이 직접 깎은 벽과 작은 창, 바위 속으로 이어지는 방은 여전히 남아 당시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카파도키아의 매력은 바로 이 모호한 경계에 있다. 자연은 화산과 바람, 비로 거대한 바위산을 만들었고 사람은 그 안을 파내 자신의 삶을 담았다. 하나의 바위가 산이면서 집이 되고, 때로는 예배의 공간이자 몸을 숨기는 피난처가 됐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사람은 떠났지만 바위 속에 새겨진 삶의 흔적은 남았다. 카파도키아의 작은 문과 창은 자연을 바꾸기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아갔던 오래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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