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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사람들 ㉟]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 기후위기 시대의 정책 리더십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1.2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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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섬의 외침, 세계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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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연단에 선 바베이도스 총리 미아 아모르 모틀리(Mia Amor Mottley)는 외교적 수사를 택하지 않았다. 그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얼굴 없는 소수(faceless few)’에게 돌리며, 이들이 전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직격했다.

 

“우리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 이 불을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를 태워버릴 것”

 

그의 발언은 즉각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연설은 많은 이들에게 모틀리를 처음 각인시킨 순간이었지만, 그에게 기후·환경 문제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그는 수년간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오염 문제에 맞서 싸워온 정치인이며, 그 공로로 2023년 유엔환경계획(UNEP) ‘챔피언스 오브 디 어스(Champions of the Earth)’ 정책 리더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UNEP의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모틀리 총리는 기후변화, 자연 훼손, 오염이라는 ‘3대 행성 위기’에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며 “그의 정책과 리더십은 세계 지도자들이 얼마나 대담하고 긴급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화석연료 이후를 준비하는 국가 실험


2018년 총선에서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바베이도스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한 모틀리는 집권 이후 국가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태양광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청정에너지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의 구상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가정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기차를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는 해외 언론에서 “작은 섬 국가가 시도하는 가장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실험”으로 소개돼 왔다.


자연 보전에 대한 관심도 뚜렷하다. 바베이도스 국토의 약 20%를 차지하는 숲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100만 그루 나무 심기 국가 전략을 추진하며, 전 국민 참여형 복원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이 정책은 식량 안보 강화와 기후 회복력 제고를 동시에 겨냥한다.


기후위기는 곧 개발 위기


모틀리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개발·복지·빈곤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 재난에 대응하느라 재정을 소진하면 교육, 의료, 도로 같은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사라진다”며, 기후 대응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전제 조건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제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그의 적극적인 촉구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지역은 세계 최초로 ‘유엔 생태계 복원 10년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UNEP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계 복원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최대 30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루프스 투 리프스’와 기후금융의 재구상


기후 취약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기후 적응을 위한 금융 구조 개혁을 국제사회에 요구해왔다. 개발도상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연간 700억 달러에 달하며, 2030년에는 최대 3,0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바베이도스의 국가 회복력 프로그램 ‘루프스 투 리프스(Roofs to Reefs)’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택 보강부터 산호초 복원까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혁신적인 금융 수단을 통해 공공 투자를 확대한다.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이를 기후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모델로 평가한다.


항생제 내성과 환경의 연결고리


모틀리 총리는 환경 의제의 경계를 넓히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는 글로벌 항생제 내성(AMR) 대응 지도자 그룹 공동의장으로서 항생제 오남용이 인간 건강뿐 아니라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경제 위기까지 연결된 문제임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키고 있다.


UN은 AMR을 “조용한 팬데믹”으로 규정하며, 기후위기와 결합할 경우 그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모틀리는 이 문제를 기후·환경 담론의 일부로 끌어올린 몇 안 되는 정치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지금은 멈춰서 돌아볼 정치적 순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는 ‘녹색 회복(green recovery)’ 없이는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바베이도스의 재정적 미래도 없다고 강조해왔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잠시 멈춰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완벽한 정치적 순간을 제공했다”는 그의 발언은 해외 주요 언론에 반복 인용됐다.


모틀리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순히 바베이도스만의 생존 전략이 아니다. 책임 있는 환경 관리와 세대 간 정의를 핵심 가치로 삼는 새로운 발전 모델이다. 작은 섬 국가의 외침은 이제 세계 정치의 중심에서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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