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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투자하거나 100% 관세를 내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관세로 반도체·세계경제 전방위 압박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6.01.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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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사진=Howard W. Lutnick 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관세를 핵심 무기로 삼아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가운, 행정부 각료들 역시 관세를 앞세워 동맹국과 경쟁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트럼프식 통상 전략이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외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대만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들 국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후 전면적인 관세 도입은 유예됐지만 그 대신 각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관세를 ‘위협’으로 남겨둔 채 투자 유치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미국과 대만의 무역 합의에서 구체화됐다. 미국은 대만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건설할 경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 생산능력의 2.5배에 해당하는 물량까지 관세를 면제하고, 공장 완공 이후에도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이를 “사실상의 조건부 관세 면제”이자 “투자를 전제로 한 시장 접근 허용”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보편적 규칙이 아니라, 국가별로 달리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대만과 합의한 반도체 관세 면제 조건이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국가별로 별도의 합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이 지난해 미·한 무역 협상에서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원칙적 약속을 받았음에도, 실제 조건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통상 정책의 특징으로 ▲관세의 정치적 활용 ▲양자 협상 중심주의 ▲예측 가능성의 약화를 꼽고 있다. 관세가 명확한 규칙이나 다자 협정에 기반하기보다, 미국 내 투자 여부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과 국가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처럼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산업에서 이러한 방식은 세계 무역 질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관세와 보조금, 투자 압박이 결합된 미국의 산업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무역의 투명성과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무역에서 투명성과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관세 부과 기준과 면제 조건이 명확하고 예측 가능해야 기업과 국가가 합리적인 투자와 생산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은 ‘룰 기반 질서’보다는 ‘협상력과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시장 접근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국가별로 상이한 조건이 적용되는 구조 속에서 자칫 불리한 선례를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각료들이 관세를 전면에 내세워 세계 경제를 흔드는 상황에서 향후 한미 반도체 협상은 단순한 산업 협상을 넘어 국제 통상 질서와 거버넌스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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