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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책임 재편…트럼프 발언이 드러낸 거버넌스 전환 신호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4.0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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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 [사진=the white house, 그래픽=ESG코리아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2~3주 내 종료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제시한 발언은 단순한 전황 전망을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군사 개입의 범위와 책임 그리고 에너지 안보의 주체를 둘러싼 기존 질서에 균열을 가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전쟁 수행 방식뿐 아니라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군사·핵 능력 무력화를 목표로 설정하면서 목표 달성 이후에는 협상 없이도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제 분쟁 해결 과정에서 외교적 합의나 다자 협력보다 군사적 결과를 우선하는 접근으로 전통적인 국제 거버넌스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입장에서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해협의 봉쇄 문제에 대해 미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각국이 자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사실상 글로벌 공공재로 제공해 온 해상 안전 보장 역할에서 한발 물러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조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공재 제공자’ 역할이 약화되고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책임이 분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보 질서가 해상 교통로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각국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분절적 거버넌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시장과 국제 질서에 불확실성을 확대시킨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로 단일 국가가 아닌 다수 국가의 이해가 얽혀 있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동 관리하는 체계가 약화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는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변동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통화 정책, 성장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한다.


또한 군사적 측면에서도 거버넌스의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개입을 축소할 경우 역내 국가들이 자율적으로 안보 대응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군비 경쟁이나 지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자 협력 기반의 안정 구조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분쟁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발언은 단기적인 전쟁 종료 여부를 넘어 글로벌 질서가 ‘중앙집중형 거버넌스’에서 ‘분산형 책임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안정적인 협력 체계로 이어질지 아니면 불확실성과 충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향후 전개는 이란의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수송로를 둘러싼 국제 협력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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