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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스티커가 장난 문구로”…자동차시민연합, 표지 규격화 촉구

  • 유서희 기자
  • 입력 2026.10.1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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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기 차량 및 온라인 판매 실태 조사에서 제각각인 문구와 크기 확인
  • 일본·영국 등 해외 사례 바탕으로 초보운전 표지 기준과 배려 운전 규정 마련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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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초보운전 스티커 [사진=자동차시민연합]

 

초보 운전자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기 위해 붙이는 차량 스티커가 유머와 장난을 앞세운 상품으로 변하고 있다. ‘이것은 액셀인가 브레이크인가’, ‘먼저 가, 난 이미 틀렸어’ 등 자극적인 문구가 등장하면서 교통안전을 위한 표지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경기 지역의 차량 표지와 온라인 판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보운전 스티커의 문구와 크기가 제각각이고 안전 안내보다 재미를 강조한 상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경기 일원의 도로와 주요 공영주차장에서 차량에 부착된 표지를 촬영하고,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중국계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초보운전 스티커의 문구와 가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온라인에서는 ‘극한초보, 이것은 액셀인가 브레이크인가’, ‘#제발 껴주세요’, 저승사자 그림과 함께 ‘먼저 가, 난 이미 틀렸어’라고 적힌 스티커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수천 원에서 2만 원대까지 다양했으며, ‘명품’이라는 표현을 내세운 상품도 확인됐다.

 

실제 도로에서 발견된 표지도 형태가 다양했다. 뒷유리에 크게 부착한 ‘왕초보’ 문구부터 손글씨로 작성한 ‘도로주행 연수 중’ 표지까지 크기와 디자인에 통일된 기준이 없었다.

 

일부 차량은 ‘#엄마가운전중입니다’ 등 여러 줄의 해시태그 문구로 뒷유리를 채우고 있었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지나치게 큰 스티커가 운전자의 후방 시야를 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차량 표지의 사용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자동차시민연합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어린이 대신 반려견만 탑승한 차량에 해당 표지가 부착된 사례가 확인됐다. 표지에 표시된 내용과 실제 탑승 상황이 다를 경우 다른 운전자들이 표지의 의미를 신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7%를 차지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차량 유리의 짙은 선팅으로 뒤따르는 운전자가 앞차의 운전자나 탑승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량 표지가 주의 운전을 유도하는 정보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초보운전 표지 제도를 도입했지만 1999년 관련 의무 규정을 폐지했다. 이후 초보운전 표지의 문구와 크기, 디자인은 운전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초보운전자 표지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면허 취득 후 1년 미만 운전자에게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표지를 부착하지 않으면 4,000엔의 반칙금이 부과되며, 초보운전 표지를 단 차량에 무리하게 끼어드는 행위에도 6,000엔의 반칙금이 적용된다.

 

영국은 운전면허 취득 전 연습 운전자에게 ‘L’ 표지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면허 취득 후 수습 기간에 ‘A’ 표지를, 아일랜드는 신규 면허 취득 후 2년간 ‘N’ 표지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차량 표지의 규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안을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주요 건의 내용은 초보운전 및 어린이 탑승 표지의 모양과 색상, 크기 등을 도로교통법 하위 규정에 명시하고, 규격 표지를 부착한 차량에 대한 무리한 끼어들기 등을 방지하는 배려 운전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1999년 초보운전 표지 의무 규정이 폐지될 당시 표지가 오히려 위협 운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표지의 규격화와 함께 초보운전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웃음거리가 된 스티커가 과연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일본·영국처럼 표지를 규격화하고 제도로 뒷받침해야 초보 운전자와 어린이 등 도로 위 약자를 보호하는 표지 본래 기능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일부 지역의 차량과 온라인 판매 상품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초보운전 스티커의 형태가 실제 교통사고 발생률이나 운전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는 아니다. 표지 규격화의 실효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운전자 인식과 교통안전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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