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2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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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가상의 경계: 증강현실이 융합된 도시 공간 [사진=ChatGPT(DALL.E)로 만든 이미지]

 

한때 공간은 물리적 한계를 가진 개념이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벽과 구조물을 쌓아 공간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생활하고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메타버스, 확장현실(XR),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간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융합,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가상현실(VR) 체험을 넘어, 현실과 가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단순한 3D 가상공간을 넘어서 현실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NAVER Z의  제페토(ZEPETO)나 로블록스(Roblox) 같은 플랫폼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또한, VR과 AR을 결합한 확장현실(XR) 기술은 전통적인 공간 개념을 확장하며, 현실 공간을 더욱 풍부한 경험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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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ftbank Shop in ZEPETO [사진=Softbank, NAVER Z Corp.]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는 현실 공간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하여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기술로, 스마트 도시 설계, 건축 시뮬레이션,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여 교통과 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건설업계에서는 시공 전에 디지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두바이의 ‘디지털 트윈 시티’ 프로젝트는 도시의 빌딩, 도로, 인프라를 3D로 재현하여 도시 계획과 유지보수를 최적화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BMW는 공장 설비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여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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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술들. 다양한 데이터가 중첩되어 도시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한다. [사진=NAVER Labs]

 

가상공간이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경험의 확장 도구로 활용되면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공간을 소비하고 있다.

 

1)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의 강화

 

팀랩(TeamLab)이나 Refik Anadol의 미디어 아트 전시는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며, 관객들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보는' 전시에서 '참여하는' 전시로 변화하면서,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또한, 명품 브랜드인 구찌(Gucci)나 발렌시아가(Balenciaga) 등은 가상공간 내 쇼룸을 개설하여 소비자들이 제품을 3D로 체험하고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착용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Nike)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Nikeland’를 론칭하여, 소비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아바타를 통해 신제품을 착용하며 인터랙티브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을 넘어,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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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Machine Hallucination' [사진=레픽아나돌 스튜디오]

 

2) 원격 협업과 교육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를 활용한 원격 협업과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esh’와 같은 플랫폼은 가상공간에서의 회의와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대학과 기업에서는 VR을 활용한 교육과 트레이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 제약을 초월한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공간디자인과 교육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 설계에서도 스마트비즈X의 'Trezi'와 같은 VR 기반 협업 도구가 도입되어,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프로젝트를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하버드 대학교와 MIT는 VR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가상공간에서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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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지(Trezi)는 건축 설계에 관계자가 모두 참여하여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VR) 플랫폼이다. [사진=레픽아나돌 스튜디오]

 

3) 의료 및 치료 분야에서의 활용

 

VR과 AR 기술은 의료 및 치료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존스홉킨스 병원은 VR을 이용한 외과 수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사들이 보다 정밀한 수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서는 가상환경을 활용한 심리 치료가 도입되어, 환자들이 트라우마를 점진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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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크롬웰병원과 eXeX는 Apple Vision Pro를 활용하여 미세 척추 수술을 하였다. [사진=eXeX]

 

4) 스포츠 및 피트니스 경험의 혁신과 지속가능성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은 스포츠 및 피트니스 경험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Peloton과 같은 피트니스 브랜드는 VR을 활용한 실내 운동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가상공간에서 라이딩을 하거나 인터랙티브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NBA는 팬들이 VR을 통해 경기장을 직접 방문한 것처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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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Meta Quest 3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몰입형 환경에서 인터랙티브한 운동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Supernatural]

 

공간의 미래,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융합하는 시대에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간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과 감성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공간디자인 역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이제 가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공간을 기획해야 하며, 이를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공간의 미래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기술과 경험이 결합된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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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①] 가상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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