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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⑧ ISO 19600, 글로벌 준법경영의 싹을 틔우다

  • 용석광
  • 입력 2026.04.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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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이드라인에서 인증 표준으로… ISO 19600이 연 ‘컴플라이언스 경영’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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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중인 ESGi 용석광 대표 [사진=용석광]

 

현재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ISO 37301(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 인증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 국제표준을 획득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ISO 37301이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에 탄생한 ‘ISO 19600’이라는 훌륭한 뼈대가 존재한다. 필자는 2012년 이 표준의 드래프트(Draft, 초안) 버전을 접하고 번역 작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ISO 37301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신인 ISO 19600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규제 폭발과 ISO 19600의 탄생

 

2010년대 초반, 다국적 기업들은 거대한 규제의 파도에 직면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영국의 뇌물방지법(Bribery Act) 등 각국의 컴플라이언스 요구가 국경을 넘어 강력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자국의 법만 지켜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4년 ‘ISO 19600: Compliance Management Systems – Guidelines’를 발표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CMS)에 대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왜 ‘요구사항’이 아닌 ‘가이드라인’이었을까?

 

ISO 19600의 가장 큰 특징은 제3자 인증을 받아야 하는 엄격한 ‘요구사항(Requirement)’이 아니라, 기업이 참고하고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는 ‘지침서(Guideline)’ 형태로 제정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숨어 있었다. 국가마다 법률 체계, 관습, 사회적 규범, 조직 문화가 너무도 달라 이를 전 세계 공통의 통일된 강제 표준으로 묶어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또한 규제가 촘촘한 선진국에 비해 개발도상국 기업들에게 강력한 인증 제도는 자칫 참여 의지를 꺾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ISO는 강제성보다는 자발적인 도입과 참고를 독려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의 형태를 취한 것이다.

 

법무팀의 업무에서 ‘전사적 경영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ISO 19600이 컴플라이언스 역사에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과거 컴플라이언스는 문제 발생 시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는 법무팀이나 감사팀의 ‘사후 처리 업무’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ISO 19600은 컴플라이언스를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전반에 통합해야 하는 ‘경영시스템(Management Systems)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경영진이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명문화하고, 단순한 법규 준수를 넘어 윤리·투명성 등 광의의 원칙을 포괄했으며, Plan-Do-Check-Act(PDCA) 사이클을 도입해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살아서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한국에서의 역설: 가이드라인의 인증화

 

ISO 19600은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게 복잡한 글로벌 법적·규제적 요구사항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훌륭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다. 이 가이드라인 덕분에 한국 기업들은 국경을 넘는 비즈니스 활동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윤리적 기준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ISO 19600은 애초에 제3자 인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준이 아니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인정기구포럼(IAF)은 가이드라인에 대한 인증이 불가함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일부 인증기관들이 ISO 19600을 ‘제3자 인증 서비스’로 둔갑시켜 기업들에 발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컴플라이언스의 실효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안타까운 행태였다.

 

ISO 37301을 향한 위대한 디딤돌

 

비록 한계는 있었지만, ISO 19600은 전 세계 기업들에게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들은 준법경영이 단순한 규제 회피가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경영 기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확산과 더욱 강력한 글로벌 기준에 대한 갈증은 마침내 2021년 제3자 인증이 가능한 완벽한 형태의 요구사항인 ISO 37301의 제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이드라인에서 인증 표준으로의 진화, 다음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ISO 37301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그 생생한 개발 과정과 특징을 다루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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