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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켜고 끈다…2026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목한 ‘광유전학’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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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공식 X, 17일 빛으로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의 탄생 과정 소개
  • 녹조류의 빛 감지 원리에서 출발한 연구, 헤게만·나겔·다이서로스의 발견으로 발전
  • 기억과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뇌 신경회로 연구에 새로운 길, 뇌 질환 이해에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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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핵심 연구인 광유전학의 발전 과정을 소개했다.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이 기술은 오늘날 전 세계 연구실에서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The Nobel Prize]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뇌의 특정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면 어떨까. 눈에 보이지 않는 뇌 속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조절하면서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감정과 행동이 나타나는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러한 연구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 바로 '광유전학(Optogenetics)'이다.


노벨상 공식 계정 '더 노벨 프라이즈(The Nobel Prize)'는 17일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핵심 연구인 광유전학의 발전 과정을 소개했다.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이 기술은 오늘날 전 세계 연구실에서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의 연구는 하나의 작은 녹조류가 빛을 감지하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이 발견은 신경과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녹조류는 어떻게 빛을 찾아 움직일까


광유전학의 출발점은 인간의 뇌가 아니라 물속에 사는 작은 녹조류였다.


페터 헤게만은 단세포 녹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가 어떻게 빛을 감지하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해했다. 클라미도모나스는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찾아 이동할 수 있으며, 세포에는 빛을 감지하는 '안점(Eyespot)'이라는 구조가 있다.


이 안점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데 관여하는 레티날(Retinal)이라는 분자가 포함돼 있다. 레티날은 사람의 시각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헤게만은 녹조류의 안점에서 빛을 비춘 지 불과 0.5밀리초 만에 전기적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0.5밀리초는 1초의 2,000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그는 이처럼 빠른 반응이 하나의 단백질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백질 하나가 빛을 감지하는 동시에 이온이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통로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가설이었다.


당시에는 이러한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헤게만은 오랜 연구를 통해 자신의 가설을 검증해 나갔다.


빛을 받으면 열리는 단백질…신경세포 조절의 가능성을 열다


헤게만과 동료 연구자인 게오르크 나겔은 여러 해에 걸친 연구 끝에 빛에 반응해 열리는 이온통로 단백질을 확인했다.


두 연구자는 2003년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빛을 이용해 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이 연구한 대표적인 단백질이 '채널로돕신-2(Channelrhodopsin-2)'다.


채널로돕신-2는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세포막에 있는 통로가 열리도록 하는 단백질이다. 통로가 열리면 양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막을 통과하면서 세포의 전기적 상태가 변한다.


신경세포는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채널로돕신-2를 신경세포에 넣을 수 있다면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녹조류가 빛을 감지하는 원리를 밝히려던 기초연구가 뇌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쥐의 신경세포에 빛을 비추자 전기신호가 발생했다


녹조류에서 발견된 단백질을 실제 신경세포 연구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칼 다이서로스였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수련하던 다이서로스는 환자들이 겪는 정신질환을 이해하려면 뇌의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활동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뇌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복잡한 회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특정 신경세포가 어떤 행동이나 감정에 관여하는지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이서로스 연구진은 채널로돕신-2를 만드는 유전정보를 이용해 이 단백질이 쥐의 신경세포에서 발현되도록 했다.


그리고 신경세포에 푸른빛을 비췄다.


그 결과 세포는 빛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전기신호를 발생시켰고,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했다.


2005년 발표된 이 연구는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후 2006년 이러한 연구 방법에 '광유전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이서로스는 2007년 살아 있는 생쥐의 뇌에서도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배양된 세포를 넘어 살아 있는 동물의 뇌 신경회로를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기억과 감정,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 도구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특정 세포에서 발현시키고, 원하는 시점에 빛을 비춰 그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연구자는 뇌의 특정 신경세포 집단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면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억과 관련된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해 기억의 형성과 회상 과정을 연구하거나, 감정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조절해 불안이나 공포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특정 신경회로가 움직임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할 수 있다.


기존에는 뇌의 어느 부위가 활동하는지 관찰하는 연구가 중심이었다면, 광유전학은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변화시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신경세포와 행동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탐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광유전학이 모든 신경세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고 빛을 전달해야 하므로 연구 대상과 실험 조건에 따라 기술적 제약이 따른다.


뇌 질환 연구에 기여…실제 치료까지는 추가 연구 필요


광유전학은 기억과 학습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장애, 파킨슨병 등 여러 신경·정신질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뇌 질환은 특정 부위의 이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러 신경세포와 신경회로의 활동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광유전학은 특정 신경회로가 질환과 관련된 행동이나 증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연구 도구를 제공한다.


그러나 연구실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것과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의 뇌에 적용하려면 유전물질 전달의 안전성과 빛을 원하는 위치까지 전달하는 방법, 장기간 사용에 따른 영향 등을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광유전학이 곧바로 정신질환이나 신경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뇌의 기능과 질환 발생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작은 녹조류에서 시작된 질문,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기술로


광유전학의 발전 과정은 기초과학의 발견이 얼마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녹조류가 빛을 향해 움직이는 이유를 알고 싶었던 헤게만의 질문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나겔과 함께 밝혀낸 이온통로의 작동 원리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빛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어 다이서로스 연구진이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하면서 광유전학은 새로운 신경과학 연구 방법으로 발전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가 연결되면서 작은 녹조류의 빛 감지 원리가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광유전학은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감정이 어떤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나는지, 뇌의 활동이 인간의 행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히는 데 활용되고 있다.


노벨상 공식 계정이 이번 게시물을 통해 전한 이야기는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반드시 거대한 질문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빛을 찾아 움직이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이 뇌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기술로 이어졌다. 광유전학은 지금도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라는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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