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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엡스타인 파일’ 대규모 공개… 권력·범죄·은폐 의혹 속 “투명성은 거버넌스의 핵심” 부각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1.31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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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Webstein)[사진=Jeffrey Webstein facebook]

 

미국 법무부가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Webstein)관련 문서 300만 페이지 이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정치·사법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공개는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한 투명성 법안에 따른 의무 이행으로 고위 권력층과 성범죄 스캔들을 둘러싼 국가의 법집행 방식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법무부는 문서의 양이 방대해 전체 내용을 정리·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초기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사 문서, 내부 이메일, 제보 기록, 언론 기사 등이 포함된 이번 자료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트럼프 관련 문서… “검증되지 않은 제보”와 법집행의 한계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2025년 8월로 표시된 한 이메일에는 FBI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럼프와 엡스타인을 연결하는 각종 제보 목록을 내부적으로 공유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 중 일부는 선정적이며 상당수는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제보자와의 후속 접촉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법무부는 “트럼프는 엡스타인 관련 범죄로 기소된 적이 없으며 해당 문서에는 허위이거나 조작된 자료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일부 제보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돼 종결됐고, 일부는 FBI 워싱턴 지부로 이관돼 제한적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서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유는 트럼프가 과거 엡스타인과 수년간 교류했으며 이후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이 파일에 포함돼 있는지 몰랐다”고 했던 발언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신뢰성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삭제 후 복원’된 문서와 커지는 의혹


논란을 키운 또 다른 요소는 문제의 이메일이 포함된 일부 파일이 법무부 웹사이트에서 일시적으로 삭제됐다가 복원됐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이를 “시스템 과부하”로 설명했지만, 해외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공공 기록 관리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2020년 대선 직전 FBI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 관련 허위·선정적 주장들이 일부 문서에 포함돼 있다”고 밝혀, 문서 공개 자체가 곧 범죄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길레인 맥스웰·기소장 초안… ‘미완의 정의’ 논쟁


공개 문서에는 엡스타인의 전 연인이자 아동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길레인 맥스웰이 등장하는 이메일 기록도 포함돼 있다. 해당 이메일에서는 2011년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근무하던 고소인과 관련해 엡스타인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며, “트럼프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정황이 담겨 있다. 이는 엡스타인을 고발한 버지니아 지우프레의 기존 증언과 일부 일치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2000년대 초반 작성된 기소장 초안에는 엡스타인 외에도 최소 세 명의 공모 혐의자가 포함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매매에 가담하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법무부가 존재를 부인해온 이른바 ‘고객 명단’은 아니지만, 왜 이들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는지를 둘러싼 의문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루트닉·머스크 등으로 확산되는 파장


문서 공개는 트럼프 측근 인사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 하워드 루트닉 전 상무장관은 엡스타인과 관계를 끊었다고 밝혀왔으나 2012년 이메일에서는 엡스타인의 섬 방문을 계획하고 식사를 제안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한 2015년에는 엡스타인을 힐러리 클린턴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 초대한 이메일도 공개됐으나 실제 참석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같은 정황들은 엡스타인 사건이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정치·재계·사법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투명성은 선택이 아닌 거버넌스의 기본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번 문서 공개를 계기로 “국가의 법집행 과정과 고위 권력층 관련 사안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민주적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라고 지적한다. 범죄 혐의의 유무와는 별개로 왜 특정 수사가 중단됐고,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설명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이 특혜성 사법 거래를 통해 더 중대한 혐의를 피했다는 사실은 이미 미국 사회에 깊은 불신을 남겼다. 이번 대규모 문서 공개는 그 불신을 해소할 기회이자 동시에 사법 시스템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이어질 추가 공개와 분석 결과가 ‘미완의 정의’로 남은 엡스타인 사건을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정부가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게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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