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훈의 공간언어 ②] 보이지 않는 공간, ‘티르피츠 박물관 (Tirptiz Museum)’
- 현동훈
- 입력 2025.04.09 06:0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Hyun Donghoon's spatial language ②] Invisible space, ‘Tirptiz Museum’
건축은 지어놓으면 약 50년 이상은 거뜬히 버티며, 소재와 관리 정도에 따라 100년 이상을 유지하기도 한다. 공간은 사람의 삶과 가장 밀접한 만큼 시간의 변화에 민감하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리모델링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제 용도를 잃어버려 방치된 건축물은 근대건축에서 기능적인 역할에 따라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 되었다. 현대에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환경적 가치에 반응하여 친환경적 소재 및 환경적인 시공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용자 중심이라는 소비적 가치에 맞게 제공하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과거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여 용도를 변화시킨 건축물이며, 기존의 벙커를 하나의 동선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
BIG의 설계 철학 중 하나는 기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건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지하에 매립된 형태로 설계되어 덴마크 블라반드의 모래 언덕과 융화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멀리서 보면 박물관이 존재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있으며, 이러한 설계 방식은 과거의 군사적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여 전쟁의 상흔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4개의 요소를 통해 구성되었으며, 다음과 같다.
(1) SUNKEN VOID – 두 개의 길이 박물관에서 교차하며, 마치 모래 언덕을 절개한 듯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선큰 보이드는 각각의 박물관 갤러리 네 개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를 통해 묻혀 있는 공간에도 자연광과 전망이 스며든다.
(2) PRESERVATION LOOPHOLE - 이 지역의 풍경은 자연 보호 구역으로 건축이 금지되어 있지만, 한 개의 모래 언덕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둑이다. 이는 보존 규정의 조항 속에서 발견된 하나의 예외적인 기회였다.
(3) FOUR MUSEUMS - 벙커 옆에서 BIG는 하나의 구조 안에 네 개의 박물관(벙커 박물관, 지역 역사 박물관, 호박 박물관, 예술 박물관)을 설계하였다.
(4) PATHS - 모래 언덕이 높아지는 곳에서, 길은 언덕을 뚫고 들어가 보행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동선
박물관 방문객은 먼저 벙커를 본 후 박물관 단지 중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섬세하게 깎인 부분을 보게 된다. 중앙 안뜰을 통해 4개의 지하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비야케 잉겔스는 “티르피츠의 건축은 2차 세계대전 벙커와 대조적이다. 무겁고 밀폐된 벙커는 새로운 박물관의 가벼움과 개방성으로 대응되며, 갤러리는 모래 속의 열린 오아시스처럼 모래 언덕과 통합되어 나치 요새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벙커는 어두운 유산의 유일한 랜드마크로 남아있으며, 면밀히 살펴보면 새로운 문화적 만남의 장으로 이어진다.”며 티르피츠 박물관을 소개했다.
경험하는 박물관
단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방문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박물관 내부 구조는 네 개의 갤러리가 X자 형태로 교차하여 미로처럼 설계되어 있으며, 네 개의 전시 공간을 탐험하듯 이동하는 동선은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전시물뿐만 아니라 건축적 요소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작용한다. 전쟁 당시의 어두운 역사와 대조되도록 조도를 세밀하게 조정했는데,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시시각각 달라지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방문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BIG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방문객이 수동적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하였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방문객은 단순한 정보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흔적과 평화로운 자연이 공존하는 경험을 선사하며 직접 공간 속에서 체험하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공간이 앞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장소에 새로운 환경적 가치를 불어넣고,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경험하며 역사와 건축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티르피츠 박물관을 통해 향후 공간이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BEST 뉴스
-
[남재철의 기후&식량 안보 ②] 햇빛도 농민의 소득이 되는 시대, 영농형 태양광
▲ [남재철의 기후&식량 안보] 햇빛도 농민의 소득이 되는 시대, 영농형 태양광 [사진=Ai]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식량 생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이 일상이 되... -
[윤재은 칼럼] 균형발전의 해법은 ‘토론’이 아니라 ‘실행’이다
▲균형발전의 해법은 ‘토론’이 아니라 ‘실행’이다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은 오랫동안 정치적 구호와 정책 토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 청년 유출, 교육 불균형, 의료 불균형, 주거 불안 문제는 수십 년간 반복되어 왔지만 실질적...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⑩ 공공기관의 청렴과 윤리경영: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공공기관의 청렴과 윤리경영: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사진=Ai생성 이미지] 과거 역사 속에서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킨 진짜 이유는 단순히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불공정... -
[주레이레이의 AI시대 인간심리 ⑥] AI 도구 범람 시대, 어떻게 ‘학습 환각(Learning Hallucination)’을 피할 것인가?
▲AI 도구 범람 시대, 어떻게 ‘학습 환각(Learning Hallucination)’을 피할 것인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생성형 AI는 교육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검색창에 질문만 입력하면 요약, 해설, 번역은 물론 과제 초안까지 몇 초 만에 얻을 수 있다. 대학... -
[AI 혁명, 인간 이후의 시대 ⑦] 정치와 정책의 변화… 알고리즘 시대, 권력은 어디로 이동하는가
▲ AI 시대 정치와 정책 구조 변화 [사진=Gemini 생성형 이미지,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정치와 정책의 작동 방식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행정 효율성 향상을 넘어 권력의 형성과 작동 방... -
[진문(秦雯)의 인공지능시대의 시각권력 ⑤] 시각디자인의 종말인가, 재탄생인가
시각디자인의 종말인가, 재탄생인가 [사진=GPT Images 2.0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오늘날, GPT Images 2.0의 등장과 함께 시각디자인 산업은 다시 한 번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AI가 이미 고도로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하고, 정교한 텍스트 레이아웃을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강원대 최선은 교수, ‘발명의 날’ 동탑산업훈장 수상
... -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국 왕실이 대규모 추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영국 정부와 왕실은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100번째 생일을 ... -
[ESG 사람들 ㊹] 땅을 지키는 목소리, 조안 칼링(Joan Carling)… 자연과 권리를 연결하다
개발의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 필리핀 북부... -
[ESG 사람들 ㊸] 자연을 자산으로 본 경제학자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 성장의 공식을 다시 쓰다
보이지 않는 자산을 드러낸 경제학 영국 재무부가 ...
오피니언
more +-
[진문(秦雯)의 인공지능시대의 시각권력 ⑧]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 시대의 도래
생성형 인공지능이 디자인 분야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오랫동안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⑪ 권익위 윤리경영 CP: 부처 간 장벽을 넘어선 실질적 청렴의 길
지난 칼럼에서 공공기관이 왜 높은 수준의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는... -
[AI 혁명, 인간 이후의 시대 ⑨]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권리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거대한 자원은... -
[로봇과 공존사회 ⑦] 집안일을 돕는 청소 로봇…가사노동의 풍경이 달라진다
로봇 기술이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의 공...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