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 카트마이 89번 불곰 ‘백팩’, 2026 팻 베어 위크 우승
- 어린 시절 다리 다쳐 어미 등에 올라 이동, 엄마 ‘홀리’도 2019년 챔피언
어린 시절 다리를 다쳐 어미 등에 올라타곤 했던 아기곰이 어느덧 거대한 불곰으로 성장해 ‘팻 베어 위크(Fat Bear Week)’의 왕관을 차지했다. 이름은 89번 불곰 ‘백팩(Backpack)’. 흥미롭게도 그의 어미 역시 7년 전 같은 대회의 우승자였다.
미국 내무부(U.S. Department of the Interior)는 9월 30일(현지시간) 공식 X 계정을 통해 알래스카 카트마이 국립공원·보호구역(Katmai National Park and Preserve)에 사는 백팩이 ‘2026 팻 베어 위크’ 챔피언에 올랐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게시물을 “He got it from his mama(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라는 재치 있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백팩의 어미인 435번 불곰 ‘홀리(Holly)’ 역시 2019년 팻 베어 위크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올해 결승에서 백팩은 암컷 910번과 맞붙었다. AP에 따르면 백팩은 10만 표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접전 끝에 우승했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겨울을 앞두고 가장 성공적으로 몸집을 불린 곰으로 백팩을 선택한 것이다.
‘백팩’이라는 이름에는 어린 시절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백팩은 새끼였을 당시 앞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제대로 걷기 어려웠던 새끼를 어미 홀리가 돌봤고, 백팩이 어미의 등에 올라타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마치 배낭처럼 어미 등에 올라탄 모습에서 ‘Backpa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친 다리는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회복됐다.
어미 홀리는 카트마이에서 오랫동안 관찰돼 온 불곰이다. 여러 차례 새끼를 키워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9년 팻 베어 위크에서는 챔피언에 올랐다. 미국 내무부는 홀리를 ‘Duchess of Density’라고 표현하면서 “이제 작은 백팩도 자신의 왕관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백팩의 우승이 특별한 것은 몸집 때문만은 아니다. ‘팻 베어 위크’에서 곰이 얼마나 살이 쪘는지는 긴 겨울을 살아남을 준비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카트마이의 불곰들은 여름과 초가을 브룩스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집중적으로 먹으며 지방을 축적한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잠 기간에는 이렇게 몸에 저장해 둔 지방으로 버틴다.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큰 불곰은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 상당한 체중을 늘리며 겨울잠을 지나는 동안에는 몸무게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
2014년 시작된 팻 베어 위크도 이런 불곰의 생존 방식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가장 뚱뚱해 보이는 곰을 고르는 행사가 아니라, 여름 동안 곰들이 어떻게 먹이를 확보하고 겨울을 준비하는지 살펴보는 일종의 생태 프로그램이다.
2026년 행사는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후보에 오른 불곰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하고, 전 세계 시민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챔피언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주목받는 것은 곰만이 아니다. 카트마이의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와 이를 먹고 살아가는 불곰, 그리고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자연환경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청이 팻 베어 위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곰에게 충분한 지방은 단순한 ‘비만’이 아니라 겨울을 살아내기 위한 생존의 조건이다.
어미 등에 몸을 맡겨야 했던 작은 새끼곰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카트마이를 대표하는 거대한 불곰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9년 어미 홀리가 차지했던 왕관을 2026년에는 아들 백팩이 이어받았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
미국 내무부가 백팩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남긴 짧은 한마디에는 이 특별한 모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BEST 뉴스
-
자연과 전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사진=셀리맘아트] 인공지능이 이미지와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내는 시대, 아이들은 미래에 무엇을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할까. 자연과 생명,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가 서... -
[문화의 현장]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
▲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 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중 가나아트센터 계단에서의 머포먼스 모습. [사진=이경미 박사 제공] 늘 걷던 길도 걷는 방식을 바꾸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계단에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산등성이의 선을 따라가며, 오... -
[현장]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청소년들이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ESG코리아뉴스]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명, 잊혀가는 전통과 문화를 예술로 기억하고 미래로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개막식...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①] 초콜릿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마야 신화 속 카카오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카카오의 기원에서 출발해 마야의 신화와 문화, 아즈텍 사회의 카카오, 유럽으로 건너간 뒤 달라진 초콜릿, 오늘날 한 조각의 초콜릿... -
[갤러리] 청년 환경예술가 오유나의 'Fragments of Self'
▲오유나 作, Fragments of Self [사진=오유나] 〈Fragments of Self〉를 처음 구상했을 때 저는 무의식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경험과 기억,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저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1편에서는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에서 확인된 카카오 이용의 흔적과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⑲] 찬 이슬이 알려주는 농업의 시간, 한로(寒露)와 기후변화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㉚ CP 등급평가 실적보고서 작성 Tip: 평가위원의 눈을 사로잡는 합격 노하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실적보고서는 단순한 1년간의 활동 기록이 ... -
[진문(秦雯)의 인공지능 시대의 시각권력 ⑳] 디자인 시안이 더 이상 최종 결과물이 아닐 때: 시각디자인은 하나의 규칙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시각디자인 작업을 마친다는 것이 대체로 정해진 결과물을 전달한...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㉙ CP 등급평가 기준과 주요 지표: 100점 만점 속 고득점 전략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등급평가는 단순한 요식 행위나 자발...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