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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인터뷰] 정운영 금융소비자보호전문가, “금융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입니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5.06.0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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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소비자보호와 ESG금융을 넘나드는 정운영 (사)금행넷 이사장의 사회적 금융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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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ESG금융전문가, 정운영 금행넷 이사장 [사진=정운영]

 

“금융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꾸준히 고민해 온 사람이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 ESG금융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운영 사단법인 금융과행복네트워크(금행넷) 이사장은 금융이 사람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현장과 정책의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을 거쳐 ESG금융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기후위기와 양극화 같은 복합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금융 안에서 찾고자 한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기대하며, 오늘의 금융이 내일의 공동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실천적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정운영 이사장의 여정을 들어봤다.


Q.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비영리법인인 금행넷을 설립하고 운영해오셨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금융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돈이 잘 흐르도록 도와주는 중개자 같은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돈이 필요한 곳과 남는 곳을 연결해주고, 그것이 공정하고 안전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죠. 그런데 제가 여러 금융 관련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보니까 좋은 금융정책이 있어도 정작 금융소비자들은 모르고 있더라고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싶었죠.


금융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현장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금융정책이 금융 현장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제안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나 기업보다는 시민사회가 실험정신을 가지고 좋은 모델을 발굴해서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0년 전만 해도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을 자칫 잘못 사용하면 불행을 가져다주는 두려운 수단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금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다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많았죠. 


금융은 제대로 알고 잘 활용하면, 삶의 목적을 이루는 데도 쓸 수 있고, 금융복지와 금융만족감, 안전감, 자신감 같은 '금융행복감'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 금융소비자를 위한 전문 단체가 거의 전무했어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고, 2016년에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분야로 승인받아 '금융과행복네트워크'라는 비영리공익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게 느껴지는데요.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로서 금소법 제정 이후에도 반복되는 금융 사고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오랫동안 금융소비자보호법, 이른바 금소법의 제정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 왔는데요. 법이 통과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제가 계속되고 있죠. 2023년 말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Equity Linked Securities)투자 대규모 손실, 2024년 해외부동산펀드의 불완전판매, 금융회사 직원의 횡령 등 금융에 대한 불신과 금융소비자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금융은 금융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데 금소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해요. 금융회사가 법적 책임만 피하려고 6대 영업행위 원칙을 겉으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금융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을까?’, ‘상품 설계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소비자 중심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죠.


그래서 조직 내에서 금융윤리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금융회사 직원들이 금융소비자와 접점에서 마주할 때, 이 결정이 나와 회사를 위해서도 좋고, 소비자에게도 최선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과 훈련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는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금융윤리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조직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 평가도 단순한 실적 중심이 아닌 소비자 지향적인 기준으로 바뀌어야 해요. 또한 금융감독원 실태평가 역시 양적 수치만이 아니라, 조직문화나 실제 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질적 항목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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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ESG금융전문가, 정운영 금행넷 이사장 활동모습 [사진=정운영]

 

Q.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ESG금융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해 오셨는데요. 그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금융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지만, 그 역할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뿐 아니라 기후 위기, 고령화, 저출산, 청년일자리 문제 등 복합위기의 시대잖아요. 이런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도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하죠.


ESG금융은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 해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위기 대응, 기후변화 대응 등 사회 전체에 가치를 제공하는 금융이에요. 포용성과 공공성이 실현되는 금융, 지역소멸을 막는 금융,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금융의 성과를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구조화하고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전문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러한 금융기관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 시민들의 ESG시민의식 역량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ESG금융상품은 이미 기존 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별도로 ESG전문은행이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은 수익성과 위험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현재 많은 은행들이 ESG 관련 대출이나 투자 상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수익·리스크 중심 시스템 안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거죠. 그래서 ESG금융이 금융의 방식이나 철학까지 반영하는 수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설계가 필요해요.


ESG금융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 있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대출자의 신용평가 방식부터 ESG 요소를 반영해야 하고, 자금의 흐름도 수익성과 위험을 넘어 사회적 가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죠. 그러나 기존 은행 시스템은 주주가치 극대화와 단기 수익률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을 구조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 산업의 저탄소 전환, 디지털 기반 구조 변화 같은 장기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지속적인 자금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ESG를 중심 철학으로 설계된 별도의 전문금융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회적 가치와 금융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고,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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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슈로 매년 금융소비자보호포럼을 개최하는 금행넷 [사진=금행넷]

  

Q. 금융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철학을 말씀해주셨는데, 현재 운영하고 계신 금행넷에서는 어떤 일들이 진행되나요? 


저희 금행넷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사단법인입니다. 금융, 경제, 소비자, 심리, 교육, AI 등 120여 명의 융복합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고, 집단지성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문제 개선에 기여하고 있어요. 내년이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넥스트 10년’을 위한 비전과 실행 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주요 사업은 세 가지 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올바른 돈 문화 형성을 위한 금융문화운동을 하고 있어요. 금융문화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인식을 바꾸고, 일상에서 건강한 금융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고요.


두 번째는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금융교육과 맞춤형 상담인데요. 청년,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부채 관리 컨설팅과 더불어, 개인채무자 보호를 위한 ‘빚 독촉 민생상담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어요. 불법 사금융과 불법추심 예방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연결 활동인데요. 국회 정책포럼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을 발굴하고 제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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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 ESG금융전문가 정운영 금행넷 이사장의 활동모습 [사진=정운영]

  

Q. 금융소비자보호에서 중요한 한 축이 금융교육인데요. 현재 우리 사회의 금융교육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금융교육은 이뤄지고 있었지만, 금소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제도권 안에서의 교육이 본격화됐어요. 초기에는 교육의 양적 확대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돼야 하죠.


해외에서는 금융교육의 성과를 단순한 횟수가 아니라,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가로 평가해요.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교육수요자들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해요. 실제로 많은 재단에서 이사회 보고용으로 양적 숫자만 요구하다 보니 실무자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실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와 새로운 교육방식을 개발 적용하고 있어요. 최근에 디지털금융 시대에 맞춰 AI 체험형 금융사기 예방 서비스 ‘하마터면’ 앱을 공동 개발했는데, 이 앱은 실제 금융사기 상황을 AI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사용자의 대응역량을 체험하고 평가할 수 있게 설계됐어요. 곧 시연을 통해 검증을 마치고 시장에서 적용할 계획입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실질적 예방 효과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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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체험형 금융사기 예방 서비스 ‘하마터면’ [사진=금행넷]

 

Q. 진행 중인 여러 사업들을 영리 목적으로도 운영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비영리 공익법인 사업으로 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자주 나누던 대화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랑을 실천하고, 자아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몫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의 엘리트는 자기 이익에 앞서 공공 이익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선도하고 봉사하는 위치에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네 몫을 찾아가는 여정이 잘 되길 바란다. 인생은 과정이다“


이런 이야기를 늘 듣다보니, 제 전문영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사회적 몫을 고민하게 됐어요. 10년간의 여정이 쉽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보람과 행복감은 큰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사장님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아! 우리가 예전에는 공동체가 뭔지는 잘 몰라도 공동체 사랑을 하며 홀로 버려진 아이도 같이 키웠고, 어려울 때는 진심으로 힘이 되어주는 이웃이 있었구나’를 새삼 깨달았어요. 우리 사회가 다시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2019년에 읽은 벨 훅수의 ‘AII About Love’를 읽으면서 사랑의 실천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을 되새겼던 기억이 나요.  


‘사랑의 윤리는 전 지구적 비전을 갖는 것, 사랑으로 살아가겠다고 각오한 사람들이 생각해야 하는 윤리’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죠. 


제가 얻은 답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존중하고,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우리의 삶과 운명이 지구상의 모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운명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랑의 윤리’였어요.


제 영역에서 금융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많은 사람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100세 시대잖아요.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에게 기대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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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 ESG금융전문가, 정운영 금행넷 이사장 [사진=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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