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탄소 배출량이어도 빠르게 배출하면 육지 온난화·극한 폭염 더 커질 가능성 높다
건국대학교 박인홍 교수(사회환경공학부) 연구팀이 탄소를 같은 양 배출하더라도 얼마나 빠르게 배출하느냐에 따라 폭염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4월 29일자에 게재됐다.
기존 기후정책은 주로 “탄소를 총 얼마나 배출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또는 2℃ 이내로 막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지 계산해왔다. 이를 ‘탄소예산(Carbon Budget)’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배출 속도가 빠를 경우 실제 폭염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전 세계 기후 연구에 활용되는 29개의 기후 예측 모델(결합모델 상호비교 프로젝트 6단계·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Phase 6, CMIP6)을 이용해 두 가지 상황을 비교했다. 하나는 탄소를 천천히 배출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짧은 기간에 빠르게 배출하는 경우다.
분석 결과 두 경우 모두 최종 탄소배출량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탄소가 빠르게 배출되는 경우 대부분의 육지 지역에서 온도가 더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구분한 전 세계 46개 육상 지역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가장 더운 날의 최고기온이 더 높아졌고,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는 지역 면적도 더 넓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바다의 열 흡수 속도를 지목했다.
탄소배출이 천천히 이뤄지면 바다가 오랜 시간 열을 흡수해 내부에 저장할 수 있지만, 탄소가 빠르게 배출되면 바다가 열을 충분히 흡수하기 전에 더 많은 열이 대기와 육지에 남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육지 온난화와 폭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탄소중립 정책에서 단순히 “얼마나 줄일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속도로 줄일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일부 지역처럼 폭염에 취약한 지역에서는 탄소배출 경로에 따라 실제 기후위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인홍 교수는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빠르게 배출되면 해양이 열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육지와 대기의 온난화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앞으로 탄소중립 정책에서는 총배출량뿐 아니라 감축 속도와 과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자대학교 예상욱 교수와 호주 멜버른대학교 (The University of Melbourne) 앤드류 킹(Andrew D. King)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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