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칼럼] 폭염 속 뉴욕의 단전사태... 에너지의 불균형이 사회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5.08.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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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시대, 에너지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2025년 6월 말, 뉴욕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센트럴파크의 주·야간 기온 기록이 잇따라 깨지고, 응급실은 열사병 환자로 붐볐다. 브롱크스의 한 거리에서는 소방전에서 터져 나오는 물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뉴스에 소개됐다. 몇몇 가구의 집 안 온도는 더 고통스러웠다. 전기가 끊겨 냉장고, 에어컨, 선풍기마저 멈춘 가구는 며칠씩 무더위를 견뎌야 했다.
뉴욕 전력 독점 사업자인 콘에디슨(Con Edison)은 올해 상반기에만 8만8천 가구의 전력을 차단했다. 전체 고객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많다. 단전된 가구 5곳 중 1곳은 최소 일주일 이상 전력이 복구되지 않았다.
2024년 ‘Poverty Tracker/Robin Hood’ 보고서(빈곤추적보고서)는 흑인과 라틴계 주민이 백인보다 전기요금 연체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단전 가능성은 거의 8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뉴욕 시민의 40% 이상이 전기요금을 제때 내지 못했고, 23%는 최소 한 번 단전을 경험했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음식물 보존의 문제, 정보 차단의 문제, 체온 조절 문제 등 일상 유지의 기반이 무너진다. 이는 곧 생존 조건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내에도 존재하는 에너지 불균형
뉴욕의 사례는 기후위기 속에서 전기 접근의 불평등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폭염과 혹한이 반복되는 가운데 난방이나 냉방 등 기본적인 에너지 사용이 어려운 가구가 존재한다. 특히 겨울철 난방 방식으로 여전히 연탄에 의존하는 가구들이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약 7만4,167가구가 연탄을 주요 난방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만 해도 2024년 약 1,386가구가 연탄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이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다.
현장을 찾아가 보면, 연탄 한 장이라도 아끼기 위해 집 안에 고드름이 매달린 채 겨울을 나는 경우도 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첨단 기술과 AI 시대의 오늘에도 에너지 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청정난방 전환, 필요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과제
연탄 난방을 청정에너지 설비로 교체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노후 주택은 배관·단열·전기 설비까지 전면 공사가 필요해 초기 비용이 크고, 일부 지역은 도시가스나 전력 인프라가 미비하다. 전환 후 전기·가스 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오랜 연탄 사용에 익숙한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설비 사용법 적응도 과제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미룰 수는 없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과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설치 지원뿐 아니라 공사비·요금 보조, 사용 교육, 유지관리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에너지는 생존의 기반이자 기본권
최근 정부와 지자체는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개선,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환경 전환과 함께, 생활 차원의 에너지 복지가 더 세심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건강, 안전, 교육, 노동의 기회를 지키는 필수 기반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냉난방이나 조리 같은 기본적인 생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통합 에너지 복지로 나아가야
에너지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연탄 지원이나 요금 감면을 넘어, 청정난방 설비 보급, 주거 에너지 효율 개선, 장기적인 ‘연탄 제로화’ 로드맵 같은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복지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회의 기본 장치다. 뉴욕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하는 경고이자, 한국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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