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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① 존중은 사람의 숨을 돌아오게 한다

  • 강윤영
  • 입력 2026.03.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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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이 아니라 ‘들어주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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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존중은 사람의 숨을 돌아오게 한다 [사진=강윤영]

 

나는 오랫동안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말을 잘하지도 못했고, 생각을 또박또박 표현하는 것도 서툴렀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면 상황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있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벌어졌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말을 가로채거나,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대화가 마무리되는 순간들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술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 속에서 미처 하지 못한 몇 마디의 말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나를 괴롭히곤 했다.

 

‘왜 그 말을 못 했을까...’
‘내가 조금만 더 잘 표현했더라면...’
‘그 사람은 내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걸까...’

 

사람을 좋아했지만, 사람 때문에 지치는 날이 많았다. 그 시간들은 불면과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두통과 속쓰림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히 내가 말을 못해서가 아니었다.

 

40대와 50대를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직장에서는 윗사람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가정에서는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그냥 넘겼으며, 오랜 친구 앞에서도 “어차피 내 말은 안 통한다”는 생각에 입을 닫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을 삼킨 세월이 쌓이면 사람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간다. 말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고, 설령 말을 해도 어딘가 작아진 느낌이 든다.

 

그러던 나는 코칭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서툴게 말을 이어가도 중간에 끊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말이 막히면 재촉하지 않았고,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이야기가 내 속도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지켜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랬었다는 말씀이군요.”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때 마음이 참 많이 힘드셨겠어요.”

 

대단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느꼈다.

‘아, 내 말이 존중받고 있구나.’

 

그 경험은 오래 굳어 있던 어떤 마음을 천천히 녹여 주었다. 말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내가 다시 말하고 싶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에게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조언을 건넨다. 경험이 쌓일수록 이 경향은 더 강해진다. 상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건 이렇게 하면 돼”라거나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 말이야”라고 먼저 말해 버린다. 나쁜 마음은 아니다. 빨리 도움을 주고 싶은 선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상대방의 마음은 조용히 문을 닫는다.

 

나 역시 코칭을 통해 그 사실을 마주했다. 돌이켜보면 대화의 방식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믿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오히려 더 작아지고 있었다. 코칭을 배우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오랫동안 다른 이의 말에 눌려 살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는 남의 말을 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고, 대화의 방향을 내가 먼저 정하고 있었다. 내가 당했던 일을 나 역시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습관을 비로소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데, 코칭은 조용하지만 깊은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존중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속도를 기다려 주는 일, 그 사람의 삶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일,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아도 그 답을 꺼내기 전에 조금 더 머물러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이야기는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끝까지 함께 있어 주는 일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말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오랜 관계 속에서 말을 삼키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누군가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명쾌한 해결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단 한 사람,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말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함께 있어 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가장 따뜻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ㅣ강윤영 (Kang Yoon Young)

 

'꿈글'로 활동하며 사람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설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4년간 글쓰기와 북마케팅 활동을 이어오며 정신건강문화사, DID드림코칭센터 등 브랜드 및 프로젝트의 콘텐츠 기획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출판 브랜드 ‘달별담’을 통해 글과 코칭을 기반으로 출판 프로젝트와 글쓰기 커뮤니티, 북살롱을 운영하며 개인의 서사가 삶과 브랜드로 확장되는 과정을 돕고 있다.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는 철학 아래 사람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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