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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이 품은 작은 예배당…800년 전 프란치스코의 시작이 남은 ‘포르치운쿨라’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10.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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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돌 예배당, 프란치스코 수도공동체가 시작된 공간
  • 성 프란치스코의 소명과 마지막 순간을 간직한 곳, 거대한 성당 속 800년 역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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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아시시의 ‘포르치운쿨라(Porziuncola)’. [사진=Mambo Italiano X 계정]

 

거대한 성당의 문을 들어서면 뜻밖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높게 솟은 돔 아래에 또 하나의 작은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장식 대신 오래된 돌벽을 간직한 이곳은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아시시의 ‘포르치운쿨라(Porziuncola)’이다.


이탈리아의 문화와 명소를 소개하는 ‘Mambo Italiano’는 6일 X(옛 트위터)를 통해 포르치운쿨라의 모습과 그곳에 얽힌 성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게시물은 이곳을 “교회 안의 교회”라고 표현하며 프란치스코 수도공동체의 시작과 깊이 연결된 장소라는 점에 주목했다.

 

포르치운쿨라는 현재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gli Angeli) 내부에 자리하고 있다. 이름은 라틴어 ‘포르티운쿨라(portiuncula)’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몫’ 또는 ‘작은 땅’을 뜻한다.

 

프란치스코회 자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는 13세기 초 버려져 있던 이 작은 예배당을 직접 복원했다. 이후 이곳에서 그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을 맞는다.


전승에 따르면 1208년 2월 24일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는 예수가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며 금이나 돈, 여행용 자루와 여벌의 옷을 지니지 말라고 하는 복음 말씀을 들었다. 그는 이 말씀을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식으로 받아들였고, 가난과 겸손을 바탕으로 한 삶에 나섰다.

 

포르치운쿨라는 이후 프란치스코와 그의 동료들이 모이는 중심지가 됐다. 초기 프란치스코 수도공동체가 형성된 곳이자 작은형제회의 출발을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성녀 클라라가 수도생활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이곳이 중요한 무대가 됐다.

 

프란치스코의 생애 마지막도 포르치운쿨라와 이어진다. 그는 1226년 10월 3일 이곳에서 멀지 않은 작은 공간에서 생을 마쳤다. 현재 그 자리에는 ‘트란시토 예배당(Cappella del Transito)’이 남아 그의 마지막 순간을 전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작은 예배당을 더 큰 건물로 바꾸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대신 원래 있던 포르치운쿨라를 그대로 보존한 채 그 주변을 감싸는 거대한 성당을 세웠다.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은 1569년 건축이 시작돼 17세기까지 공사가 이어졌다. 그 결과 오늘날 대성당의 웅장한 내부 한가운데에 수백 년 앞서 세워진 작은 포르치운쿨라가 자리하는 독특한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곳이 주는 인상은 크기의 대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거대한 돔 아래 놓인 것은 웅장한 기념물이 아니라 작은 돌 예배당이다. 프란치스코가 선택했던 소박한 삶의 공간을 후대의 거대한 건축물이 둘러싸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2026년은 프란치스코가 세상을 떠난 지 800년이 되는 해다. 800년 전 작은 예배당에서 시작된 그의 삶과 공동체는 세계 곳곳으로 이어졌지만, 그 출발점인 포르치운쿨라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대한 성당이 작은 성당을 품고 있는 아시시의 풍경은 그렇게 한 사람의 선택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를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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